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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라룸푸르 부킷 잘릴 국립경기장 @풋볼 보헤미안

풋볼 보헤미안입니다.
 
2024년 6월 11일 저녁 7시(현지 시각) 쿠알라룸푸르 부킷 잘릴 국립경기장입니다. 이 경기장은 말레이시아 축구 국가대표팀의 홈구장이며, 전 세계에서는 아홉 번째, 동남아에서는 가장 큰 경기장입니다. 총 수용 관중이 8만 7,000여 명에 달합니다. 이곳은 2007 AFC 동남아 4개국 아시안컵 결승전이 열린 곳이기도 하고요. 제 기억이 맞다면 동남아 4개국 아시안컵 당시 한국이 이곳에서 이라크에 승부차기에서 패한 곳입니다. 여러모로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매머드 스타디움이자, 아시아 축구계에서도 손꼽히는 주요 스타디움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곳에서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 축구 국가대표팀이 6일 밤 10시(한국 시각)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D그룹 6라운드 대만과 대결을 가집니다. 말레이시아는 이번 대만전에서 최대한 많은 득점(정확히는 최소 7골)을 성공시키고, 같은 시각 무스카트에서 벌어지게 될 경기에서 키르키스스탄이 오만에 지는 상황이 연출되어야 최종 예선에 진출합니다.
 
풋볼 보헤미안은 이곳에 킥 오프 서너 시간 전에 도착해 주변을 한번 둘러봤는데요. 동남아하면 축구 인기가 최고라는 선입견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킥오프 한 시간 전에 미디어 트리뷴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는데요. 조금 실망인데요. 과연 서울이면, 방콕이면, 싱가포르이면, 중국이면 이랬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부킷 잘릴 국립경기장 정문 @풋볼 보헤미안

킥오프 한 시간 전인데도 입장한 관중이 정말 손에 꼽을 만큼 적습니다. 말레이시아축구협회(FAM)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1만 2,000여 명의 관중이 예매를 했다고 하는데요. 워낙 통이 큰 경기장에 1만 2,000여 명이 들어와봤자 기별이 갈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만, 전체적으로 경기장 주변에 우리가 생각하는 축제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는게 안타깝습니다.
 
사실 경기 하루 전 김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대만을 상대로 우리가 가진 환경적 요인을 앞세워 도박을 걸어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말인즉슨, 말레이시아 특유의 더위와 광적 열기로 유명한 울트라스 말라야(한국의 붉은 악마와 같은 대표팀 서포터스)의 응원을 앞세워 상대를 곤혹스럽게 하겠다는 것인데요. 경기가 시작되어야 알 수 있겠으나, 날씨는 비까지 내려 선선한데다 관중도 생각보다 적어 과연 그 뜻이 실현될지 의문입니다.
 
사실 기자회견 후 말레이시아의 최대 스포츠 채널 아스트로 아레나 TV의 한 남성 기자와 만난 적이 있는데요. 이 기자가 말하길 “내일 경기에 관중이 많이 오지 않을 것이다. 1만 2,000여 명이라는데 한 7,000명 예상한다”라더군요. 그래서 이유를 물으니, 평일 저녁 경기에 교통 체증 때문에 팬들이 경기장을 찾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 그렇구만”
 
그리 답하긴 했습니다만,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벌어지는 한국과 중국의 경기도 평일 저녁 경기이고, 한 번 경기하면 서울 월드컵경기장 주변에 길이 꽉 막히는 건 매한가지니까요. 그래서 서울에서 있을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 6만 관중 매진 소식을 전하니 놀라더군요.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본선 확정 직후 김판곤 감독 @말레이시아 뉴 스트레이츠 타임즈

사실 김판곤 감독은 지난해 11월 쿠알라룸푸르에서 풋볼 보헤미안이 만났을 때 관중 수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김 감독이 말레이시아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관중 분위기였습니다. 홍콩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 쿠알라룸푸르 원정을 왔을 때, 울트라스 말라야의 광적 응원에 홀딱 반했다네요. 그 응원을 받으며 팀을 이끌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울트라스 말라야는 김 감독 부임 후에도 변함없이 엄청난 응원을 벌이고 있습니다. 기억하시나요?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한국전 때 제법 큰 규모의 원정 응원단이 경기장 분위기를 휘어잡았었습니다.

그때 말레이시아의 골이 터지자 애지중지하던 오토바이를 중고로 판매하고 카타르행 티켓값을 마련해 그 자리에 온 한 남성팬이 눈물을 흘리며 감격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클로즈업이 되기도 했죠(이 남자의 사연이 알려져 당시 한국전 득점자였던 파이살 할림이 사비를 털어 새 오토바이를 사줬다는 훈훈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취재 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말레이시아가 대회를 떠나기 전까지 도하의 중심지 수크 와키프는 말레이시아 팬들의 응원 때문에 떠들썩했다고 합니다. 워낙 유명하다기에 개인적으로 이 친구들을 보고 싶어 경기장을 찾은 것도 있습니다.
 
어쨌든 김 감독은 바로 그런 서포터들의 응원을 받고 있었는데요. 문제는 울트라스 말라야만 이렇다는 것입니다. 상대가 대만, 키르키스스탄, 오만이라 관심도가 덜한 것도 약간은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팀이 지지를 받지 못하는 건 여러모로 아쉬운 대목입니다.
 
한참 글을 쓰다 보니 킥 오프 40분 전이네요. 지금도 이렇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팀의 성적? 말레이시아축구협회의 프로모션 능력 부족? 그냥 팬들의 무관심? 어찌 됐든 최종예선에 가냐마냐 하는 상황인데 분위기가 너무 차가운 건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경기가 끝나면, 기적이 일어나 말레이시아가 최종예선을 가는 그림이 연출된다면, 분위기가 달라질까요? 이곳에서 지켜보겠습니다.
 

국가 연주 리허설 @풋볼 보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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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한 방으로 입국이 가능한 싱가포르→ 쿠알라룸푸르 티켓 @풋볼 보헤미안

풋볼 보헤미안입니다.

 

싱가포르전 7-0 대승 이후 여러 이야기를 뒤로 하고 현지를 떠났습니다. 대부분의 한국 기자들은 집으로 돌아갔지만, 저는 지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왔습니다. 뜬금없이 쿠알라룸푸르냐고 싶으실지 모르겠는데, 오는 11일 쿠알라룸푸르 부킷 잘릴 국립경기장에서 있을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D그룹 최종 라운드 말레이시아와 대만의 대결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 더 정확히는 말레이시아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김판곤 감독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이미 5라운드가 끝났을 때 여러 매체에서 보도가 나갔듯이, 말레이시아의 상황은 빈 말로도 좋지는 못합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5라운드 키르키스스탄 원정에서 1-1로 비겼는데요. 무조건 이겨서 자력 진출 기회를 살려야 했던 이 경기에서 승점 1점에 그친 여러모로 아쉬움이 큰 경기입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그래도 한 레벨 위라는 키르키스스탄 원정에서 승점을 가져온 것에 의미를 부여할 만합니다만, 상황이 그리 쉽지 않습니다.

 

말레이시아는 승점 7점으로 현재 D그룹 3위인데요. 승점 10점으로 2위 키르키스스탄을 뒤쫓고 있습니다. 골득실은 6골이나 차이가 납니다. 일단 말레이시아는 같은 시각 무스카트에서 킥오프할 오만-키르키스스탄전에서 오만이 이긴다는 가정 하에 대만을 상대로 이 골 득실을 만회할 수 있는 대량 득점 승리를 해야만 최종 예선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5라운드 현황 @google

한국이 속한 C그룹에 비교한다면 태국과 같은 처지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룹 최약체와 홈에서 싸우며 같은 시각 부담스러운 원정을 치러야 하는 2위의 패배를 바라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레벨이 높은 미션이지만요.  긍정적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그리 크다고는 볼 수 없지만 어쨌든 말레이시아의 최종예선행 확률은 아직 살아있습니다.

 

현지의 기대치가 꽤나 높습니다. 하리마우 말라야라는 국가대표팀 서포터스의 광적 열기로도 유명한 이곳 말레이시아는 이웃 나라 인도네시아처럼 뭔가 가시적 성과가 나오길 바라고 있는데요. 문제는 김 감독을 둘러싼 상황과 말레이시아의 분위기가 꽤나 묘하다는 겁니다.

 

당초 김 감독은 이번 키르키스스탄 원정을 굉장히 공들여 준비했었습니다. 지난해 11월 이곳 쿠알라룸푸르에서 만났을 때, 김 감독은 2차 예선 여섯 경기 중 이 키르키스스탄 원정을 콕 짚을 정도였는데요. 아마도 오만이 1위를 가져간다는 가정 하에 키르키스스탄과 2위 다툼을 벌이게 될 것인 만큼, 최대한 빨리 대표팀을 소집해 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전세기 편으로 쿠알라룸푸르와 왕복해서 마지막 대만전에서 승리해 최종예선 티켓을 따낸다는 플랜을 세운 것 같습니다.

지난해 11월 쿠알라룸푸르에서 만났던 김판곤 말레이시아 감독 @풋볼 보헤미안

그런데 이곳 말레이시아의 스포츠 방송 채널인 아스트로 아레나 TV의 피나 나즈롬 기자에게서 꽤 황당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지난해 10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관련 기자회견 때문에 도하에 갔을 때 만나 친분을 쌓게 된 말레이시아의 축구 전문 기자인데요. 그녀가 말하길 전세기 편으로 키르키스스탄 원정길에 올랐던 김 감독과 말레이시아 축구 국가대표팀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경기가 끝난 지 23시간 동안 현지에서 체류하다 현지 시각으로 8일 새벽 230분 즈음에 돌아왔다는 것입니다.

 

김 감독에게도 연락을 해보니 사실이었습니다. 싱가포르 원정을 마친 한국 선수단은 경기 직후 서너 시간 만에 곧장 직항편으로 귀국길에 올랐다는 것을 떠올리면, 말레이시아 선수단은 그야말로 지옥의 원정길 때문에 진을 다 뺀 셈입니다. 심지어 사실상 하루라는 시간을 이역만리의 땅 키르키스스탄에 버리고 와버렸습니다.

 

가뜩이나 핵심 선수가 테러를 당하거나 주전 공격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빠지고, 심지어 몇몇 클럽들이 차출을 반대하는 바람에 조기 소집 효과도 전혀 누리지 못한 김 감독 처지에서는 또 하나의 악재를 안게 된 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어쨌든 김 감독에게도 과연 기적이 일어날지 한번 현지에서 지켜보고 싶어 귀국하지 않고 말레이시아로 들어왔습니다. 현지 시각으로 11일 오전 11시 말레이시아축구협회(FAM) 본부 건물 강당에서 대만전 사전 기자회견이 있고, 8시부터 쿠알라룸푸르 근교 도시 샤 알람에 위치한 말레이시아 축구 국가대표팀 전용 훈련 시설인 파당 위스마 FAM에서 대만전 대비 최종 훈련(15분 공개)이 있을 예정입니다. 거기에 한 번 가볼 생각입니다

 

제가 한국어로 이 포스트를 쓰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미디어 등록 등 취재 과정에서 도움을 준 피나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한국에 놀러왔을 때 사준 산곰장어로 퉁쳤으면. , 그리고 한국은 이미 조기 진출을 확정지은 탓에 팝콘을 뜯으며, 한중전을 즐기는 분위기일 것 같습니다. 기세가 워낙 대단한 데다 상대가 심리적으로 완전히 주저앉은 상태이니 무난한 승리가 기대됩니다. 벼랑 끝에 선 말레이시아는 어떠할까요? 확실한 건 기적이 일어난다면 이곳도 얼마 전 인도네시아처럼 발칵 뒤집힐 것이라는 점이겠죠? 혹시 모르니까 그걸 보려고 왔습니다. 기대하고 있습니다.

쿠알라룸푸르 파빌리온에서, 솔직히 말레이시아, 8개월 사이에 두 번 올 줄 몰랐습니다. @풋볼 보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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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한국전이 벌어졌던 싱가포르 국립경기장 @풋볼 보헤미안

싱가포르에 있었던 풋볼 보헤미안입니다.

 

이강인의 싱가포르전 이후 믹스트존 인터뷰 거절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강인은 지난 6일 밤 9(한국 시각)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벌어졌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그룹 5라운드 싱가포르 원정 경기에서 멀티골을 성공시키며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7-0 대승을 이끌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과 더불어 멀티골을 성공시킨 선수였기에, 이름값 여부를 떠나서라도 최고 공헌 선수인 만큼 취재진 입장에서는 반드시 인터뷰가 필요했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기사가 나왔듯이 이강인은 인터뷰를 거절하고 현장을 떠났습니다. 풋볼 보헤미안도 그 현장에 있었는데요. 단순히 이강인이 인터뷰를 거절하고 현장을 떠났다 이 한 문장만 보면 단순히 또 기레기, 또 그러네이런 식으로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리 생각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그때 현장 상황을 아신다면, 단순히 이렇게 생각하시는 게 조금 갑갑한 감이 있습니다.

싱가포르-한국전 직후 공식 기자회견 @풋볼 보헤미안

상황적인 측면에서 말씀드릴게요. 선수 호칭은 빼겠습니다. 경기가 현지 시각으로 10시에 끝났습니다. 그리고 대표팀은 거의 자정 조금 못 안 되는 시간에 스타디움을 떠났습니다. 본래 계획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는데요. 그래서 당초 취재진은 대한축구협회 미디어 관계자들과 경기 후 인터뷰 풀 계획(소스 공유)을 짜고 최대한 간결하게 인터뷰를 진행하려고 했습니다. 최대한 선수들이 경기장을 빨리 떠나게끔 배려하고자 한 것입니다. 어찌 됐든 대표팀이 대회에 나가면 취재진도 한 팀이라는 생각으로 임합니다.

 

그런데 정작 경기가 끝나니 팀이 스타디움을 조금 늦게 떠나게 됐습니다. 공항에서 정처없이 대기하다 일반인들과 섞여 더 피곤한 상황을 겪는 것보다는 차라리 경기 후 라커룸에서 씻고 대기하는 게 더 낫겠다고 협회 측 관계자들이 판단한 것인데요. 시간적 여지가 생긴 덕에 취재진들은 경기 후에 제법 많은 인물들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시간상 취재진 모두 들어가기 힘들 법한 경기 후 기자회견에 들어갈 수 있었던 덕에 김도훈 임시 감독과 손흥민의 소감을 들을 수 있었고요. 믹스트존에서는 주민규·황재원·황인범·오세훈 그리고 이날 데뷔골을 터뜨린 배준호도 A매치 데뷔골 매치볼을 들고 기념 사진을 찍는 등 훈훈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싱가포르축구협회(FAS)에서도 한국 출신 귀화 국가대표 송의영의 인터뷰를 주선해주기도 했습니다. 선수들이 스타디움을 떠나기 전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는 곳인 믹스트존은 본래 그런 공간입니다.

A매치 데뷔 매치볼을 들고 기념 촬영하는 배준호, 이 볼 싱가포르축구협회 관계자들이 챙겨 선물로 줬다고 합니다. @풋볼 보헤미안
싱가포르-한국전 직후 황인범 @풋볼 보헤미안
싱가포르-한국전 직후 주민규 @풋볼 보헤미안

하지만 단 한 선수 이강인만 한사코 거절을 했는데요. 경기 후 기자회견 이후 팀을 떠날 때까지 약 한 시간 가량 취재진의 믹스트존 인터뷰 요청, 이 요청을 받아들인 대한축구협회 미디어 담당자의 설득, 이강인의 거절이 오가는 실랑이가 이어졌습니다. 다른 선수들이 기꺼이 믹스트존에 나타나 경기를 리뷰하고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지만, 이강인은 마다한 것이죠.

 

그러다 뭔가 꿩 대신 닭처럼 손흥민이 믹스트존에 나타났습니다. 통상적으로 기자회견에 나선 선수들은 이미 많은 코멘트를 한 만큼 믹스트존 인터뷰를 하지 않는 편입니다. 취재진도 어지간해서는 기자회견에 나선 선수를 잡지 않습니다. 이미 많은 말을 들었으니까요.

싱가포르-한국전 직후 믹스트존 인터뷰에 '또' 응하는 손흥민 @풋볼 보헤미안

참고로 이날 손흥민은 경기 직후 피치에서 방송용 플래시 인터뷰까지 했으니 이날만 세 번이나 인터뷰에 응한 셈인데요. 옥신각신하는 상황을 선수 대표로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굳이 안 해도 되는 인터뷰에도 웃으며 또 나타나는 모습에 고맙기까지 했습니다. 단순히 일 차원을 넘어뭐라고 할까요. 인간적인 마음 씀씀이가 보여 고마웠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이강인은 팀 버스가 창이국제공항으로 떠나기 직전이 되어서야 믹스트존에 등장했습니다. 경기 소감이라도 듣고 싶었던 몇몇 기자들이 한 마디 해달라는 말을 간곡히 던졌지만 미소와 손짓으로 양해를 구하고 그냥 버스에 올랐습니다.

 

저는 기자 생활을 십수 년째 하면서 많은 선수들을 만나봤습니다. 믹스트존 인터뷰가 의무 사항이냐 아니냐 이걸 떠나(본래 의무이지만 사문화된 규정이라고 봅니다. 이걸 가지고 선수에게 페널티를 물게 하는 경우는 지금껏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까요), 대부분의 선수들은 인터뷰에 기꺼이 응하며 자신의 가치를 어필합니다. 혹은 대중들이 가질 법한 오해를 풀려고도 노력합니다.

 

지금은 직접 소셜 미디어로 소통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팬들과의 소통 창구가 바로 이런 미디어와 인터뷰였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선수-기자 신분이지만, 사실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라 인간적인 교감도 많이 나눕니다. 선수든 기자든 결국 감정 가진 사람이기에 이런 소통이 있어야 그릇된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개인적으로 이강인이 믹스트존을 그냥 떠나버리는 모습을 두 번 직접 봤습니다. 작년 6월 엘살바도르전, 그리고 엊그제 싱가포르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믹스트존을 통해서 걸어 나간 게 어디냐는 자조 섞인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의 모 선수는 아예 믹스트존을 거치지 않고 다른 창구로 경기장을 떠나는 일도 있었거든요. 그 선수는 커리어 내내 미디어와 전쟁을 치러야 했고, 한때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습니다.

 

선수가 믹스트존 인터뷰를 피하려는 것, 그로 인해 오해가 생긴 미디어가 공격하는 것 이런 악순환의 굴레를 떠나 그냥 서로 만나 터놓고 소통하면 이런 일이 없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풋볼 보헤미안은 차라리 믹스트존에서 기자들을 만나 논쟁하고 마음에 안 들면 ‘기자 갈구는선수가 더 좋습니다. 생각이 다르다 하더라도, 일단 만나서 얘기를 해야 서로 어떤 생각인지 알 수 있고 오해를 하지 않으니까요. 시쳇말로 그냥 하고 말면 모두가 편한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풋볼 보헤미안의 생각이었습니다.

싱가포르-한국전 후 경기장을 떠나는 이강인 @풋볼 보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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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질문에 대부분 짤막한 답변을 남기는 식이었지만, 마음 속에 담긴 감정이 꽤 진심으로 다가왔습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새로 승선한 스트라이커 오세훈은 두고 하는 말입니다.

 

오세훈은 오는 66일 밤 9(한국 시각)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열릴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그룹 5라운드 싱가포르 원정 경기를 위해 지난 2일 저녁 동료들과 함께 싱가포르에 입성했습니다. 2024시즌 일본 J1리그에서 마치다 젤비아의 돌풍을 이끄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오세훈은 김도훈 임시 감독의 호출을 받아 A대표로서 검증을 받게 됩니다.

 

여러모로 시선을 모을 수밖에 없는 선수입니다. 이번 싱가포르 원정에 임한 대표팀의 명단은 조금 색다릅니다. 지난 2년간 대표팀 최전방을 책임졌던 황의조와 조규성이 없으며, 그 백업 구실을 맡았던 오현규도 이번에 오지 못했습니다. 지난 3월에 최고령 A매치 데뷔를 한 주민규가 그나마 연속성을 가진 국가대표 발탁에 성공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오세훈이라는 새 이름이 등장했습니다.

“일단 기뻤지만 명단에 포함됐다는 자체가 너무나도 영광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좋은 것뿐만 아니라 책임감이 제일 먼저 생겼던 것 같아요. 대한민국 나라 대표를 위에서 뛴다는 자체가 책임감을 일단 가장 크게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오세훈의 국가대표 발탁 소감입니다. 오세훈은 2024시즌 일본 J1리그에서 17경기 출전 61도움을 기록하며 쾌조의 페이스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경기력을 보이면 대표팀의 부름을 받는 게 꽤 합당해 보입니다. 그리고 프로 데뷔팀 울산 HD FC를 떠나 일본으로 건너온 후 지금의 경기력을 보일 때까지 2년 동안 꽤나 고생했던 시절을 떠올리면 올해 준수한 경기력과 대표팀 발탁은 오세훈에게는 고무적인 결과물입니다. 더욱이 울산 팬들의 큰 비난을 사며 감행한 이적이었기에 오세훈이 지난 2년 동안 맛본 몰락은 다른 누구도 아닌 오세훈에게 너무 치명상으로 남을 만한 일이었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경험한 용병의 삶이 얼마나 냉혹한지를 뼈저리게 느꼈을 오세훈입니다.

“일본 간 거에 대해서는 후회는 없었는데 일본 가는 그런 과정에 대해서는 조금 후회를 했었던 것 같아요. 그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제가 성장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충분히 2년이라는 시간이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울산에 그냥 남아있는 게 더 나았던 선택이었을까요? 오세훈은 그래도 일본으로 가는 게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일본에 가면서 매끄럽지 못했던 이적 과정이 계속 마음에 남았던 듯합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갑작스레 J1리그 하위권이었던 시미즈 에스펄스 이적, 게다가 시미즈가 지불해야 했던 바이아웃 금액과 관련한 갈등 등이 원인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오세훈과 홍명보 울산 감독의 말이 서로 다르기도 했습니다. 자연히 울산 팬들의 미운 털이 박혔는데요.

 

“아쉽기라기보다 제가 후회를 많이 했었죠. 그리고 울산 팬들이나 감독님을 포함해서 모든 분들에게 죄송했던 것 같아요.”

 

이번 싱가포르 원정을 통해 2년 동안 마음 속에만 담아두고 앓았을 사과를 했습니다. 그래선지 조금은 후련해보이는 표정처럼 느껴졌습니다. 마음의 짐을 덜었으니 6일 싱가포르전에서 보다 건강한 멘탈 상태에서 승부에 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주민규와 경쟁에서 이겨야겠지만요. 그런데 풋볼 보헤미안이 보기에는 3월에 처음 실험한 주민규와 이제 갓 선발된 오세훈의 출발선 차이가 그리 커 보이진 않습니다. 더군다나 지금 대표팀은 임시 감독 체제입니다. 멀리 볼 이유가 없는 김도훈 감독은 당장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는 선수를 선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시즌 골 수는 오세훈이 주민규보다 앞섭니다.

 

과연 마음 고생이 심했던 오세훈이 다가오는 싱가포르전에서 깜짝 선발 명령을 받을 수 있을까요? 오세훈은 이런 각오를 남겼습니다. 풋볼 보헤미안은 싱가포르 현지에서 그 각오가 현실이 될 수 있을지를 지켜보겠습니다.

“공격수로서 책임감을 다 해서 득점을 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리고 득점을 떠나 팀을 위해서 희생해서 다 같이 승리하는 게 저의 각오고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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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축구협회(FAS)

지금 소개할 이 선수는 다가오는 66일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있을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5라운드 싱가포르-한국전에서 아마 손흥민에 버금갈 만큼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주인공은 올해 30세 싱가포르 축구 국가대표팀 공격형 미드필더 송의영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그는 한국의 피를 가지고 있는 선수입니다. 이렇게 표현하면 마치 이민자 가정 출신 선수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태생으로 본래 한국인 축구 선수였습니다.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던 송의영은 남들이 걷지 않은 길을 걸으며 꿈에 다가갔습니다. 싱가포르 S리그 소속이었던 홈 유나이티드를 발판 삼아 지금에 이르렀고, 20218월 아예 싱가포르 국적까지 취득한 뒤 국가대표가 되었거든요.

 

한국 선수가 다른 나라 국가대표팀 선수로 뛰는 사례가 아마 없지는 않겠지만 매우 드물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해 11월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졌던 한국-싱가포르전에서도 송의영은 한국과 싱가포르 미디어로부터 커다란 관심을 받은 이유입니다. 그리고 송의영은 이번 6월 한국전을 앞두고 또 부름을 받았습니다. 그때 못잖게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니나 다를까 싱가포르 매체 <채널아시아뉴스>가 한창 한국전 대비 훈련을 하고 있는 송의영 선수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송의영은 또 한 번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면서도 영광스러운 기회라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송의영 선수 소셜 미디어

싱가포르 최강으로 꼽히는 라이언 시티 세일러스의 핵심 공격수 중 하나인 송의영은 한국에서 태어났는데 한국과 경기를 한다는 것은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이에요하지만 싱가포르를 위해 경기를 할 수 있어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 싱가포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라고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한국 축구에 대한 동경심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송의영은 그들은 제게 꿈과 축구를 할 영감을 주었습니다. 특히 미드필더 박지성은 저의 롤 모델이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박지성의 훈련 프로그램과 경기 스타일을 쫓았씁니다. 박지성은 제게 프로 축구 선수가 되는 가장 큰 동기 부여를 준 선수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전에서 물러설 생각은 조금도 없다는 자세입니다. 송의영은 모두가 한국을 이기는 건 매우 어렵다고 말합니다라고 운을 뗀 후, “아마 최대 승점 1점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축구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매우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며,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우리는 싱가포르 팬들이 싱가포르 축구를 자랑스러워하길 바랍니다라며 싱가포르 국가대표 선수로서 승부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송의영 선수 소셜 미디어

만약 송의영의 말처럼 싱가포르가 한국의 발목을 잡아채는 일이 벌어진다면 아시아 축구계 전체를 놀랄 만한 결과물이 될 것입니다. 물론 이런 상황은 가뜩이나 악재가 가득한 한국 축구계에 최악의 치명타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은 감독을 선임하고 임하겠다는 당초 계획과는 달리, 지난 3월 황선홍 임시 감독 체제에 이어 김도훈 임시 감독 체제로 이번 62차 예선 2연전에 임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에게 시쳇말로 물리게 된다면이런 상황을 만든 대한축구협회 수뇌진을 향한 비판은 더욱 거세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싱가포르축구협회(FAS) 홈페이지

한편 송의영을 지도하고 있는 오구라 쓰토무 싱가포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도 결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오구라 감독은 저는 한국 팀에 대해 많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존경과 두려움은 다릅니다라며, “1111의 승부입니다. 우리에게는 투지가 있습니다. 100%를 다할 생각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토끼는 자신이 사냥감이 됐다고 느끼는 순간 죽을 힘을 다해 도망칩니다. 마찬가지입니다. 호랑이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한국이 바로 그런 상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오구라 감독은 죽을 힘을 다해 도망침은 물론 한번 호랑이마저 놀라게 하겠다는 승부욕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방심은 곤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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