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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 진출한 18개 팀 @AFC

풋볼 보헤미안입니다.

 

AFC(아시아축구연맹)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 출전한 18개 국가대표팀에 오는 85일까지 선수 예비 명단을 제출하라고 공지했습니다. 각 팀은 35명 선수를 예비 등록할 수 있으며, 골키퍼는 최소 세 명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6일부터 선수를 추가 등록할 수는 없지만, 코칭스태프 및 지원스태프 변경은 가능합니다.

 

AFC 규정에 의하면, 최종예선 진출 팀은 사전에 등록된 예비 명단 35명 선수 내에서 23명의 최종 명단을 선택할 수 있으며, 경기 당일 각 팀은 최대 11명의 코칭스태프 및 지원스태프를 등록할 수 있습니다. 코칭스태프 및 지원스태프는 감독·팀 매니저·미디어 오피서·의료진 등이 포함됩니다.

 

또한 AFC는 이번 최종예선과 관련해 코로나 팬더믹 때 도입된 경기당 다섯 명 교체 규정을 유지할 계획입니다. 최대 다섯 명을 교체할 수 있는데, 교체 타이밍은 세 번의 기회 내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다만 뇌진탕 선수가 발생할 경우 선수 안전을 위해 추가적으로 한 명 더 교체할 수 있습니다.

 

최종예선에는 총 18개 팀이 출전합니다. 홍명보 감독을 선임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번 최종예선 B그룹에서 이라크·요르단·오만·팔레스타인·쿠웨이트 등 중동 국가들과 홈 앤드 어웨이 레이스를 벌입니다. 홍명보 감독이 최종예선을 함께 준비할 35명을 어떤 선수로 채울지에 시선이 모입니다.

 

한국은 95일 국내에서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최종예선 첫 경기를 치르며, 10일 무스카트 술탄 카부스 스타디움에서 오만을 상대로 원정 경기를 치릅니다.

 

다음은 최종예선 조 편성입니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조 편성 @AFC

이상 풋볼 보헤미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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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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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풋볼 보헤미안입니다.

 

홍명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드디어 취임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지난 202478일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을 제75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되었음을 알린 후, 3주가 흐른 시점에서야 대표팀 새 출범을 알리는 취임 기자회견을 연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홍 감독이 공식적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것에 대한 소견을 어떻게 밝힐 것인지에 대해 귀를 기울였습니다. 국정감사까지 거론될 정도로 가뜩이나 분위기가 최악인 터라 반전을 시킬 만한 동력이 이번 인터뷰에서 나올지 애당초 의문이었고, 막상 기자회견이 끝나니 실제로 사람들의 반응은 굉장히 부정적이었습니다. 그의 취임 기자회견에서 특히 주목받았던 멘트를 정리하고 제 생각을 남깁니다. 가장 납득이 안 되는 그의 말은 가장 먼저 나왔습니다.

 

울산과 K리그 팬들에게 죄송하지만, 대표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홍명보입니다. 기자회견에 앞서 지난 5개월 동안 여러 논란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K리그 팬들과 약속을 저버려 미안함과 무거운 마음을 갖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동안 큰 성원을 보내주신 울산 HD 팬들에게 사과와 용서를 구하려고 합니다. 저는 울산 팬 여러분이 보내주신 뜨거운 지지 덕에 다시 감독으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이번 선택이 팬 여러분에게 실망감을 드렸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죄송합니다. 울산, K리그 팬들께 깊은 용서를 구하며 어떤 질책과 비난이든 받아들이고 겸허히 수용하겠습니다. 실망하신 팬들에게 용서 받는 방법은 제가 제 자리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성장과 발전을 이끄는 길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습니다.”

 

홍 감독은 자신의 취임사 첫 머리에 K리그 팬과 울산 팬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내용을 채웠습니다. 하지 않겠다고 공석에서 대놓고 선언했으나 이를 손바닥 뒤집듯 번복해버린 것에 대한 대응이었는데요. 풋볼 보헤미안은 홍 감독이 요즘 사회에서 가장 해서는 안 될 사과를 한 것 같습니다. 그냥 어떤 질책이든 비난이든 받아들이겠다는 정도로 마무리했다면 어땠을까요?

 

대표팀의 성장과 발전, 그러니까 대표팀 성적으로 용서를 받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K리그와 대표팀은 한국 축구라는 커다란 카테고리에서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은 맞습니다만,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저는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K리그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건 분명한 참입니다. 하지만 대표팀이 성적을 내면 그 분위기가 K리그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죠.

 

하지만 그래서 그게 K리그가 대표팀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되는 건 아닙니다. 좀 더 거칠게 표현하자면, K리그와 홍 감독을 빼앗긴 울산 팬들 중 대다수는 대표팀이 무슨 성적을 내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홍명보 감독 @YTN 캡쳐

시끄러웠던 지난 과정을 떠올려볼 때, 심지어 말 뒤집기와 거짓말 논란이 있었던 홍 감독의 상황에 더 주목해서 전망하자면, 많은 K리그 팬들이 설령 대표팀이 좋은 성과를 낸다고 치더라도 그건 대표팀의 성공이자 홍명보 감독의 성공일지는 몰라도, K리그와 울산의 성공은 아니라고 생각할 겁니다. 외려 모두의 박수와 격려를 받아야 할 대표팀을 적대감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한국 축구를 위해 대표팀을 응원해달라? 팬들의 굉장한 거부감을 사는 발언이 아닐까요?

 

지금 상황은 안타깝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홍명보 감독이 언제든 한 번은 더 대표팀을 맡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어서 더 그랬는지 모릅니다.

 

풋볼 보헤미안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현장에서 취재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도 대표팀은 의리 축구 논란으로 경기 외적으로 크게 상처를 입고 본선으로 향했고, 풋볼 보헤미안도 정말 많은 비판 기사를 쏟아낸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그를 어느 정도 이해를 했습니다.

 

그때 홍명보 감독에게 주어진 준비 기간이 1년 채 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 짧은 기간 동안 월드컵 본선이라는 거대한 과업을 해낸다? 홍명보 감독 처지에서는 자신이 잘 아는 선수로 승부를 볼 수 없었을 겁니다. 결국 실패하고 말았지만, 전 당시 홍 감독의 선택이 적어도 그의 입장에서는 성공 가능성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수였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설령 따가운 질타가 있어도, 외부의 비판을 통해 내부를 단결한다는 식의 발상이었다고 봅니다. 실제로 당시 대표팀 분위기가 그랬고요. 하지만 외부 비판을 똘똘 뭉쳐 버텨내는 팀은 제 기억에는 거의 없습니다. 실력과 결과로 말한다? 어찌 보면 이상일 뿐, 사실 도박에 가까운 노림수입니다.

@쿠키뉴스

그래서 만약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또 잡게 된다면, 반드시 두 가지 전제 조건이 뒤따르길 바랐습니다. 첫째, 넉넉한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무엇보다 박수 받는 가운데에서 대표팀이 출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홍명보호 1기가 이 두 가지가 없어서 망가져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런 좋은 조건을 갖추었을 때 지도자 홍명보는 어떤 성과를 낼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시쳇말로 시작부터 글렀습니다. 그의 말처럼 이번 기회가 마지막일 것이고, 더는 이런 기회가 없을테니까요.

 

물론 앞날은 모릅니다. 홍명보 감독이 주변의 우려와 질타에도 불구하고 성공할 수는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게 한국 축구의 성공이자, K리그와 울산 팬들이 만족할 만한 결과물인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대표팀의 성공은 홍명보의 만회이자 성공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단지 그뿐일 겁니다. 그래서 이런 식의 감독 선임은 안 된다고 많은 이들이 얘기했던 겁니다.

 

또 한 가지, 앞으로 모든 경기가 홍 감독을 물어뜯는 소재가 될 것입니다. 좋은 경기력을 통해 이긴다? 선수들이 잘해서 혹은 운이 좋거나 상대가 약해서라는 말이 따라붙겠죠. 좋지 못한 경기력으로 비기거나 진다? 그러면 모든 화살은 그러니까 홍명보를 뽑은 탓이라고 귀결될 겁니다. 어떤 상황이든 속된 말로 까이게 되는 팀을 맡는다? 그게 클럽이든 대표팀이든 맡아선 안 되는 겁니다.

 

하지만 홍 감독은 한국 축구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걸었습니다. 한국 축구를 위한다는 비장한 각오를 다졌지만, 아무도 높이 평가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나르시시스트라고 비아냥거립니다.

 

어쨌든 홍명보 감독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습니다. 꼭 승리하고 성공하십시오. 팬들의 비판이 잠들지는 모르겠지만, 꼭 성공해야 그 수위를 조금은 낮출 수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이 비난과 비판이 정말 따가울 겁니다.

 

풋볼 보헤미안이었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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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의 선임을 알리는 대한축구협회의 오피셜 @대한축구협회

홍명보 울산 HD 감독의 대표팀행 결심에 많은 의구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지난 8일 대표팀 감독 선임 브리핑을 통해 홍 감독을 임명했음을 공식화한 바 있습니다. 불과 이틀 전만 해도, 홍 감독은 강한 어조로 대한축구협회의 행정 난맥상을 비판하며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모두가 알듯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된 후, 홍 감독은 국내 지도자 중 가장 유력한 차기 대표팀 감독 후보였습니다. 본인이 직접적인 제안을 들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계속 후보로 거론되었고, 홍 감독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통해 관심 없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가장 최근 인터뷰에서는 울산 팬들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까지 남겼습니다. 그랬던 홍 감독이 갑자기 마음을 바꿔 대표팀 감독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3자 시각에서는 엄청난 반전으로 보일 수 있지만, 아마 그를 지지했던 울산 HD FC 팬들에게는 큰 충격과 배신감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어떤 방법으로 홍 감독을 설득했는지는 차치하겠습니다. 과정이 어찌되었든 홍 감독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남겼던 여러 언행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게 문제입니다. 홍 감독은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의 상황에 대한 학습 효과를 언급하며 대한축구협회를 비판했는데, 정작 본인도 그 학습 효과를 무시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군다나 이 학습 효과는 홍 감독의 축구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본인 스스로가 더 뼈에 새겼어야 했던 것들입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기자회견에 임한 홍명보 감독 @풋볼 보헤미안

시간을 되돌려봅시다. 2014FIFA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홍 감독은 최종 엔트리에 박주영을 선발해 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박주영은 아스널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여러 팀에서 임대 생활을 하며 확고한 입지를 다지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런 박주영을 선발한 것은 큰 논란이 될 만한 일이 아닙니다. 1982FIFA 스페인 월드컵을 앞두고 엔초 비아르초트 이탈리아 감독이 토토넬로 승부조작 사건에 휘말려 2년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한 파올로 로시를 선발해 월드컵 우승을 이룬 사례도 있습니다. 로시는 아예 득점왕까지 차지했죠. 아무리 좋지 않은 여건에 놓인 선수라도 그의 실력을 믿는다면 감독은 그 선수를 선발할 수 있습니다. 선수 선발은 어찌되었든 감독의 권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박주영을 선발했을 때 논란이 일어난 이유는 홍 감독이 소속팀에서 정기적으로 출전하는 선수에게만 대표팀의 문호가 열려 있다고 강조해 왔기 때문입니다. 홍 감독은 본인의 선수 선발 원칙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그런데 박주영을 선발한 후 인터뷰에서 자신이 원칙을 깨고 박주영을 뽑았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이로 인해 의리 축구논란이 시작되었고, 이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홍 감독의 팀을 침몰시키는 원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10년 전 홍명보 감독의 박주영 선발과 관련한 입장 표명 @JTBC 캡쳐

브라질 월드컵을 현장 취재했었기에 그때를 생생히 기억합니다. 풋볼 보헤미안은 당시 홍 감독이 박주영을 선발한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진짜 문제는 홍 감독이 쓸데없이 자신의 선발 원칙을 공언하며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는 것입니다.

 

마음껏 선수를 선발할 생각이었다면 그 기준을 밝히지 않았어야 했습니다. “, 제가 원칙을 깼습니다라고 했던 홍 감독의 말은 원칙을 깨도 결과로 증명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기 위함이었겠지만, 그간 원칙주의자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던 홍 감독에게는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본인이 원하지 않았겠지만 거짓말쟁이라는 나쁜 프레임에 갇히게 된 결정적 빌미가 됐으니까요.

 

시간이 꽤 흐른 후, 홍 감독에게서 당시 박주영 선발의 진짜 이유를 듣고 나니 축구적 시각에서는 합당하게 여겨졌습니다. 홍 감독은 20143월 그리스 원정 평가전에서 박주영에게 마지막 기회를 줬습니다. 홍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 자신의 원칙을 고수하며 박주영을 불러들이지 않다 그리스전을 통해 정말 마지막 기회를 준 것입니다.

 

그런데 박주영이 그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이에 홍 감독은 원칙을 깨고 박주영을 선발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어쨌든 선수가 경기를 통해 가치를 증명했으니까요. 하지만 홍 감독이 쌓아올린 원칙의 장벽은 박주영이 넣었던 그 한 골로 넘어설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미디어와 팬들은 대표팀의 부진을 비난하며 홍 감독의 커리어에 큰 생채기를 남겼습니다.

홍명보 울산 감독과 조현우 @풋볼 보헤미안

이번 상황에서 홍 감독을 변호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팬들에게는 의리가 중요하겠지만, 축구 비즈니스에서 이와 같은 스탠스 변화는 흔한 일입니다. 홍 감독이 협회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에 마음이 흔들렸을 수도 있습니다. 시즌 중 팀을 비우고 다른 팀으로 가는 것이 옳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축구판에서는 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케이스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요.

 

그러나 10년 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안 해도 될 공언 때문에 의리 축구프레임에 갇혀 괴로운 시기를 보냈던 아픈 경험을 가진 홍 감독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이름이 꾸준히 오르내렸던 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해 확언에 가까운 말을 남기지 말았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조심했더라도 비판받을 소지가 없지는 않겠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는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10년 전 비판을 받았던 잘못을 반복하며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홍 감독의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언젠가 홍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아 본인이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은 했습니다만, 이처럼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라니 씁쓸한 감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일단 아직 홍 감독의 입에서 아무런 말이 나오지 않았으니, 추후 있을 그의 인터뷰에 귀를 기울여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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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풋볼 보헤미안

“(감독으로) 누구를 뽑든 여론은 45대55로 갈릴 것이다. 누가 하든지 55일 가능성이 높다. 50% 이상 지지를 받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5일 천안축구센터에서 열렸던 2024 대한축구협회 한마음 축구대회에 참석해 남긴 말입니다. 한마음 축구대회가 제가 듣기론 대한축구협회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친목과 단합을 위한 축구대회였다는데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이 대회가 한동안 거의 열리지 않았던 것으로 저는 기억하는데, 뭐가 어쨌든 공 하나를 두고 땀을 흘리며 팀워크를 다지는 축구 본연의 재미와 의미를 통해 그간 적대적인 미디어를 어루만지는 게 나빠 보이진 않습니다. 시기가 시기다 보니 오죽하면 하는 생각도 들지만서도.

 

어쨌든 정몽규 회장의 말을 계속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대표팀 사령탑은 한 팀을 만드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전술적인 부분들은 알아서 잘할 것이라 생각한다. 전력강화위원회에도 '누가 할 것'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뭔지 먼저 정한 후 절차적 정당성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우리가 필요한 것이 뭔지 정의하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

 

저는 이 말을 접하면서 갑갑함이 밀려오더라고요. 시중에서 말하는 유체이탈화법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글자 그대로만 받아들이면 굉장히 옳은 얘기입니다. 우리가 어떤 축구를 할 것인지 먼저 정한 후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 알맞은 감독을 영입해야죠.. 문제는 이 프로세스가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이후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겠죠.

 

이미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해외 매체와 인터뷰에서 카타르 월드컵 기간 만났던 정 회장과 가벼운 티타임에서, 더 가볍게 새 감독 찾느냐라고 농담 한 번 한 게 감독 선임으로 이어졌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 클린스만 감독 체제가 처참하게 무너진 후, 다섯 달 동안 새 감독을 뽑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미 무너진 절차적 정당성을 기존의 협회 내 질서 내에서 다시 곧추세우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일까요? 옳은 얘기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메시지에 정당성에 실립니다.

 

우리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게 어려운 것 같다는, 나름의 문제점 분석은 더 갑갑하게 만듭니다. 기억을 되짚어봅시다. 홍명보-김판곤 감독 체제에서 한국 축구가 시도했던 건 이른바 능동적 축구(proactive football)’였습니다.

 

월드컵 본선에서도 소위 강호라 불리는 팀과 대등하게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축구를 하자는 대전제를 깔았습니다. 그 대전제 하에서 여러 지도자가 거론되었고 파울루 벤투 감독이 최종 낙점되었습니다. 그리고 벤투 감독 재임 기간 내내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에서 정말 그런 축구를 할 수 있느냐는 논쟁이 있었습니다. 꽤 시끄러웠죠. 저도 그때 솔직히 이 능동적 축구의 성공 가능성이 꽤나 부정적이었습니다. 솔직히 생전 볼 수 없었던 그림이었기에 해낼 수 없다는 생각이 더 앞섰거든요.

파울루 벤투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풋볼 보헤미안

그런데 이 논쟁 여부를 차치하고, 벤투 감독 선임 과정만 놓고 보면 정 회장의 말처럼 굉장히 깔끔했습니다. 어떤 축구를 할 것인지 먼저 정하고, 그에 걸맞은 게임 플랜을 가진 감독을 데려왔으니까요. 결과까지 따랐으니 지금도 홍명보-김판곤-벤투 체제가 축구팬들의 기억 속에서 호평을 받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과연 대한축구협회가 그와 같은 길을 걸었나요?

 

벤투 감독 체제에서 악착같이 고수했던 능동적 축구를 앞으로도 계속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저는 상대에게 주도권을 넘겨주고 경기 상황에 따라 대응하는 축구(reactive football)를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방법론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사안이며, 축구는 결국 결과론이기에 성과가 따라온다면 이 축구 철학 역시 능동적 축구만큼 찬사 받을 수 있겠죠.

 

제가 따지고 싶은 건 벤투 감독 부임 후 새 사령탑을 뽑을 때 능동적이든 수동적이든 그 방향성을 정했는지 여부입니다. 그리고 과연 정몽규 회장의 탑다운 오더 방식이 그 방향성을 정하는 정당한 수단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정 회장이 구단주로 있는 부산 아이파크라면 그게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팬들의 반발은 둘째치고, 어쨌든 가장 큰 권한을 지닌 구단주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됩니다. 자기 구단을 죽이든 살리든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하지만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그런 자리가 아닙니다. 혹자는 언젠가 제게 정몽규 회장을 두고 협회를 부산 아이파크 운영하듯이 한다라고 비판하던데, 그게 빈말로 들리지 않습니다.

 

더 갑갑한 건 지난 620일 대한축구협회가 2024 KFA 한국축구 기술철학 발표를 통해 향후 어떠한 축구를 할 것인지 방향성을 정했다는 것입니다. 무려 304.2mb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인데, 정작 정몽규 회장은 한국 축구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게 어려운 것 같다고 말합니다. 파일 용량을 보니 협회 기술국 실무자들 꽤나 고생했을 듯한데 한 방에 힘 빠지게 만드는 발언이네요. 분명히 회장에게 보고가 되었을 텐데, 앞으로 이런 축구를 하겠다는 방향성을 확립한 이 사안에 대해 회장이 모르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0일 대한축구협회가 발간한 기술철학 발표 대 언론 브리핑 자료

이런 걸 보면 전력강화위원회도 파행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담당 파트에 전문가가 백날 치열하게 토론해서 안을 만들어 가면 뭐하나요? 해당 파트 비전문가인 회장은 사안에 대해 인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혹은 이미 내면에서 결심을 내리고 바라는 안이 올라오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실무 책임자에게 결정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절차적 정당성을 언급하기 전에, 올바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제대로 된 절차가 있는지부터 의심이 듭니다.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일본이 8강에서 이란에 밀려 탈락했습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전력을 가졌다고 평가되던 일본이 대회 내내 난맥을 드러내다 비슷한 체급의 팀을 만나자 탈락했으니 일본 축구계가 받았을 충격이 꽤나 컸을 겁니다. 그때 타지마 코조 일본축구협회 회장은 곧장 믹스트존에서 기자들을 만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내비치며 계속 대표팀 전력 강화를 위해 최대한의 지원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일본 내 부정적 여론은 정말 하루 이틀 만에 금세 사라졌습니다.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마담 팡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태국 축구의 대모로서 한국 팬들에게도 이름과 얼굴을 널리 알린 누안람 란삼 태국축구협회 회장도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최종예선행 실패가 확정됐을 때 대국민 사과를 하며 선수단을 보호했습니다. 홈 한국전에서 0-3으로 패배했을 때도 고개를 숙였죠. 중국에 승자승 원칙에 밀려 최종예선행에 실패했던 태국 내에서는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단, 그 선수단을 위해 앞에 나와 수습하려 했던 회장에게 박수가 나왔습니다. 리더십이라는 건 이런 겁니다.

 

모두가 알듯이 클린스만 감독이 떠난 후 5개월 동안 한국 축구 대표팀 상황은 더욱 안 좋아졌습니다. 우리 회장님, 그간 잘 안 보이시다가 오늘은 얼굴을 내놓고 본인 생각을 얘기하신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의 말을 접하니 또 갑갑해집니다. 어쨌든 시간은 갑니다. 여전히 어수선하지만, 아직은 정몽규 회장의 시간입니다. 인내의 시간, 정몽규 회장이 이길까요? 여러분이 이길까요? 어질어질합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풋볼 보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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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한국전이 벌어졌던 싱가포르 국립경기장 @풋볼 보헤미안

싱가포르에 있었던 풋볼 보헤미안입니다.

 

이강인의 싱가포르전 이후 믹스트존 인터뷰 거절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강인은 지난 6일 밤 9(한국 시각)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벌어졌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그룹 5라운드 싱가포르 원정 경기에서 멀티골을 성공시키며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7-0 대승을 이끌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과 더불어 멀티골을 성공시킨 선수였기에, 이름값 여부를 떠나서라도 최고 공헌 선수인 만큼 취재진 입장에서는 반드시 인터뷰가 필요했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기사가 나왔듯이 이강인은 인터뷰를 거절하고 현장을 떠났습니다. 풋볼 보헤미안도 그 현장에 있었는데요. 단순히 이강인이 인터뷰를 거절하고 현장을 떠났다 이 한 문장만 보면 단순히 또 기레기, 또 그러네이런 식으로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리 생각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그때 현장 상황을 아신다면, 단순히 이렇게 생각하시는 게 조금 갑갑한 감이 있습니다.

싱가포르-한국전 직후 공식 기자회견 @풋볼 보헤미안

상황적인 측면에서 말씀드릴게요. 선수 호칭은 빼겠습니다. 경기가 현지 시각으로 10시에 끝났습니다. 그리고 대표팀은 거의 자정 조금 못 안 되는 시간에 스타디움을 떠났습니다. 본래 계획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는데요. 그래서 당초 취재진은 대한축구협회 미디어 관계자들과 경기 후 인터뷰 풀 계획(소스 공유)을 짜고 최대한 간결하게 인터뷰를 진행하려고 했습니다. 최대한 선수들이 경기장을 빨리 떠나게끔 배려하고자 한 것입니다. 어찌 됐든 대표팀이 대회에 나가면 취재진도 한 팀이라는 생각으로 임합니다.

 

그런데 정작 경기가 끝나니 팀이 스타디움을 조금 늦게 떠나게 됐습니다. 공항에서 정처없이 대기하다 일반인들과 섞여 더 피곤한 상황을 겪는 것보다는 차라리 경기 후 라커룸에서 씻고 대기하는 게 더 낫겠다고 협회 측 관계자들이 판단한 것인데요. 시간적 여지가 생긴 덕에 취재진들은 경기 후에 제법 많은 인물들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시간상 취재진 모두 들어가기 힘들 법한 경기 후 기자회견에 들어갈 수 있었던 덕에 김도훈 임시 감독과 손흥민의 소감을 들을 수 있었고요. 믹스트존에서는 주민규·황재원·황인범·오세훈 그리고 이날 데뷔골을 터뜨린 배준호도 A매치 데뷔골 매치볼을 들고 기념 사진을 찍는 등 훈훈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싱가포르축구협회(FAS)에서도 한국 출신 귀화 국가대표 송의영의 인터뷰를 주선해주기도 했습니다. 선수들이 스타디움을 떠나기 전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는 곳인 믹스트존은 본래 그런 공간입니다.

A매치 데뷔 매치볼을 들고 기념 촬영하는 배준호, 이 볼 싱가포르축구협회 관계자들이 챙겨 선물로 줬다고 합니다. @풋볼 보헤미안
싱가포르-한국전 직후 황인범 @풋볼 보헤미안
싱가포르-한국전 직후 주민규 @풋볼 보헤미안

하지만 단 한 선수 이강인만 한사코 거절을 했는데요. 경기 후 기자회견 이후 팀을 떠날 때까지 약 한 시간 가량 취재진의 믹스트존 인터뷰 요청, 이 요청을 받아들인 대한축구협회 미디어 담당자의 설득, 이강인의 거절이 오가는 실랑이가 이어졌습니다. 다른 선수들이 기꺼이 믹스트존에 나타나 경기를 리뷰하고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지만, 이강인은 마다한 것이죠.

 

그러다 뭔가 꿩 대신 닭처럼 손흥민이 믹스트존에 나타났습니다. 통상적으로 기자회견에 나선 선수들은 이미 많은 코멘트를 한 만큼 믹스트존 인터뷰를 하지 않는 편입니다. 취재진도 어지간해서는 기자회견에 나선 선수를 잡지 않습니다. 이미 많은 말을 들었으니까요.

싱가포르-한국전 직후 믹스트존 인터뷰에 '또' 응하는 손흥민 @풋볼 보헤미안

참고로 이날 손흥민은 경기 직후 피치에서 방송용 플래시 인터뷰까지 했으니 이날만 세 번이나 인터뷰에 응한 셈인데요. 옥신각신하는 상황을 선수 대표로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굳이 안 해도 되는 인터뷰에도 웃으며 또 나타나는 모습에 고맙기까지 했습니다. 단순히 일 차원을 넘어뭐라고 할까요. 인간적인 마음 씀씀이가 보여 고마웠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이강인은 팀 버스가 창이국제공항으로 떠나기 직전이 되어서야 믹스트존에 등장했습니다. 경기 소감이라도 듣고 싶었던 몇몇 기자들이 한 마디 해달라는 말을 간곡히 던졌지만 미소와 손짓으로 양해를 구하고 그냥 버스에 올랐습니다.

 

저는 기자 생활을 십수 년째 하면서 많은 선수들을 만나봤습니다. 믹스트존 인터뷰가 의무 사항이냐 아니냐 이걸 떠나(본래 의무이지만 사문화된 규정이라고 봅니다. 이걸 가지고 선수에게 페널티를 물게 하는 경우는 지금껏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까요), 대부분의 선수들은 인터뷰에 기꺼이 응하며 자신의 가치를 어필합니다. 혹은 대중들이 가질 법한 오해를 풀려고도 노력합니다.

 

지금은 직접 소셜 미디어로 소통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팬들과의 소통 창구가 바로 이런 미디어와 인터뷰였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선수-기자 신분이지만, 사실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라 인간적인 교감도 많이 나눕니다. 선수든 기자든 결국 감정 가진 사람이기에 이런 소통이 있어야 그릇된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개인적으로 이강인이 믹스트존을 그냥 떠나버리는 모습을 두 번 직접 봤습니다. 작년 6월 엘살바도르전, 그리고 엊그제 싱가포르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믹스트존을 통해서 걸어 나간 게 어디냐는 자조 섞인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의 모 선수는 아예 믹스트존을 거치지 않고 다른 창구로 경기장을 떠나는 일도 있었거든요. 그 선수는 커리어 내내 미디어와 전쟁을 치러야 했고, 한때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습니다.

 

선수가 믹스트존 인터뷰를 피하려는 것, 그로 인해 오해가 생긴 미디어가 공격하는 것 이런 악순환의 굴레를 떠나 그냥 서로 만나 터놓고 소통하면 이런 일이 없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풋볼 보헤미안은 차라리 믹스트존에서 기자들을 만나 논쟁하고 마음에 안 들면 ‘기자 갈구는선수가 더 좋습니다. 생각이 다르다 하더라도, 일단 만나서 얘기를 해야 서로 어떤 생각인지 알 수 있고 오해를 하지 않으니까요. 시쳇말로 그냥 하고 말면 모두가 편한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풋볼 보헤미안의 생각이었습니다.

싱가포르-한국전 후 경기장을 떠나는 이강인 @풋볼 보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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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질문에 대부분 짤막한 답변을 남기는 식이었지만, 마음 속에 담긴 감정이 꽤 진심으로 다가왔습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새로 승선한 스트라이커 오세훈은 두고 하는 말입니다.

 

오세훈은 오는 66일 밤 9(한국 시각)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열릴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그룹 5라운드 싱가포르 원정 경기를 위해 지난 2일 저녁 동료들과 함께 싱가포르에 입성했습니다. 2024시즌 일본 J1리그에서 마치다 젤비아의 돌풍을 이끄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오세훈은 김도훈 임시 감독의 호출을 받아 A대표로서 검증을 받게 됩니다.

 

여러모로 시선을 모을 수밖에 없는 선수입니다. 이번 싱가포르 원정에 임한 대표팀의 명단은 조금 색다릅니다. 지난 2년간 대표팀 최전방을 책임졌던 황의조와 조규성이 없으며, 그 백업 구실을 맡았던 오현규도 이번에 오지 못했습니다. 지난 3월에 최고령 A매치 데뷔를 한 주민규가 그나마 연속성을 가진 국가대표 발탁에 성공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오세훈이라는 새 이름이 등장했습니다.

“일단 기뻤지만 명단에 포함됐다는 자체가 너무나도 영광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좋은 것뿐만 아니라 책임감이 제일 먼저 생겼던 것 같아요. 대한민국 나라 대표를 위에서 뛴다는 자체가 책임감을 일단 가장 크게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오세훈의 국가대표 발탁 소감입니다. 오세훈은 2024시즌 일본 J1리그에서 17경기 출전 61도움을 기록하며 쾌조의 페이스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경기력을 보이면 대표팀의 부름을 받는 게 꽤 합당해 보입니다. 그리고 프로 데뷔팀 울산 HD FC를 떠나 일본으로 건너온 후 지금의 경기력을 보일 때까지 2년 동안 꽤나 고생했던 시절을 떠올리면 올해 준수한 경기력과 대표팀 발탁은 오세훈에게는 고무적인 결과물입니다. 더욱이 울산 팬들의 큰 비난을 사며 감행한 이적이었기에 오세훈이 지난 2년 동안 맛본 몰락은 다른 누구도 아닌 오세훈에게 너무 치명상으로 남을 만한 일이었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경험한 용병의 삶이 얼마나 냉혹한지를 뼈저리게 느꼈을 오세훈입니다.

“일본 간 거에 대해서는 후회는 없었는데 일본 가는 그런 과정에 대해서는 조금 후회를 했었던 것 같아요. 그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제가 성장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충분히 2년이라는 시간이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울산에 그냥 남아있는 게 더 나았던 선택이었을까요? 오세훈은 그래도 일본으로 가는 게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일본에 가면서 매끄럽지 못했던 이적 과정이 계속 마음에 남았던 듯합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갑작스레 J1리그 하위권이었던 시미즈 에스펄스 이적, 게다가 시미즈가 지불해야 했던 바이아웃 금액과 관련한 갈등 등이 원인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오세훈과 홍명보 울산 감독의 말이 서로 다르기도 했습니다. 자연히 울산 팬들의 미운 털이 박혔는데요.

 

“아쉽기라기보다 제가 후회를 많이 했었죠. 그리고 울산 팬들이나 감독님을 포함해서 모든 분들에게 죄송했던 것 같아요.”

 

이번 싱가포르 원정을 통해 2년 동안 마음 속에만 담아두고 앓았을 사과를 했습니다. 그래선지 조금은 후련해보이는 표정처럼 느껴졌습니다. 마음의 짐을 덜었으니 6일 싱가포르전에서 보다 건강한 멘탈 상태에서 승부에 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주민규와 경쟁에서 이겨야겠지만요. 그런데 풋볼 보헤미안이 보기에는 3월에 처음 실험한 주민규와 이제 갓 선발된 오세훈의 출발선 차이가 그리 커 보이진 않습니다. 더군다나 지금 대표팀은 임시 감독 체제입니다. 멀리 볼 이유가 없는 김도훈 감독은 당장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는 선수를 선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시즌 골 수는 오세훈이 주민규보다 앞섭니다.

 

과연 마음 고생이 심했던 오세훈이 다가오는 싱가포르전에서 깜짝 선발 명령을 받을 수 있을까요? 오세훈은 이런 각오를 남겼습니다. 풋볼 보헤미안은 싱가포르 현지에서 그 각오가 현실이 될 수 있을지를 지켜보겠습니다.

“공격수로서 책임감을 다 해서 득점을 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리고 득점을 떠나 팀을 위해서 희생해서 다 같이 승리하는 게 저의 각오고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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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드래곤즈

풋볼 보헤미안 터뷰

 

전남 드래곤즈 FW

존 몬타노

 

2023시즌 전남 드래곤즈는 14득점 14도움을 기록하며 마구 날뛰던 발디비아를 가지고도 승격하지 못했습니다. 정확히는 플레이오프에 발을 담그지도 못했죠. 팀보다 위대한 개인은 없지만, 지난해 전남을 설명할 때 발디비아를 빼놓고는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MVP급 활약을 보이는 선수라도 그저 그 선수에게만 의존해서는 팀의 목표를 이룰 수 없음을 증명한 사례가 아닐까요?

 

하지만 올해 2024시즌의 전남은 다를 겁니다. 발디비아는 지난해와 별반 다를 바 없이 뛰어납니다. 52도움을 기록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발디비아만 홀로 빛나는 팀이 아닙니다. 무명의 골잡이 김종민이 득점 순위 2(8)에 랭크되어 있으며, 지금 소개할 콜롬비아 출신 공격수 존 몬타노는 도움 순위 1(5도움)에 올라있기 때문입니다. , 이젠 발디비아가 외롭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남도 발디비아에만 의존하는 팀이 아닙니다.

 

몬타노의 가세는 여러모로 전남에 큰 힘이 됩니다. 공격수들이 그저 골만 노리고 뒤엉키면 조직력을 살릴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동료를 위한 도우미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도우미 구실을 몬타노가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직접 만났던 몬타노는 그게 바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라며 팀의 목표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자세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몬타노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전남 드래곤즈 소셜 미디어

K리그가 마음에 듭니다

 

Q. 반갑습니다. 전남 유니폼을 입고 처음 경험하는 K리그 무대에서 훌륭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떠하세요?

반갑습니다. 일단 저는 전남에서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매우 편안하고, 매 순간을 즐기고 있죠. 다른 문화에서 다른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계속 일하고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제때 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한국에 오자마자 태국으로 가야했는데, 조금씩 잘 적응했다고 봅니다. 한국 문화를 조금 배웠는데 매우 좋은 것 같아요.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어 신께 감사드립니다.”

 

Q. 한국 생활은 어떠한지?

한국은 매우 평화롭고, 매우 윤리적이며, 존중을 중요시하는 나라인 것 같네요. 그리고 매우 안전한 나라입니다. 콜롬비아에선 파티를 즐기는 문화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 같아요. 이런 한국 문화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기술, 문화 등 많은 면에서 더 발전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Q. 직접 몸으로 겪어본 K리그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꽤 많은 경기를 뛰었는데, K리그는 상당히 강도가 높고 다른 리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네요. , 매우 전술적인 리그로, 신체적으로 잘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좋은 리그이며, 상당히 강도 높습니다. 그래서 매일 조금씩 더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기를 뛰면서 K리그를 더 잘 알게 됐습니다. K리그가 마음에 듭니다. 계속해서 노력하고, 열심히 일하여 팀 목표와 개인 목표를 달성하고 싶습니다.”

 

Q. 다른 나라의 리그와 비교하면 어떤가요?

저는 콜롬비아·미국·엘살바도르 등 여러 리그에서 경기했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강도입니다. K리그는 선수들이 더 많이 뛰고, 더 많이 압박하며, 전술적인 면이 매우 강합니다. 제가 뛴 중미 무대에서도 이런 경기가 종종 있지만 대개 볼을 가지고 정지하는 상황이 많습니다. 개념 자체가 다른 축구인 것 같아요. K리그가 훨씬 더 강하고, 훨씬 빠릅니다. 그런 면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중앙아메리카의 축구는 더 느리고, 여기는 더 빨라요.”

 

Q. 피지컬적으로 힘들지 않았는지?

어느 나라에서 뛰든 신체적으로 싸워나가야 한다고 봐요. 저는 늘 수준 높은 나라에서 경기하고 싶었습니다. 흥미로운 점도 많아요. 또한 한 인간으로서도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개인적으로 발전하고 싶습니다. 한국은 바로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전남 드래곤즈 소셜 미디어

내게 가장 중요한 건 항상 팀이 승리하는 것

 

Q. 공격 포인트(25도움)를 많이 만들어내며 빨리 적응하고 있습니다.

제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팀이 승리하는 것입니다. 저는 도움을 주는 걸 좋아하고, 골을 넣는 것을 좋아하며, 경기에서 뛰는 걸 좋아합니다. 경기를 잘 하지 못하면 집에 가서 조금 슬퍼지기도 해요. 왜냐하면 저는 스스로에게 매우 엄격하거든요. 팀을 먼저 생각하고 싶습니다. 저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않고, 항상 전술적인 움직임을 통해 팀을 돕는 걸 생각합니다. 그게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Q. 지난해 K리그2 MVP였던 발디비아와 함께 경기하고 있습니다. 호흡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일단 저는 발디비아를 존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는 클럽에서 매우 중요한 일을 해왔고, 작년에는 역사를 썼기 때문입니다. 발디비아는 매우 존경받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저는 발디비아를 돕고, 발디비아뿐만 아니라 모든 팀 동료들을 돕기 위해 왔습니다. 그것이 제가 한국에 온 이유입니다.”

 

팀 동료들이 더 나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 팀에 왔습니다. 예를 들어 발디비아가 작년에 10골을 넣었다면 올해는 15골을 넣도록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이곳 한국에서 내가 바로 존 몬타노라고 말하고 싶다거나, 오로지 저만 생각하려고 온 게 아닙니다. 그런 상황이 절 매우 행복하게 만듭니다. 팀이 점점 더 나아지도록 기여하는 것이 저의 초점입니다. 어쨌든 발디비아는 매우 존경받고 있으며, 중요한 선수입니다.”

 

Q. 전남이 K리그2에서 2위를 기록 중입니다. 이 순위를 유지하고 싶을텐데요.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현재 2위인데, 이를 유지해야겠죠. 항상 상위권에 있고자 하는 욕망을 유지해야 합니다. 저는 이 순위에 있는 게 매우 좋습니다. 그리고 계속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야 합니다. 상위권에 있는 게 매우 즐겁고 유지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뛸 생각입니다.”

 

Q. 승격을 간절히 바라는 전남 팬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나요?

항상 우리를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많은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많은, 아름다운 팬들입니다. 매우 귀여워요. 우리는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계속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목표인 승격을 이루기 위해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러분을 많이 사랑하고 있으며, 모두가 하나 되어 앞으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모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뛸 것입니다.”

@전남 드래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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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스틸러스 소셜 미디어

풋볼 보헤미안 人터뷰
 
포항 스틸러스 MF
오베르단
 
포항 스틸러스 중원의 지배자 오베르단은 여러모로 독특한 느낌을 주는 선수입니다.
 
첫째, 일단 브라질 선수 같지 않습니다. 멀리 네이마르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같은 슈퍼스타를 찾을 필요도 없이, 포항 바로 옆 대구 FC 에이스 세징야만 떠올려봐도 브라질 선수들은 화려하고 눈부시다는 느낌을 주잖아요? 그런데 오베르단은 그 화려함 없이도 축구를 기깔나게 잘한다는 느낌을 주는 선수입니다. 게다가 한국 선수 저리가라 할 정도로 많이 뛰고요.
 
둘째, 이렇게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인 선수가 불과 3~4년 전만 해도 프로 레벨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올해 28세인 선수이니, 20대 중반까지도 프로 무대를 밟지 못했다는 얘기인데요. 보통 이런 상황이 주어지면 축구 선수의 길을 포기하고 지도자로 전향하거나 아예 축구판을 떠나 일반인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런데도 이런 악조건을 이겨내고 축구 선수로서 입지를 다져 지금 K리그 중원을 씹어 먹고 있습니다. 새삼스럽지만 그 오베르단도 프로가 되지 못할 뻔한 브라질 축구판이 새삼 놀랍게 느껴집니다.
 
그 오베르단과 5월 15일 포항 스틸러스의 산실 송라 클럽하우스에서 만나 그의 커리어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이타적인 플레이로 중원을 떠받치는 그 플레이 스타일을 꼭 닮은 겸손한 언행과 태도에 감탄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게 있었습니다. 오베르단도 잠깐이나마 축구의 길을 포기했었다네요.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그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주세요.

@포항 스틸러스 소셜 미디어

이제 K리그에 완벽하게 적응
 
Q. 포항을 통해 K리그에 입성한 지 1년 반이 지났습니다. 한국 생활을 만족하는지?
“일단 작년에는 조금 적응하는 부분도 있었죠. K리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시스템적인 부분이나 이런 부분에서 좀 적응 기간이 많이 필요해서 조금 천천히 간 느낌이었다면 올해는 완벽히 적응을 하고 어떤 시스템으로 이제 K리그가 돌아가는지, 제가 어떤 플레이를 해야 되고 팀을 위해서 어떤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수월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해외 진출이 처음이라 들었습니다. 저도 10년 전에 월드컵 때문에 브라질에 간 적이 있어 아는데 정말 먼 나라더라고요. 이 먼 한국까지 오게 된 결심을 내린 배경을 듣고 싶습니다.
“사실 한국에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기 전에 브라질에서도 나름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었어요. 나름 잘하고 있었죠. 하지만 저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꿈 중 하나가 바로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었어요.”
 
“때마침 이런 좋은 제안이 와서 올 수 있게 되었고, 또 처음 제안이 왔을 때 여러모로 이제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생각도 많이 해봤는데, 삶의 질이나 이런 부분에서도 브라질보다 훨씬 좋을 것 같다고 판단이 들더라고요. 해외 진출이라는 제 꿈을 이루고 싶었고, 정말 좋은 조건이라 결정하게 됐습니다.”

오베르단의 운명을 바꾼 카스카베우 입단식 사진 @카스카베우 홈페이지

축구를 한 달 정도 그만 뒀었다고?
 
Q. 프로필을 살펴보니 25세 이전에는 세미 프로 클럽에서 뛰었더라고요. 브라질은 정말 축구를 미친 듯이 좋아하고 잘하는 나라로 유명하잖아요? 20대 중반까지 프로 레벨 선수로 인정받지 못했을 때 고민이 컸을 것 같은데
“음… 처음에 히우 브랑쿠라는 정말 작은 팀에서 한 4년 정도 했는데, 그때 이제 첫째 아들도 태어났던 시기였어요. 그때 아들 키우는 게 정말 힘들었고, 경제적으로도 좀 어려워서 축구를 한 달 정도 그만뒀었습니다.”
 
“그리고선 다른 일들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이제 카스카베우 구단에서 같이 축구를 다시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왔어요. 거기서부터 이제 조금 축구 쪽으로 잘 풀리기 시작했고요. 카스카베우에 들어감으로써 피게이렌시라는 팀에 들어가게 됐고, 그때 해외에서 뛴 경험을 가진 선수들과 대화도 하면서 ‘해외에 나가면 정말 또 다른 좋은 조건들이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해외에 나가고 싶다는 꿈을 꾼 이유죠.”
 
Q. 잠깐만요. 생계 때문에 축구를 그만 둘 생각을 했다고요? 그렇다면 다시 축구를 하게 되어 성공을 거두는 지금이 정말 행복할 듯한데요.
“그렇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축구를 그만둘 때는 생계적인 부분이 너무 컸고, 첫째 아들이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가정을 부양해야 되기 때문에 축구를 다시는 안 한다는 마음으로 나갔죠. 그래서 친구가 하는 그런 배터리 장사 하는 가게에 들어가서 일을 했어요.”
 
“배터리 가게 일을 하면서 전화 한 통을 받았는데, 그게 바로 카스카베우라는 팀에서 온 전화였죠.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이제는 홀몸이 아니기 때문에 혼자 결정할 수 없어서 와이프랑 상의했는데, 와이프가 고민도 없이 ‘네가 하고 싶었던 일 아니냐’ ‘넌 축구하는 거 제일 좋아하지 않냐. 그냥 해. 괜찮다’ 이렇게 좋은 말을 많이 해줘서 마음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때 결정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어 늘 감사합니다.”

@포항 스틸러스

그래서 포항의 제안이 기뻤다
 
Q. 그토록 어렵게 커리어를 쌓다가 포항의 제안을 받았을 때 더욱 기뻤을 듯한데요.
“그냥 진짜 마냥 기뻤어요. 그러면서도 정확하게 어떤 팀인지는 몰라서 이제 집에서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한국에서 꽤 유명한 팀이고 준비된 클럽이라는 거를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제 제 꿈을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했죠. 그때부터는 이제 운동에 집중했습니다. 한국에 가게 됐으니 좀 오랜 시간 있고 싶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Q. 알고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때 포항 사령탑이었던 김기동 감독이 미친듯이 뛰는 선수를 무조건 잡아오라고 특명을 내렸다고 해요. 그 선수가 바로 오베르단이고요. 그만큼 힘든 역할을 받았을텐데, 안 힘들던가요?
“일단 제 스타일 자체가 원래 좀 많이 뛰는 편입니다. 그리고 제 포지션이 많이 뛰지 않으면 안 되죠. 그래서 체력적인 부분에서 경기 90분 뛰는 동안 많이 뛰는 건 그렇게 힘들진 않았어요. 처음에 그냥 한국 왔을 때는 뭐 기후나 시차 적응 이런 부분에서 좀 힘들었지, 그게 적응된 이후부터는 경기하는 부분 같은 건 원래부터 제가 해왔던 것들을 했기 때문에 크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포항 스틸러스

심플한 플레이를 완벽하게, 내가 잘하는 게 아니라 포항이 잘하는 것
 
Q. 브라질 선수하면 다들 화려함을 떠올리잖아요. 수비수 같은 경우에도, 이를테면 다비드 루이스처럼 공격적인 선수가 떠오르고요. 그런데 오베르단 선수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죠. 제가 생각해도 브라질에는 재능을 타고나는 선수들이 많아요. 그런데 저는 호나우지뉴나 네이마르처럼 드리블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항상 심플한 플레이를 완벽하게 하자는 주의로 플레이를 해왔던 선수였습니다. 늘 이런 생각을 가지고 경기를 뛰기 때문에 말씀하신 그런 모습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저는 네이마르처럼 드리블할 수 없기 때문에 제가 잘하는 걸 최대한 잘하고 싶어요.”
 
Q. 현재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에서 K리그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팀도 작년에 FA컵 우승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는데…
“사람들이 절 어떻게 평가하는 것은 차치하고요. 포항이라는 팀은 특정 누군가가 잘하는 팀이 아니고, 팀 전체가 각자 역할을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좋은 성적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죠. 저는 작년 후반기에 다쳐서 FA컵 결승전 같은 경기를 못 뛰었는데 그래도 선수들이 우승을 해주었잖아요. K리그1에서도 2위를 해주었고요.”
 
“그런 걸 보면 제가 잘하는 게 아니라 모든 선수가 함께 노력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게 포항이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저희가 상위권에서 계속 경쟁을 하고는 있지만, 제가 벤치에 앉거나 설령 게임을 안 뛰는 상황이 오더라도 포항은 충분히 상위권 경쟁을 할 수 있는 그런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Q. 포항은 오베르단 선수의 축구 인생에서 어떠한 의미로 남을 팀이라고 생각합니까?
“일단 제겐 정말 고마운 팀이죠. 제가 처음으로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준 팀이고, 정말 좋은 기억들을 만들고 있으니까요. 입단 첫 해에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도 탈 수 있었고요. 이런 좋은 경험들을 지금도 많이 하고 있고, 그래서 절 믿고 기회를 준 포항에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다른 생각하지 않고 정말 고마운 이 팀을 위해 보탬이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은 없을 것 같습니다.”

@포항 스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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