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포항 스틸러스 소셜 미디어

풋볼 보헤미안 人터뷰

포항 스틸러스
박태하 감독

아마도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2024시즌 개막 전 가장 걱정 어린 시선을 받았던 지도자일 것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었거든요. 첫째, 박 감독이 현장 경험 감각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포항 사령탑 부임은 2019년 중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B팀 사령탑을 잠깐 맡은 후 무려 5년 만에 현장 복귀였습니다. 물론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으로서 피치 위 승부를 가장 지근거리에서 바라보긴 했으나, 제3자와 당사자는 엄연히 다르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박 감독의 ‘감’이 살아있을까 싶은 이들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포항은 김기동 감독(現 FC 서울 사령탑)이 지휘봉을 잡은 후 5년 동안 큰 성공을 거둔 팀이었습니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K리그1 준우승과 FA컵 우승까지 일구어냈죠. 소위 ‘매머드 클럽’과는 거리가 먼 포항의 한계를 뛰어난 지도력으로 큰 성과를 안겼던 김 감독의 서울 이적은 그 자체만으로도 포항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니 걱정이 생길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박 감독의 포항은 놀라운 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13라운드가 종료된 현재 7승 4무 2패를 기록, 김천 상무를 골득실에서 밀어내고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안한 선두이기도 하고,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다는 점에서 포항의 이 순위가 유지될지 여부는 지켜볼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분명한 게 있습니다. 시즌에 앞서 섣부른 예상을 했던 모든 이들을 우습게 만들어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도자 박태하 감독이 궁금했습니다. 포항에서 박태하 감독을 만난 이유입니다. 여러분들도 이 인터뷰를 통해 '태하드라마'를 쓰고 있는 박태하 감독의 기질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포항 스틸러스


Q. 리그 선두권 다툼을 하고 있습니다. 예상대로 시즌이 잘 진행되고 있나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솔직히 지금 상황을 예상하지 않았습니다. 선수들의 땀과 노력 덕분이죠. 솔직히 시즌 개막 전에는 우려 속에서 출발했는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수들과 서로 소통하고 신뢰하며 좋은 분위기를 가져갔던 게 좋은 결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Q.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 때문에 준비 기간이 적어 애로사항이 많았을 듯한데
“조바심보다는, 빨리 팀을 안정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래서 시간이 좀 걸릴 거라 예상했죠. 저는 한 6개월 내에 안정을 찾아도 굉장히 빠른 거라 생각했습니다. 기존 선수들이 축구 지능이나 경험이 충분했기 때문에 이 정도면 빨리 안정화될 거라 기대는 했는데, 의외로 다른 선수들도 잘 이해한 덕에 더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선수들이 그만큼 노력한 덕이라고 봐요.”

Q. 관련해서 감독님 개인적인 스트레스는 없으셨나요?
“스트레스는 없어요. 저는 중국에 있을 때도 그랬습니다. 물론 그게 경험이 됐을지는 몰라도, 아무리 고민한다고 해도 팀이 생각대로 굴러가진 않는다는 걸 알거든요. 팀을 만들어 가는 데에는 다 시간이 필요하고, 성공과 실패는 늘 50대50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항상 소신 있게 하자고 생각했죠. 전술적 측면에서는 우리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에 맞춰서 짜다 보니까 좋은 결과가 난 것 같고요.”

Q. 전임 김기동 감독이 5년을 맡은 팀이라 변화를 준다면 꽤 힘들 거라 예상한 이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굉장히 빨리 팀을 추슬렀어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경험이 있는 선수들의 도움과 희생이 없었다면 힘들었습니다. 그들 덕에 그 밑에 있는 중참들과 새내기들이 잘 따라왔죠. 솔직히 훈련이나 경기를 하다 보면 선수 처지에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런데도 그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부분을 더 따르려고 했던 선수들의 자세가 참 고맙습니다. 믿고 가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덕이라고 봅니다.”

@포항 스틸러스 소셜 미디어

Q.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바라봤을 팬들의 시선을 어떻게 느끼셨나요?
“지금은 제 처지에서는 경기력이나 결과 모두 만족하죠. 물론 팬들의 반응을 저로서 신경이 안 쓰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런 것에 신경을 쓰고 에너지를 쏟는 것보다는 우리 팀을 더 잘 만들어 결과를 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압니다. 솔직히 요즘은 조금만 경기력과 결과가 안 좋으면 다 감독 탓이잖아요? 그렇지만 웬만해서는 신경 안 쓰려고 해요.”

“지금 이기고 있기 때문에 기분 좋은 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이 분위기를 지속하려면 더 간절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주고 있습니다. 또, 설령 좋은 결과가 안 나더라도 우리가 즐겁게 준비하고 행복하게 해야 한다고 말이죠. 우리가 축구와 팀에 대해 소속감을 느끼고 같은 생각을 가지고 접근하면 굉장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그래도 결과가 나쁘다는 평가가 나온다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고요.”

Q. 지금 1위잖아요? 지금 시점에서는 의미 없다고 말씀하실 것 같은데, 그래도 포항이 1위라는 것에 의미를 두는 팬들이 많습니다. 자부심을 느끼시죠?
“자부심을 느끼죠. 사실 다른 사람들은 과연 현장에서 오래도록 떨어진 제게 감각이 있을까 혹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부정적 시선을 많이 던졌습니다. 더군다나 저는 K리그에서 처음 감독을 해보잖아요? 하지만 저는 도전자 입장에서 이것저것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중국에서도 그랬어요.”

“지금 언론에서도 8~9명 선수 정도만 주축이라는데 그렇지 않아요. 저는 지금 제게 필요한 선수들이 다 있어요. 다른 팀과 비교할 이유도 없고요. 그렇게 또 하나 깨우치는 거라 봅니다. 구단이 돈이 많고 능력이 되고 예산이 많다면 그 나름대로 맨 꼭대기에 올라가는 이유가 되겠죠. 하지만 저는 팀을 새로 만들어가는 것도 재미이자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서는 정답은 없지만, 저는 제 나름대로 선수들을 대하고 끌어내려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결국 정답은 저만의 방식이라 할 수 있겠죠.”

Q. 그렇다면 팬들을 포함해 세상 모든 사람에게 ‘한번 두고 봐라’라는 마음도 가지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제가 알았던 포항과 지금은 다르죠. 대학 시절 제가 비록 좋은 선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드래프트 1순위로 들어와 군 시절을 제외하면 12년 동안 몸담은 팀이었습니다. 거의 10년을 포항과 함께하고 여기서 은퇴했죠. 그때 제 모습이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아 감독이 된 지금 더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어찌 보면 운명 같은 일이잖아요? 굉장히 큰 영광이자 감사할 스토리고요. 그래서 제가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포항이라는 팀과 도시는 제가 살고 있는 곳이며, 앞으로 살아가야 할 도시입니다. 지금이야 성적이 좋아서 이런 얘기를 편하게 할 수 있지만, 성적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제 감정을 솔직하게 얘기하고 과거 K리그의 명문이었던 포항에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늘 가지고 있어요. 설령 나중에 잘못되더라도 말이죠.”

@포항 스틸러스 소셜 미디어

Q. 정재희 선수가 정말 대단한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본래 번쩍거릴 줄 아는 선수였지만, 이렇게 포인트가 많이 나오는 건 기대 이상입니다.
“우리가 뭘 잘할 수 있을지 고민을 했습니다. 현대 축구 트렌드가 무엇인지 감독이라면 다들 고민하잖아요? 새로운 게 없나 유튜브나 와이스카웃을 통해 여러 가지를 살피죠. 그걸 참고로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빠른 선수가 있다면 최대한 우리 팀에 도움 될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항상 고민했습니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그 장점을 살려 성과를 내고 있으며 팀으로서도 도움이 되는 부분을 찾고 있습니다.”

“사실 (정)재희뿐만 아니라 (김)종우나 (황)인재도 잘하고 있어요. 황인재의 경우 선방도 잘하자면 그 친구에게서 빌드업을 원했거든요. 요즘은 트렌드가 골키퍼도 볼을 잘 차야 하잖아요. 그런데 발기술이 처음에는 좋지 않은 골키퍼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잔 실수가 잦았거든요. 그런데 제 생각대로 잘 따라오길래 나중에 알고 보니 어렸을 적엔 수비수를 했다더라고요. 그래서 인재한테 ‘실수해도 좋다. 골 먹어도 좋다’라고 자꾸 독려합니다. 덕분에 실수가 많이 줄고 좋은 플레이를 펼치고 있어요.”

Q. 그런데 프로 레벨에서는 완성된 선수로 팀을 만들어 가는 게 아닌가요? 뭔가 가르칠 만한 상황이 아니잖아요? 훈련할 때 꽤 갑갑할 듯한데
“잘 안되면 솔직히 짜증도 나죠. 하지만 그걸 현장에서 표현하면 다음 단계로 발전하지 않잖아요. 다른 예를 들어보죠. 수비수인 (이)동희는 처음에는 스리백의 오른쪽 수비수로만 뛰었어요. 동계 훈련 때 연습 경기를 치러보니 걱정이 되더라고요. 근데 지금 보니 무척 발전했잖아요. 수비 좋지 헤딩도 우수하지 스피드도 괜찮지, 여기서 빌드업까지 좀 더 하면 국가대표로 성장할 만한 자원이라고 봐요. 이렇게 될 수 있도록 인내해야죠.”

@포항 스틸러스 소셜 미디어

Q. 외국인 선수는 어떤가요? 조르지는 골이 없다고 팬들이 걱정하던데요. 수비수인 아스프로도 마찬가지고요.
“아스프로는 제가 불러서 얘기했어요. 사실 AFC 챔피언스리그 준비 때문에 너무 완벽하게 맞추려고 해서 널 영입한 감이 있다고요. 반면 조르지는 포인트 면에서는…. 네, 수치적으로는 좋지 않죠. 그런데 보이지 않는 무형적인 부분에서 매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일단 상대를 흔들어놓으면 그 빈틈을 다른 선수가 공격하게끔 하고 있습니다. 이 친구가 골만 터지면 더욱 좋은 일이겠죠.”

Q. 조르지가 많이 조급할 듯한데…
“아무래도 어린 선수인 데다 순진하다 보니 상처를 받을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조급해하지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 지금 너는 괜찮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주전(5월 12일) 이후에는 ‘너 이렇게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금까지 잘한다 잘한다했지만, 지금부터는 냉정하게 평가할 수밖에 없.. 그러니 집에 가서도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 생각하라’고 혼을 냈습니다. 그리고 조르지가 어려워도 (이)호재 역시 나쁘지 않거든요. 다른 기술 좋은 선수들도 열심히 하고 어필도 하고 있으니 적절히 조합해야 할 것 같아요.”

 

Q. 현재 페이스가 이어진다면 향후 우승 경쟁도 해볼 만한데요?
“우승 경쟁 여부는 그때 가서 다시 말하겠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리그 판도는 어떤가요? 포항에 유리한 그림 같은데) 아니죠. 예를 들어 전북 현대도 만만하게 볼 팀은 아니죠. 게다가 대구를 볼 때도 그래요. 그 스쿼드로 어떻게 그런 경기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데 기어이 결과를 내더라고요. 또 순식간에 경기 스타일도 바뀌고요. 그건 감독의 몫이겠죠.” 

“사실 감독의 경험이 없다 혹은 프로의 경험이 없다 이런 잣대가 기준점을 어디에 둘 지에 따라 확 달라진다고 봅니다. 그래서 팬들도 그런 얘기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고 봐요. 물론 팬들께 이런 말을 하면 더 자극받을 것 같은데, 사실 감독 평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다는 걸 말하고 싶은 겁니다. 아무리 베테랑 지도자가 와도 팀이 망가지고 실패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반대로 초보가 오더라도 성공할 수 있죠. 저는 그런 걸 중국에서도 정말 많이 봤거든요.”

Q. 마지막으로 가벼운 질문 하나 할게요. 외부에서 감독님의 포항 축구를 ‘태하드라마’라고 표현해 주는 게 어떠세요? 
“이야깃거리도 될 수 있고,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좋은 일이죠. 솔직히 감독 처지에서는 이른 시간에 득점하고 경기가 진행됐으면 좋겠는데, 그만한 능력까지는 아직 도달하지 못해 이런 얘기가 나온다고 봅니다. 그래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해주고 결과를 만들어오는 선수들 항상 감사합니다.”

@포항 스틸러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