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6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벌어졌던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 한국-페루전을 지켜보셨나요?
축구팬들이라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모습을 보셨을 겁니다.
손흥민이 그냥 접의식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이날 비가 안 내려서 천만다행이지 어쩌려고 이런 발상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의 벤치가 있습니다.
이 경기장을 홈으로 쓰는 부산 아이파크가 쓰는 벤치가 있죠.
그런데 이 벤치, 2002년 월드컵 때 벤치입니다.
그러니까 21년 전 거스 히딩크 감독이 엉덩이를 깔고 앉아 썼던 그 벤치입니다.
집에 있는 식탁 의자도 이 정도로 오래 쓰진 않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K리그 현장을 다녀보면 요즘 이런 벤치를 쓰는 곳이 없습니다.
소위 말하는 ‘게이밍 체어’를 씁니다.
푹식푹신한 이 벤치를 통해 선수들이
보다 편안한 상태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컨디션을 관리합니다.
심지어 몇몇 팀들은 아예 열선까지 깔았습니다.
유럽 팀들의 벤치를 보면 클럽 엠블럼까지 새겨져 있어
꽤 멋진 느낌도 납니다.
이런 느낌이죠.
K리그 팀들도 거즌 이런 시스템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가장 막내인 김포 FC도 이런 벤치로 선수들을 케어하고 있죠.
그런데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은
그 딱딱한 벤치를 그 오랜 세월 썼다는 겁니다.
그리고 부산에서 벌어진 한국-페루전 전후로
이 벤치를 바꾸는 작업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접의식 의자로 대처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래서,
그렇다면,
당연히 교체되는 벤치는 남들 다 가진 편안한 벤치여야겠죠?
하지만 막상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의 벤치를 보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보시는 대로입니다.
분명 교체는 되었는데, 분명 새 것인데,
참 옛스럽습니다.
그래도 지붕 딸린 게 어디냐고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이 구장에 많은 돈을 임대료로 내는
부산 아이파크가 불쌍하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다.
부산이 정말 프로스포츠에 대한 이해도가 1이라도 있는 도시인지 의문이네요.
오랫동안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을 출입하며 취재한 저로서는 참 갑갑해집니다.
이거 교체한다고 돈을 들였을텐데
어차피 들일 돈이라면
그냥 제대로 바꾸던가 이게 뭔지 참 갑갑하네요.
아, 기왕 한국-페루전 얘기 나온김에 개인적으로 있었던 에피소드 한 가지.
한 후배가 제게 그러더군요.
“선배, 선배가 왜 부산 아시아드를 그렇게 깠는지 알 거 같아요.”
피치와 관중석 사이에 시차가 존재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악명 높은 시야 떄문인가 싶어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그러더군요.
“양치하고 입 헹구려 했는데 흙탕물이 나왔어요.”
예. 엑스포 한다는 도시 부산에서의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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