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보헤미안입니다.
대한축구협회 고위진이 엄청난 헛발질을 또 한 듯합니다. 25일 오전 통신사 매체 뉴시스가 굉장히 재미있는 기사를 내놓았습니다. 링크부터 달겠습니다.
희대의 코미디와 같은 이번 조롱 메일 사건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최근 국회 문체부 감사를 앞두고 있는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2일 오후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에 큰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홍명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해 이와 같은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심지어 이례적으로 두 편의 글로 나눠 대중에게 공개했습니다.
링크가 안 되는데,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www.kfa.or.kr) 대문에 떡 하니 걸려 있으니 한번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이미 많은 매체가 보도해서 축구팬들이라면 이미 내용을 잘 알고 있으실 듯한데요. 내용을 한 마디로 압축하자면, 특혜 채용 시비 등에 대해 “아무튼 홍명보 감독 선임에는 문제가 없다”라는 겁니다.
이에 통신사 뉴시스가 대한축구협회의 이 성명문에 대한 반박 기사를 올렸습니다. 조롱 메일을 보낸 귀하신 분이 화가 났다는 그 기사입니다.
이 기사의 요지는 협회가 홈페이지에서 장문을 통해 홍명보 감독의 선임 과정을 설명했지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해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 기사였습니다. 이에 대한축구협회의 모 인사는 두 통의 이메일을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보냈다는데요. 내용은 없이 첫 번째 이메일에는 ‘문해력?’이라는 제목만, 두 번째 이메일에도 역시 내용은 없이 ‘축구협회 설명문을 제대로 정독?’이라는 제목만 붙여 기자에게 항의했습니다.
정당한 반론 보도 청구 절차도 없이, 생뚱맞게 기자에게 메일로 다분히 감정풀이식 조롱으로 분노를 표출한 셈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이걸 개인 메일도 아니고 협회 공식 메일로 보냈다는 게 그저 황당하기만 합니다. 심지어 이 이메일을 보낸 이는 일개 직원이 아니라 고위 임원입니다. 결국 이 황당한 해프닝에 대한축구협회 측에서도 인정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쯤되면 이 사건을 아예 몰랐을, 그리고 어떻게든 수습해야 할 홍보팀 직원이 불쌍할 지경입니다.
사실 이번 대한축구협회가 부랴부랴 발표한 두 개의 성명문은 여러모로 이상한 감이 많았습니다. 많이 부족하고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어찌됐든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홍명보 감독 선임과 관련해 브리핑을 한 바 있습니다. 공식적 채널을 통해 설명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추가적으로, 심지어 나름 더 자세한 내막을 알리려는 자세를 취한 건 예고된 국회 문체부의 감사 예고 때문입니다. 시쳇말로 미리 밑밥을 깔았다고 봐도 무방할 듯한데요. 저 역시 그 고위 임원의 말처럼 문해력이 모자라선지, 아무리 읽어봐도 이 성명문에는 반박할 건덕지가 한두 개가 아닙니다. 그리고 국회 감사에서도 결국 이 성명문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비판하는 국회의원들 앞에서도 문해력이 모자라다는 간 큰 일침을 할 수 있을지 실로 궁금하네요.
저는 대한축구협회가 최근 몇 년 동안 홈페이지를 통해 그건 이렇습니다 라는 성명문 코너를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잘못된 사실이 있는데도 반박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공식 채널로 반응하면 좋은 일이죠. 문제는 이 공식 채널을 한없이 가볍게 만들어간다는 것입니다.
본래 이 성명문 코너는 과거 모 기자가 집요하게 협회 행정에 대해 비판하는 모습을 보이자 적극 대응한다면서 만든 것인데요. 그때도 사실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해당 기자가 비판 기사만 내놓으면 재빨리 대응하는 게 무슨 커뮤니티 댓글 싸움 벌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한동안 잠잠하다 최근 협회를 향한 비난 여론이 커지자 이 코너가 갑자기 또 바빠지는 듯한 모습인데, 이렇게 글로서 대응할 것이면 말문이 턱 막힐 정도로 반박할 여지를 주지 말아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하는 게 참 갑갑합니다. 반박의 말을 해야 할 때와 침묵을 지켜야 할 때를 제대로 구분하는 것도 대외 대응 능력 중 하나입니다.
어쨌든 요즘 세상은 기록이 지배합니다. 협회의 그 두 개의 성명문도 결국은 도마에 오를 것이며, 이번 ‘귀하신 분’의 문해력 일침 메일도 도마에 오를 것입니다. 가뜩이나 상황이 좋지 않은데, 왜 자꾸 일을 키우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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