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보헤미안 人터뷰
부산 아이파크
조성환 감독
풋볼 보헤미안입니다.
최근 한국 축구계를 뒤덮고 있는 굵직한 이슈가 워낙 많아 가린 감이 있지만, K리그에서 손꼽힐 만한 소식이 있다면 아마 조성환 감독의 거취였을 듯합니다.
조성환 감독은 인천에서 환상적인 4년을 보냈습니다. 늘 K리그1 잔류를 걱정하던 팀을 이끌고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안기며 인천 팬들의 자부심을 안겼죠. 올해는 꽤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었는데, 지난 7월 5일 갑작스러운 사임 소식을 팬들에게 전해 안타까움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김천 상무와 홈 경기에서 헹가래를 받으며 눈물의 이별을 알렸습니다.
4년 동안 인천과 함께 앞만 보고 달렸던 지도자이기에 한동안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듯했습니다. 그런데 9일 뒤, 조성환 감독은 놀랍게도 부산 아이파크의 새 사령탑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토록 빨리 ‘재취업’을 하는 경우가 없었기에 팬들 사이에서도 좀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지난 16일 부산 클럽하우스에서 공식 취임식을 가진 조 감독을 만났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부산과 함께 생애 첫 K리그2에 도전하는지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재충전하려다 부재 중 전화를 받고 부산행
Q. 부산에서 만나니 반갑습니다. 부산 사령탑 취임 소감부터 부탁드립니다.
“전통을 가지고 있는 부산 아이파크 25대 감독으로 취임하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하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여기 온 목적과 이유를 달성해 팬 여러분께 즐거움과 행복을 드리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며, 도전을 택한 만큼 모든 부분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Q. 이 질문부터 먼저 하고 넘어갔으면 합니다.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9일 만에 부산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갑작스러운 사임과 결과적인 측면에서 이적이 되었는데 어떤 일이 있었나요?
“인천의 변화를 위해서 제가 좋게 사퇴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저도 당분간 재충전을 하고 싶었고, 휴식을 취하며 제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구상하고 있었죠. 쉴 때, 제게 정말 많은 격려 메시지가 왔습니다. 이렇게나 사랑받았나 싶을 정도로 많이 연락을 받았죠. 그런데 사실 모르는 전화번호가 몇 개가 있었어요. 모르는 전화번호를 받으면 실례가 될 수 있잖아요? 전화를 걸었는데 제가 누구세요 하면 실례잖아요. 그런데 문자로 김병석 부산 아이파크 대표님이 전화 한 통 부탁드린다고 다시 연락이 왔어요.”
“전화를 통해 이야기가 진행됐어요. 그때 부산의 철학과 비전을 말씀해주셨고요.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은 재충전보다는 한번 여기서 초심으로 돌아가서 새롭게 도전을 해보는 게 해보고 싶었습니다. 만약 제안이 K리그1에서 왔다면 고민도 했겠죠. 구단과 얘기를 했었을 것이고, 무엇보다 도의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럴 자신도 없었고요. 인천에서 4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인천을 상대로 게임을 한다는 경기를 한다는 거는 저는 좀 많이 두려웠습니다. 물론 1부에서 오퍼가 오진 않았지만 올까봐 많이 두려웠습니다.”
“또, 부모님께서 또 가까이 계시고 좀 연로하십니다. 모든 어떤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또 잃을 수 있는 부분들이지만, 모든 목표와 상황이 부합해 이런 결정을 내렸습니다.”
Q. 4년 동안 인천에서 활동하며 많이 지쳤을 텐데 ‘워커홀릭’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며, 프로는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인천 팬들에게도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K리그2는 처음, 쉬운 무대라고 생각한 적 없어
Q. K리그2는 프로 지도자 커리어 중 처음입니다. 어떤 무대인 것 같나요?
“지금 순위가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거의 갭이 없죠. 어떻게 보면 우리가 지금 9위를 하고 있지만, 엊그제 경기에 1위 팀 안양과 경기해서 2-0으로 이겼죠. 물론 K리그1든 K리그2든 변수가 많고 전력의 격차가 또 있을 수 있죠. 하지만 어떻게 경기에 임하느냐에 따라서 또 그 결과도 또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K리그1이든 K리그2든 감독으로서 느끼는 애로사항과 힘든 부분이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코치들이나 아니면 분석관들과 함께 짧은 시간 내에 팀을 더 잘 파악하는 게 실패를 줄이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말씀하신대로 K리그2에서는 경쟁의 강도가 다릅니다. 누구나 1위가 될 수 있습니다. 가장 강력한 승격후보라는 수원 삼성도 저렇게 힘든 싸움을 벌이기도 합니다.
“저는 K리그2라고 해서 쉬운 무대라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여기가 더 어떻게 보면 치열하고 어렵고 힘든 곳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임하면 두려울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북 현대 U-18팀(전북 영생고) 창단했을 때 얘기를 하자면, 아무 것도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도 결과를 이뤄냈던 경험도 있습니다. 그런 자신감을 가지고 임하겠습니다. 이곳의 구성원들이 저를 많이 도와줄 거라 생각합니다. 함께 만들어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Q. 부산 데뷔전이 현재 11경기 연속 무패인 전남 드래곤즈를 상대하는 원정 경기인데, 부담스럽지 않나요?
“할 수 없다고만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저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있게 승부에 임해야죠. 전남이 2위이긴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1위 팀(안양)도 이겼습니다. 못할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 선수들이 남은 준비 기간 동안 어떤 준비를 하느냐, 그리고 어떤 자세로 임하느냐는 생각으로 임해야 합니다. 4월 7일 우리가 0-1로 졌죠? 그렇다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경기 결과에 대한 걱정이 많다? 그래서 두렵다? 그러면 결과를 못 만들어냅니다.”
인천에서 그랬던 것처럼 부산 팬들에게도 좋은 선물 드리고 싶다
Q. 그렇다면 부산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영상으로 경기를 좀 봤고요. 안양 원정 경기를 직접 가서 봤습니다. 기술적으로 상당히 좋은 선수라고 생각하고,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보태고 싶습니다. 선수들의 멘탈을 잘 아우르고, 매니지먼트 측면에서 선수들을 잘 관리하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Q. 그렇다면 선수들의 마인드셋은 어떻게 변화시킬 생각이신지?
“강해져야죠. 프로 축구에서는 체력이 중요하지만, 그보다 멘탈이 더 우선한다고 봅니다. 우리는 챔피언이 아니고, 1위 팀이 아닙니다. 그래서 도전하는 자세로 승부해야만 합니다. 더욱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고 훈련도 열심히 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 점을 더 선수들에게 주문하고 싶습니다.”
Q. 부산이 오랜 역사와 화려했던 과거에 비해 현재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는 팀입니다. 인천처럼 달콤함을 전해주실 수 있을까요?
“도전해서 성취를 이루면 그 쾌감은 감독으로서 정말 크죠. 그래서 인천 팬들에게도 감사한 게 제게 좋은 추억을 많이 주셨기 때문입니다. 지금껏 살아오며 많은 일이 다 기억에 남지 않지만 그때는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서 부산 팬들에게도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 이번에 안양 원정에 정말 많은 팬들이 오셨더라고요. 부산 팬들에게도 좋은 추억을 남겨드리고 싶습니다. 반드시 그리 되도록 하겠습니다.”
Q. 올해는 팀을 알아가는 시즌으로 여겨야 할까요? 아니면 곧바로 순위 경쟁하실 생각이신가요?
“카메라가 이렇게 돌고 있는데 어떻게 그걸 얘기해야겠습니까. 하하. 일단 저는 선수들에게 얘기했습니다. 특히 주장인 이한도 선수에게 목표가 무엇인지 물었는데요. 승격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승격할거냐고 되물었어요. 말 그대로 목표만 잡지 말고 승격을 위해 디테일하게 어떻게 준비할지 고민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자랑삼아 얘기한 게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다이렉트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요. 그리고 플레이오프라는 다른 길도 있죠. 아직 우리에게도 길이 열려 있으니 노력하자고 얘기했습니다. 물론 저 혼자 이런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되죠. 모든 구성원이 그래야 합니다. 우리의 목표가 승격이라면 올해부터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년에 승격할 수 있다는 보장이 어디 있습니까?”
Q. 부산 팬들이 기대가 큰 듯합니다. 팬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남겨주세요.
“기대가 크신 걸 압니다. 저도 책임감이 있어야 하고요. 프로스포츠에서 팬이 없으면 우리가 존재할 수 없다고 봅니다. 저는 단순히 성장하고 커리어를 키우기 위해서 온 게 아닙니다. 팬들의 간절한 바람과 꿈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충족시켜드리려고 노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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