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보헤미안 人터뷰
포항 스틸러스 MF
오베르단
포항 스틸러스 중원의 지배자 오베르단은 여러모로 독특한 느낌을 주는 선수입니다.
첫째, 일단 브라질 선수 같지 않습니다. 멀리 네이마르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같은 슈퍼스타를 찾을 필요도 없이, 포항 바로 옆 대구 FC 에이스 세징야만 떠올려봐도 브라질 선수들은 화려하고 눈부시다는 느낌을 주잖아요? 그런데 오베르단은 그 화려함 없이도 축구를 기깔나게 잘한다는 느낌을 주는 선수입니다. 게다가 한국 선수 저리가라 할 정도로 많이 뛰고요.
둘째, 이렇게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인 선수가 불과 3~4년 전만 해도 프로 레벨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올해 28세인 선수이니, 20대 중반까지도 프로 무대를 밟지 못했다는 얘기인데요. 보통 이런 상황이 주어지면 축구 선수의 길을 포기하고 지도자로 전향하거나 아예 축구판을 떠나 일반인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런데도 이런 악조건을 이겨내고 축구 선수로서 입지를 다져 지금 K리그 중원을 씹어 먹고 있습니다. 새삼스럽지만 그 오베르단도 프로가 되지 못할 뻔한 브라질 축구판이 새삼 놀랍게 느껴집니다.
그 오베르단과 5월 15일 포항 스틸러스의 산실 송라 클럽하우스에서 만나 그의 커리어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이타적인 플레이로 중원을 떠받치는 그 플레이 스타일을 꼭 닮은 겸손한 언행과 태도에 감탄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게 있었습니다. 오베르단도 잠깐이나마 축구의 길을 포기했었다네요.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그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주세요.
이제 K리그에 완벽하게 적응
Q. 포항을 통해 K리그에 입성한 지 1년 반이 지났습니다. 한국 생활을 만족하는지?
“일단 작년에는 조금 적응하는 부분도 있었죠. K리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시스템적인 부분이나 이런 부분에서 좀 적응 기간이 많이 필요해서 조금 천천히 간 느낌이었다면 올해는 완벽히 적응을 하고 어떤 시스템으로 이제 K리그가 돌아가는지, 제가 어떤 플레이를 해야 되고 팀을 위해서 어떤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수월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해외 진출이 처음이라 들었습니다. 저도 10년 전에 월드컵 때문에 브라질에 간 적이 있어 아는데 정말 먼 나라더라고요. 이 먼 한국까지 오게 된 결심을 내린 배경을 듣고 싶습니다.
“사실 한국에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기 전에 브라질에서도 나름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었어요. 나름 잘하고 있었죠. 하지만 저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꿈 중 하나가 바로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었어요.”
“때마침 이런 좋은 제안이 와서 올 수 있게 되었고, 또 처음 제안이 왔을 때 여러모로 이제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생각도 많이 해봤는데, 삶의 질이나 이런 부분에서도 브라질보다 훨씬 좋을 것 같다고 판단이 들더라고요. 해외 진출이라는 제 꿈을 이루고 싶었고, 정말 좋은 조건이라 결정하게 됐습니다.”
축구를 한 달 정도 그만 뒀었다고?
Q. 프로필을 살펴보니 25세 이전에는 세미 프로 클럽에서 뛰었더라고요. 브라질은 정말 축구를 미친 듯이 좋아하고 잘하는 나라로 유명하잖아요? 20대 중반까지 프로 레벨 선수로 인정받지 못했을 때 고민이 컸을 것 같은데
“음… 처음에 히우 브랑쿠라는 정말 작은 팀에서 한 4년 정도 했는데, 그때 이제 첫째 아들도 태어났던 시기였어요. 그때 아들 키우는 게 정말 힘들었고, 경제적으로도 좀 어려워서 축구를 한 달 정도 그만뒀었습니다.”
“그리고선 다른 일들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이제 카스카베우 구단에서 같이 축구를 다시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왔어요. 거기서부터 이제 조금 축구 쪽으로 잘 풀리기 시작했고요. 카스카베우에 들어감으로써 피게이렌시라는 팀에 들어가게 됐고, 그때 해외에서 뛴 경험을 가진 선수들과 대화도 하면서 ‘해외에 나가면 정말 또 다른 좋은 조건들이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해외에 나가고 싶다는 꿈을 꾼 이유죠.”
Q. 잠깐만요. 생계 때문에 축구를 그만 둘 생각을 했다고요? 그렇다면 다시 축구를 하게 되어 성공을 거두는 지금이 정말 행복할 듯한데요.
“그렇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축구를 그만둘 때는 생계적인 부분이 너무 컸고, 첫째 아들이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가정을 부양해야 되기 때문에 축구를 다시는 안 한다는 마음으로 나갔죠. 그래서 친구가 하는 그런 배터리 장사 하는 가게에 들어가서 일을 했어요.”
“배터리 가게 일을 하면서 전화 한 통을 받았는데, 그게 바로 카스카베우라는 팀에서 온 전화였죠.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이제는 홀몸이 아니기 때문에 혼자 결정할 수 없어서 와이프랑 상의했는데, 와이프가 고민도 없이 ‘네가 하고 싶었던 일 아니냐’ ‘넌 축구하는 거 제일 좋아하지 않냐. 그냥 해. 괜찮다’ 이렇게 좋은 말을 많이 해줘서 마음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때 결정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어 늘 감사합니다.”
그래서 포항의 제안이 기뻤다
Q. 그토록 어렵게 커리어를 쌓다가 포항의 제안을 받았을 때 더욱 기뻤을 듯한데요.
“그냥 진짜 마냥 기뻤어요. 그러면서도 정확하게 어떤 팀인지는 몰라서 이제 집에서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한국에서 꽤 유명한 팀이고 준비된 클럽이라는 거를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제 제 꿈을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했죠. 그때부터는 이제 운동에 집중했습니다. 한국에 가게 됐으니 좀 오랜 시간 있고 싶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Q. 알고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때 포항 사령탑이었던 김기동 감독이 미친듯이 뛰는 선수를 무조건 잡아오라고 특명을 내렸다고 해요. 그 선수가 바로 오베르단이고요. 그만큼 힘든 역할을 받았을텐데, 안 힘들던가요?
“일단 제 스타일 자체가 원래 좀 많이 뛰는 편입니다. 그리고 제 포지션이 많이 뛰지 않으면 안 되죠. 그래서 체력적인 부분에서 경기 90분 뛰는 동안 많이 뛰는 건 그렇게 힘들진 않았어요. 처음에 그냥 한국 왔을 때는 뭐 기후나 시차 적응 이런 부분에서 좀 힘들었지, 그게 적응된 이후부터는 경기하는 부분 같은 건 원래부터 제가 해왔던 것들을 했기 때문에 크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심플한 플레이를 완벽하게, 내가 잘하는 게 아니라 포항이 잘하는 것
Q. 브라질 선수하면 다들 화려함을 떠올리잖아요. 수비수 같은 경우에도, 이를테면 다비드 루이스처럼 공격적인 선수가 떠오르고요. 그런데 오베르단 선수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죠. 제가 생각해도 브라질에는 재능을 타고나는 선수들이 많아요. 그런데 저는 호나우지뉴나 네이마르처럼 드리블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항상 심플한 플레이를 완벽하게 하자는 주의로 플레이를 해왔던 선수였습니다. 늘 이런 생각을 가지고 경기를 뛰기 때문에 말씀하신 그런 모습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저는 네이마르처럼 드리블할 수 없기 때문에 제가 잘하는 걸 최대한 잘하고 싶어요.”
Q. 현재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에서 K리그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팀도 작년에 FA컵 우승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는데…
“사람들이 절 어떻게 평가하는 것은 차치하고요. 포항이라는 팀은 특정 누군가가 잘하는 팀이 아니고, 팀 전체가 각자 역할을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좋은 성적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죠. 저는 작년 후반기에 다쳐서 FA컵 결승전 같은 경기를 못 뛰었는데 그래도 선수들이 우승을 해주었잖아요. K리그1에서도 2위를 해주었고요.”
“그런 걸 보면 제가 잘하는 게 아니라 모든 선수가 함께 노력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게 포항이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저희가 상위권에서 계속 경쟁을 하고는 있지만, 제가 벤치에 앉거나 설령 게임을 안 뛰는 상황이 오더라도 포항은 충분히 상위권 경쟁을 할 수 있는 그런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Q. 포항은 오베르단 선수의 축구 인생에서 어떠한 의미로 남을 팀이라고 생각합니까?
“일단 제겐 정말 고마운 팀이죠. 제가 처음으로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준 팀이고, 정말 좋은 기억들을 만들고 있으니까요. 입단 첫 해에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도 탈 수 있었고요. 이런 좋은 경험들을 지금도 많이 하고 있고, 그래서 절 믿고 기회를 준 포항에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다른 생각하지 않고 정말 고마운 이 팀을 위해 보탬이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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