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울산 HD가 최근 4연패를 안겨주었던 ‘천적’ 광주 FC와 3연전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울산은 지난 28일 저녁 7시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벌어졌던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준결승 2라운드에서 광주 FC와 2-2로 무승부를 기록, 종합 스코어에서 3-2로 승리하며 결승에 올랐습니다. 이날 무승부를 포함해 이전 2연전에서 모두 연승을 거둬, 광주와 3연전을 2승 1무로 마무리했습니다.
여러모로 소득이 많았던 경기였습니다. 혹서기에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노련하게 로테이션을 돌려가며 결과를 가져왔고, 많은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얻으면서 김 감독이 선수 파악을 하는 기회로 활용되었습니다. 선수들이 싱싱한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고, 이 와중에 마테우스처럼 기회를 얻지 못하던 선수가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코리아컵 2차전에는 출전하지 않았지만, 골을 넣는 데 애먹었던 야고가 두 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살아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소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판곤 감독은 광주와 3연전이 끝난 후 밝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물론 마지막 세 번째 경기에서 2실점을 하며 이길 경기를 놓친 점은 옥에 티입니다. 김 감독도 이 점에 대해서는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점점 울산이 점점 나아질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김판곤 감독은 광주와 3연전을 마친 직후 어떤 말을 남겼을까요? 김판곤 감독의 기자회견 내용을 모두 정리해봤습니다.
김판곤 울산 HD 감독 ⓒ울산 HD
Q. 광주전 2-2 무승부에 대한 경기 소감은?
“먼저 우리 선수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오늘 주중인데도 응원 와주신 울산 HD 팬분들과 처용전사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4년 만에 결승에 올라 기쁩니다. 제가 여기 처음 왔을 때 코리아컵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는데, 또 도전할 기회가 생겨서 기쁩니다. 오랜만에 출전했던 선수들의 퍼포먼스가 좋았고, 후반에는 다음 경기를 생각해서 빠른 로테이션을 했습니다. 조금 어려웠지만 결과가 좋았습니다. 우리는 실리도 챙겼다고 생각하고, 여러 가지로 좋은 경기였다고 봅니다.”
“하지만 실점을 두 개 했다는 점은 솔직히 기쁘지 않으며, 우리가 반성하고 더 발전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우승하고 싶고,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싶고, FIFA 클럽 월드컵에도 가고 싶다면 이번 경기를 통해 더 발전해야 합니다. 더 배우고 성장하겠습니다.”
Q. 최근 울산 선수들이 국가대표팀에 지나치게 많이 뽑혔다고 주장하는 불필요한 이슈가 생겼는데, 대표팀에 들어가는 선수들에게 격려의 말을 한다면?
“다섯 명밖에 안 뽑힌 것 같은데…, 저는 몇 명 더 가야 할 선수들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울산은 리그 2연패를 한 팀이고 ACL 우승도 한 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선수들이 이 팀에 있기 때문에 저는 다섯 명이 외려 적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금 더 많은 선수가 뽑혔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선수들에게도 그런 말을 했습니다. 울산에만 있으면 힘들기 때문에 대표팀에 가서 배우고 성장하고, 새롭게 리프레시하고 와서 다시 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선수들이 많이 빠져나가서 조직력이 안 좋아지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다섯 명이 대표팀에 가게 되어 기쁘고 축하합니다. 그러나 더 많이 뽑혀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가는 다섯 명이 대표팀에 기여해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를 바랍니다.”
Q. 울산이 광주 징크스를 떨쳐내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은데, 선수단에 강조한 얘기가 있다면?
“오늘도 광주가 상당히 좋은 팀이라고 전 느꼈습니다. 이정효 감독님께서 팀을 잘 만드셨고, 선수들이 훈련이 잘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징크스에 집중하지 않고, 경기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우리가 운다고 이길 수도 없고, 화를 낸다고 이길 수도 없으며, 사정을 한다고 이길 수도 없는 것이 축구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경기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광주의 공격 전개를 차단하는 팀으로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광주의 하이프레싱이 상당히 좋기 때문에 잘 대응하면서 득점을 노리는 퍼포먼스에 집중했습니다.”
“현재 우리는 게임 모델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으며, 선수들이 적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경기는 우리 경기 플랜대로 잘 진행되었고, 4-0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좋은 기회를 많이 만들어냈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팀으로,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면 경기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선수들과 얘기했습니다.”
김판곤 울산 HD 감독 ⓒ울산 HD
Q. 울산이 K리그1 2연패를 달성하고 있는데, 아직 더블은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 울산은 K리그1과 코리아컵 모두 노릴 수 있는 상황이다. 선택과 집중보다는 모든 대회를 노린다고 봐야 할까?
“그렇습니다. 처음 왔을 때도 세 가지 목표, 즉 코리안컵 우승, K리그1 우승 도전, ACL 결승 도전을 말씀드렸습니다. 지금은 갈수록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욕심을 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에게도 ‘너희들이 하고 싶으면 최대한 도와주고 밀어주겠다. 대신에 하나의 팀이 되어 더 강력한 팀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선수들의 반응이 괜찮고, 팀으로서의 모습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끝까지 도전하고 싶습니다.”
Q. 전반기에 어려운 상황에 놓였던 마테우스가 오늘 골을 넣고 감정이 격해진 모습을 보였다. 이 선수를 어떻게 살리고 싶었는지? 그리고 잘 따라오고 있는지?
“개인적으로 평가하고 싶지는 않지만,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던 선수가 좋은 경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특별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선수가 경기에 많이 출전하지 못한 이유를 물어보니 수비적으로 우리 팀의 주도적인 축구를 하는 데 약간 걸림돌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강점이 많은 선수입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보셨겠지만, 50대50 볼 경합 상황에서 거의 모두 이기는 선수입니다. 팀에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그걸 보고 싶었습니다. 좋은 움직임을 보여줘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Q. 울산 부임 후 처음으로 사흘 간격으로 주말 주중 경기를 치렀다. 어떤 부분을 가장 고민했는지? 그리고 다가오는 주말 포항 스틸러스를 상대로 처음 동해안 더비를 치르는데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로테이션을 통해 체력 저하를 막으면서도 동일한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훈련을 많이 할 수 없어서 소통을 많이 했습니다. 과거 대표팀 경험을 돌아봤습니다. 말레이시아 사령탑 시절 AFF(동남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십을 이런 일정으로 홈과 원정을 오가며 치른 적이 있습니다. 최대한 다양한 스쿼드를 확보하는 게 중요했고, 대체로 잘 된 것 같습니다.”
“포항과의 경기가 주말에 있고, 결승에서도 포항과 맞붙게 되는데, 동해안 더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울산 HD 팬들께서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최고의 경기력을 통해 승리 확률을 높이고 싶습니다. 이기고 싶고, 이겼으면 좋겠습니다.”
울산 HD FC 팬들은 지긋지긋했던 광주 징크스를 떨쳐냈다며 기뻐했을 것인 반면 광주 FC 팬들은 적어도 울산은 이긴다는 확신이 깨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굉장히 속이 쓰렸을 1주일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천적 구도가 180도 뒤바뀔 수 있는지 신기합니다.
울산과 광주는 지난 1주일 동안 3연전을 가졌습니다. 2024 하나은행 FA컵 준결승 홈 앤드 어웨이, 그리고 하나은행 K리그1 28라운드 맞대결이 사흘 간격으로 세 경기가 벌어진 것입니다. 특정 팀 간 대결이 이처럼 단기간에 연거푸 벌어지는 것도 신기한 일입니다만, 더 주목할 만한 점은 바로 양 팀의 최근 전적의 역전 구도였습니다.
지난 2년 동안 K리그1 정상을 연거푸 정복했던 울산 HD FC지만, 이상하리만큼 이정효 감독의 광주한테는 무진장 약했습니다. 광주가 2023시즌 K리그1으로 승격한 후 초반 두 경기에서는 울산이 2연승을 챙기며 강자다운 면모를 보이는가 했습니다만, 이후 벌어진 네 경기에서는 내리 4연패를 당했습니다.
2023시즌 이후 울산과 광주의 상대 전적
2023년 4월 30일 K리그1 울산 2-1 광주 울산 승
2023년 7월 2일 K리그1 광주 0-1 울산 울산 승
2023년 9월 3일 K리그1 울산 0-2 광주 광주 승
2023년 10월 21일 K리그1 광주 1-0 울산 광주 승
2023년 5월 15일 K리그1 광주 2-1 울산 광주 승
2023년 7월 10일 K리그1 울산 0-1 광주 광주 승
지난 8월 25일 울산-광주전 ⓒ울산 HD FC
울산 처지에서는 자칫 ‘광주포비아’에 걸릴 지경이었는데요. 그 구도가 완전히 역전되었습니다. 2024년 7월 말 김판곤 감독이 부임한 후 주어진 광주와의 3연전, 울산은 과거 광주만 만나면 힘을 쓰지 못했던 그 팀이 맞나 싶은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2024년 7월 김판곤 감독 울산 사령탑 부임 후 울산과 광주의 상대 전적
2024년 8월 21일 코리아컵 광주 0-1 울산 울산 승
2024년 8월 25일 K리그1 광주 0-1 울산 울산 승
2024년 8월 28일 코리아컵 울산 2-2 광주 무승부
28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벌어진 코리아컵 준결승 2라운드 맞대결에서도 후반 43분까지 2-1로 앞서가는 등 3연전 내내 앞서가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떠올리면 천적 구도가 삽시간에 확 바뀐 느낌이 듭니다.
울산은 이번 광주와 3연전을 통해 4년 만에 FA컵 결승전에 오름은 물론 K리그1 선두 강원 FC를 2점 차로 바짝 뒤쫓는 2위에 등극했습니다. 지난 6~7월 내내 이런저런 이슈로 시끄러운 분위기라 제대로 힘을 낼 수 없었던 울산이 현재로서는 K리그1과 FA컵 우승에 바짝 근접하는 모양새입니다.
여러모로 김판곤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찬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김판곤 감독 부임 후 울산은 28일 코리아컵 준결승 2라운드 홈 광주전까지 다섯 경기를 치렀습니다. 울산은 5전 3승 1무 1패를 기록했으며, 이중 무실점 승리가 세 차례나 됩니다. 좀 더 득점이 많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어찌됐든 위기를 넘고 이기고 있다는 점은 울산에는 굉장히 좋은 희소식이라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울산 HD FC
김판곤 감독 부임 후 울산의 지난 다섯 경기 결과
2024년 8월 10일 K리그1 울산 1-0 대구 울산 승
2024년 8월 18일 K리그1 울산 1-2 수원FC 울산 패
2024년 8월 21일 코리아컵 광주 0-1 울산 울산 승
2024년 8월 25일 K리그1 광주 0-1 울산 울산 승
2024년 8월 28일 코리아컵 울산 2-2 광주 무승부
한 차례 삐끗한 것을 제외하면 8월 내내 승승장구한 울산과 김판곤 감독은 다가오는 8월 31일 굉장히 큰 시험 무대에 오릅니다. K리그1 선두권 경쟁자인 포항 스틸러스와 물러설 수 없는 ‘동해안 더비’를 치르게 됩니다. 김판곤 감독의 울산이 울산 팬들 사이에서는 “다 져도 좋으니(물론 정말 이런 식으로 생각하시는 팬들은 없겠지만), 포항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동해안 더비에서도 승리를 챙겨가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요?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최고의 돌풍을 일으켰던 팀 중 하나인 타지키스탄의 사령탑을 기억하시나요? 마치 알버트 아인슈타인을 쏙 빼닮은 외모 때문에 한국 팬들 사이에서도 ‘아인슈타인 감독’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화제가 된 인물입니다. 바로 크로아티아 출신 페타르 세그르트 감독인데요. 이 세그르트 감독이 최근 말레이시아 지휘봉을 내려놓은 김판곤 감독의 후임이 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합니다.
태국 매체 시암스포츠에 따르면, 타지키스탄을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에 올려두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세그르트 감독이 공개적으로 말레이시아의 차기 사령탑이 되고 싶다는 의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태국 매체가 아무 상관이 없을 법한 세그르트 감독과 말레이시아의 상황을 주목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같은 동남아 섹션에 속한 국가이기도 하지만, 오는 11월 예정된 2024 AFF(동남아시아축구연맹) 미쓰비시 일렉트릭컵 A그룹에서 말레이시아와 일전을 벌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세그르트 감독은 2022년 타지키스탄 지휘봉을 잡아 팀의 FIFA 랭킹을 103위까지 끌어올리며, 2022 태국 킹스컵, 2023 말레이시아 메르데카컵에서 우승하고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 진출을 이끄는 등 많은 성과를 낸 바 있습니다. 다만 카타르 아시안컵 후 타지키스탄과 결별하고 현재 야인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처지에서는 꽤나 욕심이 날 법한 지도자인데요. 세그르트 감독은 꽤나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했습니다. 그의 얘기를 한 번 들어볼까요?
시암스포츠 해당 기사 캡쳐 @태국 시암스포츠
“김판곤 감독을 매우 존경하며, 그가 말레이시아 축구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리고 저는 말레이시아 팬들과 사람들을 매우 좋아합니다. 제가 항상 쿠알라룸푸르에 방문할 때마다 친절하게 대해주었습니다. 저는 항상 말레이시아 팀을 맡아보고 싶었습니다.” - 페타르 세그르트 전 타지키스탄 감독, 태국 시암스포츠
하지만 말레이시아가 곧장 세그르트 감독을 선임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말레이시아축구협회(FAM)는 최근 울산 HD FC 사령탑으로 이동한 김판곤 감독의 공백에 스페인 출신 파우 마르티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세웠습니다. 일단 사령탑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김 감독의 전술과 축구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수석코치를 임시로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울산은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26세인 아라비제의 합류 소식을 공식적으로 전했습니다. 아라비제는 2013년 조지아 클럽 로코모티브 트빌리시에서 프로 데뷔한 후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 나시오날(포르투갈), 아다나스포르(튀르키예), 로토르 볼고그라드(러시아), 삼트레디아(조지아), 토르페도 쿠타이시(조지아)를 거쳤습니다.
조지아 연령별 코스를 두루 밟았으며 조지아 국가대표로도 4경기에 출전해 3골을 넣는 등 나름 임팩트를 보인 바 있습니다. 다만 해외 진출 후 한동안 부침을 겪었던 선수이며, 2022년 토르페도 쿠타이시 입단 후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한창 진행되고 있던 2024시즌 조지아 리그에서 14경기에서 5골 6도움이라는 좋은 페이스를 보이다 울산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주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이며 양쪽 날개와 세컨드 스트라이커까지 활약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등번호는 9번을 부여받았습니다. 과거 울산 팬들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조지아 공격수 바코에 못잖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기오르기 아라비제 @울산 HD FC
다음은 울산이 공개한 아라비제의 입단 소감입니다.
“여러 조지아 국적 선수들이 K리그에서 활약했고, 활약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뛰었던 바코도 울산에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것으로 안다. 이런 것들이 나에게 더 큰 동기부여로 작용한다. 내가 가진 것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곳에 적응하고 나아가 성장하며 좋은 경기력으로 팀의 승리에 공헌하는 것이 내 궁극적인 목표다.” - 기오르기 아라비제, 2024년 7월 31일 울산 HD FC 보도자료
울산은 브라질 출신 공격형 미드필더 켈빈과 계약을 해지하며 아라비제를 영입하기 위한 외국인 쿼터를 확보했습니다. 켈빈은 이미 대전하나 시티즌으로 팀을 갈아탄 상태입니다. 울산은 아라비제 이외에도 마테우스, 야고, 보야니치, 루빅손, 아타루 등 총 다섯 명의 외국인 쿼터를 꽉꽉 채워 2024시즌 하반기에 임합니다.
한편 울산은 오는 8월 5일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최근 선임을 발표한 김판곤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을 연다고 공지했습니다. 홍명보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임 후 어수선했던 시기를 거쳐야 했던 울산은 하반기를 앞두고 감독과 선수진의 재정비를 어느 정도 마친 상태입니다. 울산은 오는 8월 10일 문수축구경기장에서 대구 FC를 상대하며 하반기 일정을 이어갑니다.
울산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12대 사령탑으로 최근 하마평에 오르내리던 김판곤 전 말레이시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했습니다. 울산은 김판곤 감독이 성적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성장을 도모하고 발전을 이끄는 거시적 관점을 가진 지도자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습니다. 김판곤 감독도 울산 보도자료를 통해 취임 소감을 밝혔습니다.
“울산의 상황과 전력에 가장 적합한 게임 모델을 제시하고, 울산만의 플레잉 스타일을 확립하여 빠르게 경기력과 성적을 확보하겠다. K리그에서 처음으로 정식 감독을 맡게 됐는데, 긴장과 기대가 공존한다. 먼 길을 돌아온 느낌도 있지만, 그만큼 성숙한 경기력을 한국 축구팬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 - 김판곤 감독, 2024년 7월 28일 울산 HD 보도자료
김판곤 감독은 29일 한국으로 돌아와 울산에 합류한 후 본격적으로 선수단을 지도할 예정이며, 오는 8월 5일 오전 11시 서울 아산정책연구원 1층 강당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가질 계획입니다. 김판곤 감독의 K리그 정식 감독 데뷔전은 오는 8월 10일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예정된 하나은행 K리그1 2024 26라운드 대구 FC전입니다.
김판곤 감독이 직접 언급했듯, K리그 팀을 이끄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 감독은 과거 부산 아이파크에서 세 차례 감독 대행을 맡아 팀이 위기에 빠졌을 때마다 뛰어난 지도력과 좋은 성과를 내며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또한, 지난 2011시즌 경남 FC에서 최진한 감독을 보좌하는 수석 코치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식 감독으로 K리그 무대를 누비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심지어 K리그1 디펜딩 챔피언인 울산의 지휘봉을 맡았다는 점에서 엄청난 도전이 될 듯합니다. 해외가 아닌 한국에서도 ‘판곤 매직’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8월 10일 대구전부터 김판곤 감독에게 몰릴 시선이 대단히 뜨거울 것으로 보입니다.
사임 기자회견 후 아스트로 아레나 TV와 단독 기자회견에 임한 김판곤 감독 @풋볼 보헤미안
풋볼 보헤미안입니다.
최근 말레이시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난 김판곤 감독이 지난 20일 말레이시아 최대 스포츠 채널 아스트로 아레나 TV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2년 6개월 동안 말레이시아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오던 김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임 발표는 말레이시아는 물론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사임 기자회견 직후 현지 스포츠 전문 채널과의 깊은 인터뷰에서 어떤 말을 남길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울산 HD FC 감독 부임설 등 여러 현안에 대한 반응도 궁금했지만, 김 감독이 어떤 마음으로 말레이시아 사령탑으로 활동했는지를 알 수 있어 굉장히 의미 있는 인터뷰였다고 생각합니다. 약 40분 정도 되는 방송 인터뷰를 정리하는 것이 꽤 힘들었지만, 축구인 그리고 지도자 김판곤 감독을 알 수 있는 좋은 내용이라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꽤 긴 인터뷰이니 시간을 가지고 읽으시길 추천드립니다.
올해 11월 예정된 AFF 챔피언십에 입으려 했다는 셔츠 입고 기자회견에 나선 김판곤 감독 @풋볼 보헤미안
“저는 이제 반(半) 말레이시아인이 된 것 같습니다.”
Q. 감독님, 현재 상황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사임 후 일상이 100% 바뀌었다고 들었습니다. 사임 후 일상은 어떠신가요? “네, 조금 바뀌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사무실에 가기 위해 준비하곤 했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일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지금은 일어나도 일이 없어서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에요. 네, 그래서 지금은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Q. 지금 입고 계시는 셔츠는 올해 남겨두고 있는 두 대회(메르데카컵·2024 AFF 챔피언십)를 위해 마련하신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예. 지난 월드컵 예선 홈 경기(6월 대만전) 이후 생각했습니다. 말레이시아 팬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요. 그래서 말레이시아 전통적 디자인의 셔츠를 입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준비해봤는데요. 결국 이 셔츠를 대회에서 입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인터뷰에 입고 나왔고요. 다시 한번 팬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 셔츠를 입고 있으면 팬들과 더 가까워지고 마음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좀 더 말레이시아인이 되신 것 같은가요?) 그런 것 같네요. 반(半) 말레이시안이 된 것 같습니다.”
Q. 기자회견 때 내일이 오면 이 결정을 후회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 후회하시나요? “그런 것 같네요. 제 마음을 반으로 가를 수 없으니까요. 저는 가능한 한 오랫동안 여기 있고 싶었고 말레이시아를 위해 더 많은 역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기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기서 멈추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했습니다. 그래서 후회감도 듭니다. FAM(말레이시아 축구협회) 스태프들과 제 국가대표팀 지원 스태프들을 그리워하게 될 것입니다. 울트라 말라야(대표팀 서포터스)도 그리워할 것이고요. 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후회할 것 같습니다. 다툭 하미딘 FAM 회장도 정말 그리울 것 같고요.”
Q. 쿠알라룸푸르에서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죠. 여기서 저를 돌봐주시고 지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시간을 보내고, 제가 좋아하는 레스토랑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홍콩으로 돌아가기 전에 먹고 싶습니다. 한 레스토랑에 가고 싶고, 또한 두리안 가게도 방문할 예정입니다. 네, 가능하다면요. 여기서 좋아하는 것들과 사진도 찍을 것입니다. 하늘이 맑고 구름이 많은 날씨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홍콩으로 돌아가기 전에 좋은 추억을 만들려고 합니다.”
말레이시아 감독 시절 @말레이시아축구협회
“현재 여러 제안을 받았습니다.”
Q. 많은 성과를 이루신 만큼 여러 팀에서 제안을 받으셨을 것 같습니다. 다음 행선지는 클럽인가요? 아니면 국가대표팀인가요? “제 코칭 경력은 26년입니다. 한국에서 코칭을 시작했고, 26년 중 14년은 국가대표팀에 참여했습니다. 홍콩과 말레이시아에서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했고요. 한국에서는 전력강화위원장으로 일했었죠. 총 14년간 국가대표팀에서 일했고, 12년간 클럽에서 일했습니다. 음… 저는 국가대표팀을 더 선호하고 즐기는 것 같습니다. 매우 집중적이고 짧은 기간 동안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그 후에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니까요. 클럽도 좋습니다. 매일 필드에 있고, 풀 냄새를 맡으며 선수들과 함께 걷고, 매주 개선할 수 있습니다. 차이점이 있겠지만, 저는 대표팀을 지도하는 걸 좀 더 즐겼습니다.”
Q. 혹시 틀렸다면 바로 잡아 주세요. 어쩌면 감독님은 다음 울산 감독님일 수도 있습니다. “현재 저는 여러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들이 무엇을 제안하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어떤 프로젝트로 저를 끌어들일 수 있는지 제안을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모든 세부 사항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프로젝트는 중요합니다. 그들이 열정적이고 예산을 가지고 있길 바라며, 저는 팀을 운영할 완전한 권한과 힘을 필요로 합니다. 제게 온 모든 제안이 최고 수준일 겁니다. 아마도 울산이 강력한 제안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결정 난 건 없습니다. 저 역시 그들에게는 후보 중 하나일 것이니까요. 아직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Q. 울산은 현역 시절 뛰었던 팀이었죠? “제 친정팀입니다. 저는 28년 전에 선수로서 그곳에서 뛰었습니다. 선수로서 뛰다 28년 전에 울산을 떠났고, 전북 현대에서도 한 번 더 뛰고 은퇴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코치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말레이시아 선수단과 훈련하는 김판곤 감독 @말레이시아축구협회
“선수들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Q. 당신의 꿈과 커리어를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저는 큰 꿈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항상 어디를 가든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에게 영감을 주고, 그들을 더 나은 사람, 더 나은 선수로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훈련을 하고 팀을 관리하면서 저 역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물리적으로 이렇게 되고 싶다는 큰 꿈은 없습니다. 영감을 주는 사람,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만드는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게 제가 가진 지도자로서의 제 목표입니다.”
Q. 그런 아이디어를 말레이시아 대표팀에도 적용했나요? “네, 어디를 가든 제 전술을 세우는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 측면도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선수는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건 자신을 통제하고, 자기 동기부여가 강한 사람을 의미합니다. 그런 면모를 갖추는 게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절반의 시간은 전술적, 기술적인 것을 가르치고, 나머지 절반은 그들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영감을 주고, 때로는 아무도 말하지 않아도 그가 느끼도록 합니다.”
“선수를 사랑합니다. 제가 선수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선수도 제게 무언가를 주기 위해 동기부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홍콩, 한국, 말레이시아 어디를 가든 많은 부분이 있습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믿을 수 없을 만큼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좋은 소리도, 애정 어린 소리도 들었고, 그런 관계와 시간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그런 관계를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Q. 농담 섞인 질문인데요. 대표팀 라커룸에서 모하마두 수마레 같은 선수는 늘 재미있는 캐릭터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경기 전에 선수들을 웃게 하는 선수가 누군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그럼요. 수마레는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친구죠. 모두가 그를 좋아합니다. 그의 캐릭터도 모두가 알고 있죠. 파이살 할림과는 마치 톰과 제리처럼 싸웁니다. 할림이 항상 이기고 수마레가 맨날 집니다. 우리는 그걸 보고 즐겼습니다. 훈련 캠프 내내 그들이 함께 웃으며 즐겼으니까요.”
“샤멜 쿠티 아바, 이 친구도 재미있는 선수입니다. 경기와 훈련 때는 진지하지만, 식사 후 팀 빌딩 게임을 하면 그저 장난꾸러기가 됩니다. 사파위 라시드도 그렇습니다. 이 선수는 동료들을 가까이 두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멋지고 긍정적인 성격을 가진 선수입니다. 우리는 좋은 캐릭터를 가진 선수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 선수들이 많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말레이시아-한국전 경기 모습 @말레이시아 뉴스트레이츠 타임즈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한국전 3-3 무승부가 최고의 경기였던 이유
Q. 이 얘기를 하는 감독님 미소를 볼 수 있어 기쁩니다. 2년 6개월 동안 선수들과 함께 보낸 최고의 추억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 여러 순간이 있습니다. 최고의 순간은… 2022년 6월 아시안컵 예선 첫 경기에서 투르크메니스탄에 3-1로 승리한 것입니다. 믿을 수 없는 경기였습니다. 우리는 게임을 통제하고 지배하고 싶다는 우리 팀 특성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공격적이고 강력한 모습을 보였고, 3-1로 이겼죠. 놀라운 경기였습니다. 이어 방글라데시를 이기고 43년 만에 AFC 아시안컵 본선행에 성공했습니다. 그때 경기 후 뒤풀이를 잊을 수 없습니다. 또 하나의 기억은 AFF 챔피언십 싱가포르전이었습니다. 그때 부킷 잘릴 경기장이 가득 찼었습니다.”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때 한국전도 잊을 수 없습니다. FIFA 랭킹 22위 팀을 상대로 그런 경기를 할 수 있어 정말 상상도 못했거든요. 그때 우리는 먼저 실점했고, 후반에 동점과 역전골을 넣어 2-1로 앞서 갔습니다. 한 88분쯤까지 2-1로 앞서다가 2-2가 됐죠. 2-2로 경기를 마치고 싶었지만 후반 추가 시간에 페널티를 내줬습니다. (그때 그 결과에 행복해하는 유일한 한국인이 아니었을까요?) 물론 그랬겠죠. 제 한국인 스태프도 이 결과에 행복했고요. 경기가 끝나기 직전에 3-3이 되었고, 이 경기를 잊을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사람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 경기였기 때문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거의 포기할 상황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말고 싸우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누군가는 힘들어하고, 누군가는 포기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그 경기는 그처럼 힘들어하는 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망이 있다면, 모든 영혼을 다한다면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메시지 말이죠. 아이들이 책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울 수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그런 건 오직 국가대표팀만이 전달할 수 있죠. 이게 축구고, 이게 국가대표팀입니다. 그리고 이건 국가대표인 우리에게 주어진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이 순간을 제가 좋아하게 된 이유죠.”
Q. 처음 말레이시아에 왔을 때 어느 정도 계실 생각이었나요? “사실 제 첫 목표는 4년이었습니다. 4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말레이시아 대중이 저를 좋아하는지, 저도 그들을 좋아하는지를 보고 결정을 내리려고 했습니다. 아시안컵 예선 결과가 좋아 좋은 분위기였을 때 우리 회장님이 더 오래 머물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10년 동안 여기 머물고 싶었습니다. 이곳을 좋아하고 사랑합니다. 놀라운 시간이었습니다. 아름다웠습니다.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모든 파티가 저를 격려해 주었습니다. 심지어 정부도 제게 많은 지지를 해주고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오랫동안 여기 머물고 싶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2년 반만 하게 되었네요.”
Q. 그런데 감독님 2년 반은 성과를 내기엔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국가대표팀은 더 그렇죠. 대회도 많이 없었고요. “대표팀 캠프에서 두 경기씩 하면 1년에 열 경기 정도밖에 안 됩니다. 뭔가를 성취하기 어렵고, 즉시 개선하기도 힘들죠. 그래도 저는 만족합니다. AFC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했고, AFF 챔피언십에서도 4강에 올랐습니다. 또,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최종예선 직전까지 나아갔죠. 이번 2차 예선 때 우리가 얻은 승점 10점은 말레이시아의 FIFA 랭킹을 올리는 데 좋은 기반이 될 것입니다. 제가 여기에 처음 왔을 때 154위였는데, 지금은 130위입니다. 자랑스럽습니다.”
“2년 반이라는 시간은 길진 않지만 제겐 아름다운 여정이었습니다. 결과를 떠나 대표팀의 특성을 바꿀 수 있어 기쁩니다. 저는 이게 가장 자랑스럽습니다. 우리는 매우 좋은 철학을 가지게 됐다고 봅니다. 이제 말레이시아는 중동팀이나 동아시아팀과 맞서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강하게 그들과 싸우게 되었습니다. 제가 말레이시아에서 세운 특성입니다. 그래서 자랑스럽고 행복합니다. 결과보다 더욱 그렇습니다.”
파우 마르티 감독대행과 함께 하고 있는 김판곤 감독 @말레이시아축구협회
“먼 훗날 누가 알겠습니까? 언젠가 제가 이곳을 그리워할지 모릅니다.”
Q. 진심으로 다시 묻겠습니다. 우리를 떠날 준비가 되셨나요? “네. 슬픕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 삶의 끝이 아니고, 우리 관계의 끝도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저는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도 제 유산은 여기에 있습니다. 제 마음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말레이시아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어떤 방식이든 기회가 된다면 기여할 것입니다.”
“먼 훗날 누가 알겠습니까? 언젠가는 제가 이곳을 그리워할지 모릅니다. 돌아오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 순간 저는 팬들에게 매우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여러분도 그 결정에 놀랐겠지만, 모두가 미래를 기약했으면 합니다. 저는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국가대표팀은 한 사람이 떠나더라도 흔들리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팬들이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보길 바랍니다.”
“모두가 FAM을 지원하고, 국가대표팀을 지원해야 합니다. 저는 다툭 하미딘 FAM 회장을 지지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는 훌륭한 리더입니다. 그가 저를 지원했을 때 매우 확고하게 지원해 주었습니다. 그는 국가대표팀을 지원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또한 모두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슬퍼할 시간은 없습니다. 오늘만 슬퍼하고, 내일부터는 말레이시아 국가대표팀을 지원해야 합니다.”
“메르데카컵을 준비하고 AFF 챔피언십을 준비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2회 연속 AFC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해야 합니다. 모두 집중해서 지원하길 바랍니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100%를 도와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지원입니다. 저는 간혹 우리 결과 때문에 일희일비할 때마다 슬펐습니다. 이런 건 지원이 아닙니다. 지지자는 내 마음을 100% 주는 것입니다. 비록 이기지 못하더라도 좋은 축구를 하지 않더라도 100%를 주는 것입니다. 이게 지지이자, 힘입니다. 저는 그런 울트라 말라야를 원합니다. 경기에서 졌을 때도 우리를 여전히 지지해주는 것, 그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Q. 파우 마르티 감독대행에게도 큰 숙제가 아닐까 합니다. 당신의 유산을 이어가야 할 텐데, 쉽게 성공할 수 있을 거라 보시나요? “그에겐 많이 힘들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이미 우리가 잘해낸 성과가 있으니까요. 일례를 들자면, 비슷한 상황이 베트남에서 있었죠. 베트남 감독(박항서 감독)이 큰 성공을 거두자, 그의 후임자는 큰 압박을 받았습니다. 정말 큰 압박이었죠. 그는 팬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성과를 내야 했습니다. 이런 압박을 파우 마르티에게 주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그에게 시간을 줘야 하고,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응원해야 합니다.”
“어느 정도의 압박은 그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너무 많은 압박은 그를 망치게 될 것입니다. 파우 마르티는 좋은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좋은 아이디어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바르셀로나 출신이며 좋은 배경도 가지고 있습니다. 선수들, 그리고 남은 스태프들과도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죠. 저는 파우 마르티가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Q. 많은 이들이 감독님이 떠난다는 소식에 실망했습니다. 이별에 대해 한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이런 종류의 지지, 사랑을 받는다는 것에 대해 애착이 느껴집니다. 저는 말레이시아가 저에게 많은 사랑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나는 모든 사람은 웃으며 저를 격려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감사하고, 감사하고,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해온 모든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부킷 잘릴 경기장에서 당신을 위해 싸웠고, 당신은 우리를 위해 싸웠습니다. 울트라 말라야와 팬들, 미디어, 정부, 말레이시아 축구협회 등이 그랬죠. 그래서 우리는 이것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잊지 마세요.”
“저도 잊지 않을 겁니다. 매일 깊이 감사할 겁니다. 말레이시아를 위해, 국가대표팀을 위해 기도할 것입니다. 팬들도 축복받고 행복하기를 기도할 것입니다. 즐기길 바랍니다. 저에게도 이건 축제이자 기쁨입니다. 그래서 매우 감사합니다. 여기에는 많은 기쁨과 행복이 있었기에 잊지 않을 것입니다. 말레이시아 국민들과 울트라 말라야께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했습니다. 말레이시아 국민, 울트라 말라야, 모든 클럽들, 정부에게 감사드립니다.”
말레이시아 축구계는 최근 대표팀 감독직을 내려놓은 김판곤 감독 후임 문제 때문에 꽤나 떠들썩합니다. 김 감독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2년 6개월 동안 수행했던 말레이시아 감독직을 ‘개인적 이유’ 때문에 그만두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습니다.
현재 말레이시아 A대표팀은 김 감독을 곁에서 도왔던 스페인 출신 파우 마르티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한동안 이끌 계획입니다. 일단 파우 마르티 감독대행 체제로 9월에 예정된 메르데카컵에 임할 것으로 보이는데, 파우 마르티 감독대행이 정식 사령탑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때문에 말레이시아 내에서는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매체 <뉴 스트레이츠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술라이만 후신 쿠알라룸푸르축구협회(KLFA) 기술 이사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김판곤 감독의 후임으로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언급해 시선을 모았습니다. 술라이만 기술 이사의 견해는 이렇습니다.
“파우 마르티 감독대행은 김판곤 감독에게서 많이 배운 인물인 만큼 단기적으로는 적합한 인물입니다. 파우 마르티 감독대행이 김판곤 감독의 유산을 이어받아 대표팀 전력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말레이시아 축구협회(FAM)는 우리 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 경험 많은 감독을 데려와야 합니다.”
2022 미쓰비시 일렉트릭컵 준결승에서 만났던 김판곤 감독과 박항서 감독 @베트남 PHAPUALT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을 더욱 수준 높은 팀으로 만들었습니다. 박항서 감독이 국가대표팀 감독이 된다면 필요한 지원을 받길 바랍니다. 나는 박항서 감독의 성격뿐만 아니라 실력적 측면에서도 적합한 후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의 접근 방식이 다소 가혹한 만큼 우리 선수들은 이에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베트남 사령탑에서 물러난 지 1년 6개월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동남아 지역에서 박항서 감독의 가치와 위상에 변함이 없음을 알 수 있는 주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김판곤 감독은 누구를 감독으로 세우는 것만큼이나 어떻게 지원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흥미롭게도 술라이만 이사처럼 베트남을 언급했습니다. 김판곤 감독은 지난 20일 말레이시아 최대 스포츠 채널 <아스트로 아레나>와 단독 인터뷰를 가져 말레이시아 사령탑으로 활동하며 느꼈던 소회를 남겼는데요. 이 자리에서 말레이시아 축구팬들에게 간곡한 당부를 남겼습니다.
“이런 상황은 베트남에서도 발생했습니다. 감독(박항서)이 성공을 거두자, 그의 후임자(필립 트루시에)는 큰 압박을 받았습니다. 그의 후임은 많은 압박을 받으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우리는 파우 마르티에게 그런 압박을 가하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는 그에게 성공할 시간을 줘야 합니다. 적정한 수준의 압박은 괜찮겠지만, 지나치면 그를 죽이게 될 것입니다.”
후임자가 제 색깔을 낼 수 있도록 인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레이시아 팬들에게 강조한 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과연 말레이시아 팬들은 김 감독의 후임자를 위한 부탁을 들어줄까요?
2024년 6월 11일 저녁 7시(현지 시각) 쿠알라룸푸르 부킷 잘릴 국립경기장입니다. 이 경기장은 말레이시아 축구 국가대표팀의 홈구장이며, 전 세계에서는 아홉 번째, 동남아에서는 가장 큰 경기장입니다. 총 수용 관중이 8만 7,000여 명에 달합니다. 이곳은 2007 AFC 동남아 4개국 아시안컵 결승전이 열린 곳이기도 하고요. 제 기억이 맞다면 동남아 4개국 아시안컵 당시 한국이 이곳에서 이라크에 승부차기에서 패한 곳입니다. 여러모로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매머드 스타디움이자, 아시아 축구계에서도 손꼽히는 주요 스타디움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곳에서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 축구 국가대표팀이 6일 밤 10시(한국 시각)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D그룹 6라운드 대만과 대결을 가집니다. 말레이시아는 이번 대만전에서 최대한 많은 득점(정확히는 최소 7골)을 성공시키고, 같은 시각 무스카트에서 벌어지게 될 경기에서 키르키스스탄이 오만에 지는 상황이 연출되어야 최종 예선에 진출합니다.
풋볼 보헤미안은 이곳에 킥 오프 서너 시간 전에 도착해 주변을 한번 둘러봤는데요. 동남아하면 축구 인기가 최고라는 선입견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킥오프 한 시간 전에 미디어 트리뷴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는데요. 조금 실망인데요. 과연 서울이면, 방콕이면, 싱가포르이면, 중국이면 이랬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부킷 잘릴 국립경기장 정문 @풋볼 보헤미안
킥오프 한 시간 전인데도 입장한 관중이 정말 손에 꼽을 만큼 적습니다. 말레이시아축구협회(FAM)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1만 2,000여 명의 관중이 예매를 했다고 하는데요. 워낙 통이 큰 경기장에 1만 2,000여 명이 들어와봤자 기별이 갈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만, 전체적으로 경기장 주변에 우리가 생각하는 축제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는게 안타깝습니다.
사실 경기 하루 전 김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대만을 상대로 우리가 가진 환경적 요인을 앞세워 도박을 걸어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말인즉슨, 말레이시아 특유의 더위와 광적 열기로 유명한 울트라스 말라야(한국의 붉은 악마와 같은 대표팀 서포터스)의 응원을 앞세워 상대를 곤혹스럽게 하겠다는 것인데요. 경기가 시작되어야 알 수 있겠으나, 날씨는 비까지 내려 선선한데다 관중도 생각보다 적어 과연 그 뜻이 실현될지 의문입니다.
사실 기자회견 후 말레이시아의 최대 스포츠 채널 아스트로 아레나 TV의 한 남성 기자와 만난 적이 있는데요. 이 기자가 말하길 “내일 경기에 관중이 많이 오지 않을 것이다. 1만 2,000여 명이라는데 한 7,000명 예상한다”라더군요. 그래서 이유를 물으니, 평일 저녁 경기에 교통 체증 때문에 팬들이 경기장을 찾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 그렇구만”
그리 답하긴 했습니다만,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벌어지는 한국과 중국의 경기도 평일 저녁 경기이고, 한 번 경기하면 서울 월드컵경기장 주변에 길이 꽉 막히는 건 매한가지니까요. 그래서 서울에서 있을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 6만 관중 매진 소식을 전하니 놀라더군요.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본선 확정 직후 김판곤 감독 @말레이시아 뉴 스트레이츠 타임즈
사실 김판곤 감독은 지난해 11월 쿠알라룸푸르에서 풋볼 보헤미안이 만났을 때 관중 수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김 감독이 말레이시아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관중 분위기였습니다. 홍콩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 쿠알라룸푸르 원정을 왔을 때, 울트라스 말라야의 광적 응원에 홀딱 반했다네요. 그 응원을 받으며 팀을 이끌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울트라스 말라야는 김 감독 부임 후에도 변함없이 엄청난 응원을 벌이고 있습니다. 기억하시나요?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한국전 때 제법 큰 규모의 원정 응원단이 경기장 분위기를 휘어잡았었습니다.
그때 말레이시아의 골이 터지자 애지중지하던 오토바이를 중고로 판매하고 카타르행 티켓값을 마련해 그 자리에 온 한 남성팬이 눈물을 흘리며 감격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클로즈업이 되기도 했죠(이 남자의 사연이 알려져 당시 한국전 득점자였던 파이살 할림이 사비를 털어 새 오토바이를 사줬다는 훈훈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취재 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말레이시아가 대회를 떠나기 전까지 도하의 중심지 수크 와키프는 말레이시아 팬들의 응원 때문에 떠들썩했다고 합니다. 워낙 유명하다기에 개인적으로 이 친구들을 보고 싶어 경기장을 찾은 것도 있습니다.
어쨌든 김 감독은 바로 그런 서포터들의 응원을 받고 있었는데요. 문제는 울트라스 말라야만 이렇다는 것입니다. 상대가 대만, 키르키스스탄, 오만이라 관심도가 덜한 것도 약간은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팀이 지지를 받지 못하는 건 여러모로 아쉬운 대목입니다.
한참 글을 쓰다 보니 킥 오프 40분 전이네요. 지금도 이렇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팀의 성적? 말레이시아축구협회의 프로모션 능력 부족? 그냥 팬들의 무관심? 어찌 됐든 최종예선에 가냐마냐 하는 상황인데 분위기가 너무 차가운 건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경기가 끝나면, 기적이 일어나 말레이시아가 최종예선을 가는 그림이 연출된다면, 분위기가 달라질까요? 이곳에서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