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보헤미안입니다.
김판곤 말레이시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오늘 아침자 기사로 모처럼 단독 터뜨렸는데, 팔로업 기사가 많이 따라오네요. 어쨌든 이후 울산 HD FC 감독직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급물살’이라는 게 이런 느낌인 건가요?
어쨌든 혹시나 있을 수도 있으니, 김판곤 감독과 관련한 현재 상황에 대해 제가 아는 바를 조금 설명을 드릴까 합니다. 지난해 11월과 불과 한 달 전, 두 차례 김판곤 감독을 말레이시아 현장 취재했던 처지에서 그에게 들었던 얘기를… 그리고 작년 10월 이후 알게된 말레이시아 기자들을 통해 들은 얘기를… 전부 다, 전해드리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알아도 크게 문제없는 TMI 수준의 얘기만 일단 해보려고 합니다. 울산은, 가는지 안 가는지 모릅니다. 감독님이 저한테도 블러핑을 하셔서 하하. 여하튼 제가 아는 말레이시아의 김판곤 설명드리겠습니다.
1. FAM(말레이시아축구협회) 회장과 불화?
단언하건데 이건 절대 사실이 아닙니다. 다툭 하미딘 회장은 김판곤 감독을 직접 선임한 사람입니다. 김 감독은 5월 카타르 도하에서 저와 만났을 때 셀랑고르 서포터스로 시작해 구단 직원, 구단 대표, 협회 사무총장을 거쳐 협회 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인 하미딘 회장의 이력과 어떻게든 도와주려는 하미딘 회장의 지원에 굉장히 감사했습니다. 실제로 하미딘 회장은 김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만류했습니다. 김 감독은 사임 기자회견에서 총 네 번 그만두고 싶다고 말한 끝에 허락을 받았다고 직접 언급했습니다.
2. 조호르 다룰 탁짐 구단주인 조호르주 왕자 툰쿠 이스마일 이드리스와의 관계
이건 확실하게 안 좋았습니다. 김 감독은 조호르주 왕자인 툰쿠 이스마일 이드리스가 소유한 조호르 다룰 탁짐에 여러 차례 방문해 대표팀 운영에 대한 협조를 구했지만 그는 꿈쩍도 안했습니다. 말레이시아 기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툰쿠 이스마일 이드리스는 말레이시아의 직전 집행부의 수장인 회장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독단적 협회 운영에 들고 일어선 말레이시아 축구팬들의 거센 항의 때문에 1년 6개월 정도 재임하다 불명예스럽게 물러나야 했습니다.
툰쿠 이스마일 이드리스는 떠나면서 자신의 밑에서 일했던 하미딘 사무총장을 회장으로 남겼습니다. 이후 대표팀 운영에 강력하게 방해하고 있었다는 게 말레이시아 기자들의 설명입니다. 왜냐하면 현 집행부의 성공, 특히 대표팀의 성공은 그의 권위와 위상에 커다란 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툰쿠 이스마일 이드리스는 염산 테러를 당한 말레이시아의 한국전 영웅 파이살 할림의 테러 배후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일종의 음모론인데요. 이와 관련된 포스팅은 일전에 남겨놨습니다. 링크로 설명을 대신할게요.
3. 스페인 출신 수석 코치 파우 마르티와 그의 코칭스태프
일단 김 감독만 떠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축구협회가 새 감독을 선임했을 때, 그들이 김 감독의 스태프와 함께 일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동반 퇴진을 하게 되면 혼란이 커질 것 같아 김 감독만 일단 나오는 모양새인데, 김 감독이 제게 “내가 볼 때 한국에서 최고의 실력을 지닌 친구들로 말레이시아로 데려왔다”라고 여러 차례 칭찬했던 걸 떠올리면 여건이 된다면 다시 함께 할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그리고 파우 마르티 코치, 몇몇 분들이 이력을 살피고 바르셀로나 B팀 수석코치라는 이력에 큰 관심을 보이는 걸 커뮤니티에서 봤습니다. 실제로 파우 수석코치는 김 감독이 정말 공들여서 수혈한 외부 자원입니다. 어느 정도냐고요? 본인 연봉의 일부를 잘라서 말레이시아로 데려왔다고 말씀드리면, 김 감독의 신뢰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겠죠?
4. 트렌드를 얼마나 잘 쫓아가는가?
김 감독은 한국에서 게임 모델의 중요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 거의 첫 번째의 인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 당시에도 그 게임 모델을 정말이지 강조했었죠. 김 감독은 벤투 감독이 한국에서 재임했을 때, 그리고 월드컵 이후 떠났을 때 게임 모델의 일부를 가져가서 말레이시아에서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트렌드와 관련해서는 정말 공부하는 지도자가 맞습니다. 김 감독과 함께 일했던 말레이시아 축구 국가대표팀의 비디오 분석관은 말레이시아 축구와 상관없는, 유럽 선진 축구와 관련한 트렌드 보고를 최소 월 1~2회는 하라는 명령을 받고 일했습니다. 참고로 대충 보고만 했다가는 크게 혼날 수가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김 감독이 경기를 보거든요. K리그도 시간 날 때마다 계속 체크했습니다.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정효 감독이 K리그에서 선풍적인 돌풍을 일으킬 때 단번에 로베르토 데 제르비 브라이튼 감독에게서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고 대뜸 반응했던 건 바로 이런 것 때문입니다.
여튼 어느 팀에 갈지 모르겠지만, 김 감독의 다음 큰 도전에도 언제나 행운이 따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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