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보헤미안입니다.
말레이시아 축구계는 최근 대표팀 감독직을 내려놓은 김판곤 감독 후임 문제 때문에 꽤나 떠들썩합니다. 김 감독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2년 6개월 동안 수행했던 말레이시아 감독직을 ‘개인적 이유’ 때문에 그만두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습니다.
현재 말레이시아 A대표팀은 김 감독을 곁에서 도왔던 스페인 출신 파우 마르티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한동안 이끌 계획입니다. 일단 파우 마르티 감독대행 체제로 9월에 예정된 메르데카컵에 임할 것으로 보이는데, 파우 마르티 감독대행이 정식 사령탑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때문에 말레이시아 내에서는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매체 <뉴 스트레이츠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술라이만 후신 쿠알라룸푸르축구협회(KLFA) 기술 이사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김판곤 감독의 후임으로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언급해 시선을 모았습니다. 술라이만 기술 이사의 견해는 이렇습니다.
“파우 마르티 감독대행은 김판곤 감독에게서 많이 배운 인물인 만큼 단기적으로는 적합한 인물입니다. 파우 마르티 감독대행이 김판곤 감독의 유산을 이어받아 대표팀 전력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말레이시아 축구협회(FAM)는 우리 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 경험 많은 감독을 데려와야 합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을 더욱 수준 높은 팀으로 만들었습니다. 박항서 감독이 국가대표팀 감독이 된다면 필요한 지원을 받길 바랍니다. 나는 박항서 감독의 성격뿐만 아니라 실력적 측면에서도 적합한 후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의 접근 방식이 다소 가혹한 만큼 우리 선수들은 이에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베트남 사령탑에서 물러난 지 1년 6개월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동남아 지역에서 박항서 감독의 가치와 위상에 변함이 없음을 알 수 있는 주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김판곤 감독은 누구를 감독으로 세우는 것만큼이나 어떻게 지원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흥미롭게도 술라이만 이사처럼 베트남을 언급했습니다. 김판곤 감독은 지난 20일 말레이시아 최대 스포츠 채널 <아스트로 아레나>와 단독 인터뷰를 가져 말레이시아 사령탑으로 활동하며 느꼈던 소회를 남겼는데요. 이 자리에서 말레이시아 축구팬들에게 간곡한 당부를 남겼습니다.
“이런 상황은 베트남에서도 발생했습니다. 감독(박항서)이 성공을 거두자, 그의 후임자(필립 트루시에)는 큰 압박을 받았습니다. 그의 후임은 많은 압박을 받으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우리는 파우 마르티에게 그런 압박을 가하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는 그에게 성공할 시간을 줘야 합니다. 적정한 수준의 압박은 괜찮겠지만, 지나치면 그를 죽이게 될 것입니다.”
후임자가 제 색깔을 낼 수 있도록 인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레이시아 팬들에게 강조한 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과연 말레이시아 팬들은 김 감독의 후임자를 위한 부탁을 들어줄까요?
이상 풋볼 보헤미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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