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대구 DGB대구은행파크 정문 광장. 대프리카 경험했습니다. @풋볼 보헤미안

정말 오랜만에 대구를 다녀왔습니다.
대구 FC-울산 현대의 대결,
부쩍 팬덤이 커져 영남 지역의 인기 클럽이 된
두 팀의 승부라 꼭 취재해야겠다는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도착 후 들었던 생각은...
아 덥습니다.
정말 덥습니다.
대프리카의 위력,
새삼 대단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런데 그 더위도
축구팬들의 행렬은 막을 수 없더라고요.
이날 경기는 만석!
이번 시즌 대구의 다섯 번째 만석 경기였습니다.

만원 관중! 엇 그런데? @풋볼 보헤미안

그런데 전광판에 굉장히 익숙한
사람의 뒷 모습이 보였습니다.
대구의 라이징 스타
고재현 선수가
메가폰을 잡았더라고요.
처음엔 고재현 유니폼 입은
팬인 줄 알았는데
진짜 레알 참트루
고재현 선수였습니다.

대구의 메인 응원가인
'그 겨울'을 선창하고
후~ 하! 하는 그 응원도 리딩하고
대구 팬들의 호응도 대단하고!
어제 경기도 경기지만
제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바로 응원 단상에 선
고재현이었습니다.

고재현이 선창하자 대구 팬들이 호응한다! @풋볼 보헤미안

저번에 대전하나 시티즌이 낳은
'대전의 아들' 황인범도 그렇고
완전 대구 성골 로컬보이라
'대구의 아들' 고재현도 이런 모습을 보이는게
저는 정말 보기 흐뭇합니다.

예전만 해도 선수들이 이런 자리에
나서는 걸 그리 좋아하진 않았거든요.
선수 처지에서는 늘 당연하다듯
받았던 응원이어선지 몰라도
메가폰 잡고 응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 선수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향도 점점 옅어져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마 유스 시절부터 자주 접하고
흥얼거렸던 응원가라 그런거지 싶습니다.

근거가 뭐냐고요?
얼마 전 끝났던
K리그 유스 챔피언십 때
힌트를 얻었거든요.
U-17 대회 우승팀
전북 현대 영생고 선수들이
우승 세리머니 후 불렀던 노래가 바로
오오렐레였습니다.

아, 어린 선수들이 팬들의 응원가를
자신들의 노래로 여긴다는 생각을 가졌는데
황인범과 고재현을 보니
그 문화가 어린 선수들 사이에서는
꽤 오래 전부터 자리잡은 듯한 느낌도 듭니다.

선창하는 고재현 선수 @대구FC 제공

어찌 됐든 확실한 건
옛 선수들과 달리
팬들과 함께 응원가를 부르는
어린 선수들의 문화 덕에
팬들은 스타디움에서
더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앞으로도 자꾸
제2의 고재현
제2의 황인범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선수가 선창하는 응원가는
팬들 입장에서는 더 부르기 좋으니까요.

대구 FC 팬 여러분 그렇지 않습니까? @대구 FC 제공

반응형
728x90
반응형

똑같이 2002 FIFA 한일 월드컵을 위해 지어졌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수도와 한국 제2의 도시를
대표하는 경기장입니다.
일단 이곳에서는
매머드 빅 매치가 항상 벌어집니다.
그렇지만 질이 다릅니다.
서울 월드컵경기장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은
비교할 수 없습니다.
 
축구 경기가 가장 많이 열리니
축구 관람 시야가 가장 중요하겠죠?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은 최악입니다.
많은 분들이 얼마나 최악이길래
그러느냐 하시는데 
백문이불여일견이겠죠?

서울 월드컵경기장 기자석에서 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

꽤 거리가 있는데도, 어떤 선수가 있는지
정말 잘 보이는 
서울 월드컵경기장!

 

이거 줌 사진 아니냐고요?

좋습니다. 그러면

서울 월드컵경기장 W석

2층 관중석 시야를 소개합니다!

이 정도면 경기 보기 괜찮지 않나요? @풋볼 보헤미안

서울 월드컵경기장,

심지어 맨시티-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 앞두고
갑작스런 폭우가 쏟아졌는데도
쫙쫙 빠지는 배수 시설 덕에
최고의 환경에서 경기가 벌어졌습니다.
진짜 잘 만든 구장입니다!
 
그렇다면?
오늘의 주인공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은?

기자석 시야. 누가 누군지 맞춰보시길! @풋볼 보헤미안

한번 맞춰보세요.
누가 있는지
누가 볼을 건드리고
누가 잡담하고
누가 웃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건 딱 한 가지
저게 사람이라는 거 빼고는 없습니다.
 
한번 줌을 땡겨볼까요?

갤럭시 노트 10+의 10배 줌! 쌤숭의 힘! @풋볼 보헤미안

이야 살짝 보입니다.
천체망원경으로 목성을 처음 관찰할 때
갖게 되는 느낌이 이런 걸까요?
어쨌든 보입니다! 이야! 보입니다!
 
그러니까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선수 얼굴을 보며 즐기시려면
휴대폰으로 최대한 줌을 땡겨 보세요!
 
아! 자리도 중요합니다!
1층이 더 좋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상반신 축구를 보게 될 테니까요!

상반신 축구 관람석 @풋볼 보헤미안

이런 곳에서는 축구 하지 맙시다
앞으로 다시는 절대!

반응형
728x90
반응형

맨체스터 시티-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을 상암 북쪽 맨 꼭대기에서 봤더니 @풋볼 보헤미안

다들 쿠팡플레이 시리즈 경기 보고 계시나요?
스페인 명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트레블에 빛나는 EPL 최강 맨체스터 시티가
한국을 찾아 축구팬들을 열광시키고 있습니다.
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보기 좋게
격파한 팀 K리그의 활약상도 빼놓을 수 없죠.

여러모로 많은 팬들에게
기억에 남을 경기들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서울 월드컵 경기장이 정말 가득찼으니까요.
두 경기 모두 말이죠!

제게도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이 두 경기
관중석에서 지켜봤거든요.

나랑 다를 바 없잖아 혹은
그게 뭐가 대수냐고
되물을 분이 계실 것 같은데
제겐 정말 굉장히 큰 일입니다.

기자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제자리는
늘 기자석이었거든요.

여기가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기자석! 현장 취재 중인 후배들에게 이 사진을 보내며 감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 @풋볼 보헤미안

기자석에서는 뭔가 자꾸 짱구를 굴리느라
솔직히 경기를 제대로 즐기기 힘듭니다.
후반 중반 이후부터는
곧바로 나가야 할 기사 쓰느라
경기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쨌든 저 자리에 있으면
뭔가 쫓기게 됩니다.

관중석,
기자가 된 이후 한동안 멀어졌던
그곳에서 보니 마음가짐이
세상 여유롭더라고요.
친구와 맥주 한 잔 먹으며
현장 직관한 것도 얼마만의 일인지.
너무 무더워 맥주가 금세 밍밍해진 게
에러긴 하지만요.
그래도 모처럼 아무 부담 없이
경기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팀 K리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경기는 이곳에서 봤습니다! @풋볼 보헤미안

그런데 이번
쿠팡플레이 시리즈 경기를 보며
느낀 점이 있는데요.

늘 응원가가 우렁차게 넘실대는
스타디움에서 취재해선지
뭔가 좀 적막했습니다.

사람은 많은데 적막한,
좀 골프 갤러리 같은 느낌이랄까요?
응원보다는
유명한 선수들의 플레이를
눈에 담으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쉽게 못 볼 선수들의 플레이이니
그럴 만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만
이것 역시 제겐 어색하더군요.

그래도 팀 K리그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경기가 끝날 때쯤
울산 현대 팬들의 피날레송
잘 가세요~ 응원을
들을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아무래도 K리그는 서포팅 문화가
확실하게 잡혀 있으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아 참, K리그 팬들이 경기 후 스타디움 밖에서
삼삼오오 모여 각 팀의 응원가를 부르는
'대통합'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합니다.
만날 때마다 맨날 으르렁거리더니
이럴 때는 대통합이냐는 생각에
정말 웃었습니다. 😂😂

지금은 8월 1일 저녁 9시 10분,
부산으로 향하는 KTX 안입니다.
3일 저녁 5시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있을
쿠팡플레이 시리즈
파리 생제르맹-전북 현대의 대결을
보기 위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본업에 맞게
관중석이 아닌
기자석에서 취재에 나설 예정입니다.

부산광역시의 상식 밖의 태도 때문에
여러모로 잡음이 많은 경기인데
더는 파열음 없이
무사히 끝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쨌든 거기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매의 눈으로 부산으로 달려갑니다.

반응형
728x90
반응형

지난 7월 28일 천안 종합운동장에서 본 수원 삼성 서포터스 @풋볼 보헤미안

살짝 시간이 지난 일이라 뒷북일 수 있지만,
그래도 꽤 인상 깊은 기억이라 남깁니다.

지난 7월 28일 천안 종합운동장에서
2023 GROUND.N K리그 유스 챔피언십
고교부 결승전이 열렸습니다.

K리그 유스 챔피언십 고교부는
저학년 선수(U-17) 대회와
고학년 선수(U-18) 대회로 나뉘어 치러졌는데요.

U-17 대회 결승은
수원 삼성 유스인 매탄고와
전북 현대 유스인 영생고의 대결

U-18 대회 결승은
역시 수원 삼성 유스인 매탄고와
FC 서울 유스인 오산고의 대결로 펼쳐졌습니다.

이미 생방송으로 중계가 되었고
경기 결과도 보도되었으니 승패 여부는 차치하고요.
이날 K리그 유스 챔피언십 결승을 진짜 결승답게 만든 건
바로 팬들의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날 매탄고의 결승 더블헤더를 보려고
달려온 수원 서포터스와
오산고의 우승을 응원하기 위해
천안에 결집한 서울 서포터스가
유스팀이 어린 선수들을 위해 응원에 나섰습니다.
이 두 서포터스가 맞붙었던 U-18 대회 결승전은
이야, 거의 뭐 슈퍼매치 분위기였습니다.

고교 축구 대회에서 종종 학교 차원에서
또래 친구들이 응원전에 나서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저도 고교 시절 이렇게 축구 응원을 간 적이 있어요.
하지만 프로팀을 응원하
서포터스가 어린 선수들을 위해
이렇게 대규모 원정 응원전을
벌이는 건 처음 봅니다.

양 팀 팬 모두 아마도 몇 년 후면
프로 무대에서
수원과 서울의 유니폼을
입게 될 친구들이라는 생각에
한걸음에 달려간 것이겠죠?
덕분에 아이들도 제대로 프로 분위기
확실하게 조기 교육을 받은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삼천포로 빠지는 것 같지만
이날 천안 종합운동장 매점 주인님
고교 축구 경기라 문을 열지 않으셨던데
아마 지금쯤 후회하고 계시지 않을까요?
영업하셨더라면 분명히
솔찬히 장사가 되셨을텐데요. 😂😂

FC 서울 서포터스도 대단했습니다 @풋볼 보헤미안

반응형
728x90
반응형

한국-페루전 당시 한국의 벤치 상황 @풋볼 보헤미안

지난 6월 16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벌어졌던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 한국-페루전을 지켜보셨나요?
축구팬들이라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모습을 보셨을 겁니다.
손흥민이 그냥 접의식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이날 비가 안 내려서 천만다행이지 어쩌려고 이런 발상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의 벤치가 있습니다. 
이 경기장을 홈으로 쓰는 부산 아이파크가 쓰는 벤치가 있죠. 
그런데 이 벤치, 2002년 월드컵 때 벤치입니다. 
그러니까 21년 전 거스 히딩크 감독이 엉덩이를 깔고 앉아 썼던 그 벤치입니다. 

집에 있는 식탁 의자도 이 정도로 오래 쓰진 않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K리그 현장을 다녀보면 요즘 이런 벤치를 쓰는 곳이 없습니다.

소위 말하는 ‘게이밍 체어’를 씁니다.
푹식푹신한 이 벤치를 통해 선수들이
보다 편안한 상태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컨디션을 관리합니다.
심지어 몇몇 팀들은 아예 열선까지 깔았습니다. 
유럽 팀들의 벤치를 보면 클럽 엠블럼까지 새겨져 있어
꽤 멋진 느낌도 납니다.

이런 느낌이죠.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 FC의 홈 셀틱 파크의 벤치 @풋볼 보헤미안


K리그 팀들도 거즌 이런 시스템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가장 막내인 김포 FC도 이런 벤치로 선수들을 케어하고 있죠.

그런데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은 

그 딱딱한 벤치를  그 오랜 세월 썼다는 겁니다.
그리고 부산에서 벌어진 한국-페루전 전후로
이 벤치를 바꾸는 작업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접의식 의자로 대처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래서,
그렇다면,

당연히 교체되는 벤치는 남들 다 가진 편안한 벤치여야겠죠?
하지만 막상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의 벤치를 보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바뀌었다는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의 벤치 @풋볼 보헤미안


보시는 대로입니다.
분명 교체는 되었는데, 분명 새 것인데,
참 옛스럽습니다. 
그래도 지붕 딸린 게 어디냐고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이 구장에 많은 돈을 임대료로 내는
부산 아이파크가 불쌍하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다. 

부산이 정말 프로스포츠에 대한 이해도가 1이라도 있는 도시인지 의문이네요.
오랫동안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을 출입하며 취재한 저로서는 참 갑갑해집니다.

 

이거 교체한다고 돈을 들였을텐데
어차피 들일 돈이라면
그냥 제대로 바꾸던가 이게 뭔지 참 갑갑하네요.

아, 기왕 한국-페루전 얘기 나온김에 개인적으로 있었던 에피소드 한 가지.

한 후배가 제게 그러더군요.

“선배, 선배가 왜 부산 아시아드를 그렇게 깠는지 알 거 같아요.”

피치와 관중석 사이에 시차가 존재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악명 높은 시야 떄문인가 싶어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그러더군요.

“양치하고 입 헹구려 했는데 흙탕물이 나왔어요.”

예. 엑스포 한다는 도시 부산에서의 일이었습니다.

기자석에서 촬영. 나만 당할 수 없어 보여드리는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의 광활한 거리. @풋볼 보헤미안

 

반응형
728x90
반응형

어린 시절 모드리치가 살았다는 집 @크로아티아 매체 베체르니

주변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휑한 산길에 한 폐가입니다. 지붕은 무너졌고, 외벽에는 총탄이 가득합니다.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법한 이 건물은, 사실 위대한 축구 영웅의 어린 시절 추억이 가득한 곳입니다.

 

이곳은 크로아티아 축구 영웅 루카 모드리치의 어린 시절 집입니다. 크로아티아 달마티아 북부 지역에 자리한 벨레비트 산 근처에 위치한 곳인데요. 동네 이름도 신기하게도 모드리치(Modrici)입니다. 이곳에서 모드리치는 인생에서 지우고픈 아픔을 겪습니다.

유년 시절 모드리치와 그의 할아버지 @크로아티아 매체 베체르니

때는 유고슬라비아 내전이 한창이던 1991128. 크로아티아의 독립을 막기 위해 참전한 폭력적인 세르비아 민병대가 이곳을 찾습니다. 세르비아 민병대들은 모드리치 마을을 습격해 미처 마을을 벗어나지 못한 크로아티아인들을 위협했습니다. 때마침 가축을 이끌고 비탈길을 걸어 올라가던 모드리치의 할아버지가 그 민병대에게 붙잡혔고, 그는 다른 현지인 다섯 명과 함께 잔인하게 처형당했습니다. 민간인을 죽인 엄연한 전쟁 범죄였죠.

 

모드리치에게는 할아버지의 처형 소식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이었습니다. 모드리치는 어려서부터 그의 아버지 스티페, 어머니 라도이카와는 떨어져 할아버지와 유년 시절을 보내야 했습니다. 부모들은 인근 큰 도시의 니트웨어 공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입니다. , 모드리치는 할아버지의 손을 타고 성장한 셈이며, 할아버지를 돕기 위해 염소를 치는 목동으로도 일하기도 했습니다. 그 할아버지가 잔인하게 살해당했으니 얼마나 큰 충격이었을까요?

 

그때 내 나이 여섯이었다. 정말 힘든 시간이었고, 생생하게 기억한다. 하지만 기억하거나 생각하고픈 시절은 아니다.”

 

모드리치는 이렇게 그 시절을 술회했습니다. 모드리치는 그의 부모가 머물던 인근 도시 자다르의 한 호텔에서 난민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전기와 수돗물이 끊긴 최악의 여건이었고, 모드리치와 그의 여동생 야스미나에게는 총탄 소리는 그저 일상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모드리치에게 축구는 희망이었습니다. 호텔 주차장 주변에서 작은 구멍이 뚫린 축구공을 차며 축구 선수의 꿈을 키웠습니다.

 

경제적으로 힘들어 무너진 호텔에서 몇 년을 살았지만 항상 축구를 좋아했다. 신 가드에 늘 브라질의 호나우두가 그려져 있었다. 호나우두를 정말 좋아했다. 전쟁은 날 강하게 만들었다. 그 시절이 너무 힘들었기에 영원히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잊고 싶지도 않다.”

 

모드리치의 인생 첫 번째 팀 NK 자다르 유스팀에서, 하단 우측

모드리치는 자다르 연고의 NK 자다르 유스 팀을 통해 선수로서 입문합니다. 이후 디나모 자그레브 유스팀으로 이적했으며, 이때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아 승승장구하게 됩니다. 크로아티아의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3위 신화에도 결정적 역할도 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이제는 레전드 미드필더 반열에 올랐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아버지는 내게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아버지다. 그 이상의 단어를 찾을 수가 없다.”

 

모로코를 꺾고 카타르 월드컵 3위에 올랐을 때 모습입니다. 모드리치는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던 아버지 스티페와 격한 포옹을 하며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전쟁은 가족과 행복을 앗아갈 정도 아픈 기억이었겠지만, 결국 그 힘든 시기를 겪어낼 수 있었던 것도 가족의 힘 덕분이었다는 걸 모드리치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카타르 월드컵 3위를 확정지은 후, 아버지 스티페와 함께 한 모드리치 @크로아티아축구협회

반응형
728x90
반응형

브라질, 잘하긴 잘하더라고요. @TyC 스포츠, 아르헨티나

안녕하세요. 풋볼 보헤미안입니다!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이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속속 8강 진출팀이 결정되고 있는데요. 

많은 분들이 지켜보셨지만, 

12년 만에 16강에 오른 우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브라질에 1-4로 패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월드컵 본선 8강 승부라는 꿈을 꿨지만, 

일본도 떨어지면서 없던 얘기가 됐네요. 하하.

몇몇 분들께서는 너무 급격히 벌어지는 점수 차 때문에 화가 많이 나셨겠지만, 
스코어가 말해주듯 두 팀의 현격한 실력 차가 점수에 반영되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가 포르투갈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듯이
브라질에 아픈 패배를 당하는 이야기,
이게 바로 월드컵이 아니겠습니까?

눈물을 흘리는 황희찬 @FIFA, MBC 캡쳐

브라질전이 끝난 후 황희찬 선수의 플래시 인터뷰 모습이 화제가 됐습니다. 
한동안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하는 황희찬 선수의 모습은 보기에 참 짠했습니다.
이상하리만큼, 우리 선수들은 월드컵이 끝나면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은데
마음은 정말 이해하지만 팬들을 위해서라도 이제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으면 해요.
이번 본선을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정말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멋진 월드컵이었다고 봅니다.

그러니 울지 마세요! 부디!

보는 사람 시각에서 올바르게 태극기를 들고 있는 황희찬! @Birmingham Live

아, 이 얘기하려는 게 아니고, 황희찬 선수와 관련한 소식을 전하려 합니다
황희찬 선수는 지난 포르투갈전에서 골을 터뜨리며 
울버햄턴 원더러스 소속 선수로는 60년 만에 월드컵 본선 득점 선수로 기록됐습니다.
1962 FIFA 칠레 월드컵에서 페널티킥으로 두 골을 터뜨린 
레전드 론 플라워스 이후 처음이라는데요.

울버햄턴의 첫 번째 월드컵 본선 득점자 론 플라워스 @The Guardian
60년 만에 등장한 울버햄턴 월드컵 본선 득점자, 그리고 유일의 필드골 득점자 황희찬! @playmakerstats.com

이 말은 곧,

황희찬이 필드골로는

울버햄턴 원더러스 선수로는 
첫 골을 넣었다는 얘기기도 합니다.
우리 선수가 축구 종가의 유명 클럽의 역사에 이름을 남긴 케이스가 됐네요.

미나미노와 황희찬을 안아주는 도미니크 소보슬라이 @레드불 잘츠부르크 일본어판 트위터 계정

그리고 떠난 선수지만 잊지 않는 클럽 레드불 잘츠부르크에 대한 얘기도 하고자 합니다.
과거 이 팀에서 황희찬 선수가 
엘링 홀란드, 미나미노 타쿠미와 더불어 멋진 호흡을 보였었죠? 
이 세 선수는 지금도 최고의 친구입니다.
공교롭게도 황희찬과 미나미노는 같은 날 월드컵 탈락이라는 아픔을 맛봤습니다.
그러자 레드불 잘츠부르크가 소셜 미디어에서 “우리의 자랑”이라는 코멘트로
두 선수가 이번 대회에서 건투했다는 것에 대해 찬사를 보냈습니다.

다들 알다시피 황희찬 선수는 허벅지 부상 때문에 
이번 월드컵을 날릴 뻔했던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복귀하겠다는 마음으로 회복에 집중해
정말 피치로 돌아와 팬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여러분, 황희찬 선수에게 잘했다며 울지 말라고 격려해주시는 건 어떨까요?

아니, 솔직히 잘했잖습니까?

이제 이렇게 웃으시길 @The Athlatic 캡쳐

반응형
728x90
반응형
어제 모든 팬들을 놀라게 했던 현대가더비 마지막 순간 @K리그

약간 여독이 남아 있습니다만,
어제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정말 귀한 경기를 봤습니다.
울산 현대의 놀라운 역전승.
이제 K리그1 우승컵에 한발 더 다가섰는데요.
무뚝뚝한 것으로 유명한 홍명보 감독이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
정말 오랜만에 봤습니다.

보통 이런 분위기거든요. @풋볼 보헤미안

그런데, 여러분.
홍명보 감독이 흥미로운 인생 패턴을
가지고 있는 거 아시나요?

이른바 '홍명보 10년 주기설'
홍명보 감독의 인생에 '대박'이 터지는 주기가
10년이라는 얘기인데요.

결과론적인 해석이긴 해도,
신기하게도 정말 그렇습니다.

포항 아톰즈 시절 홍명보 @베스트 일레븐

사연은 1992년으로 올라갑니다.
이해 홍명보 감독은 포항 스틸러스,
그러니까 당시 팀명 기준으로는 포항 아톰즈에 입단해
포항의 1992시즌 K리그 우승
그리고 데뷔년도 K리그 MVP라는
놀라운 기염을 토합니다.
국내 프로축구 무대에서
스타로 자리매김한 순간이
바로 1992년이었습니다.

그리고 2002년 @FIFA, NHK BS

그리고 현역 시절
마지막 불꽃을 태웠던 2002년,
이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다들 아시죠?
바로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그리고 또 10년 뒤 @Olympics

또 십 년이 흘러 이번에는 감독이 되어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한국 축구 사상 첫번째 메달이라는
또 한 번 엄청난 업적을 쌓게 됩니다.

올해 5월경 홍명보 감독과 인터뷰에서 @풋볼 보헤미안

그리고 또 10년이 흘러
이번에는 울산 감독이 되어
K리그1 우승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축구계에서는
홍명보 감독의 10년 주기설이 나오는 것이죠. ^^;


홍명보 감독은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이후
다소 굴곡진 커리어를 밟아야 했습니다.
주변에서 뜯어말렸던 2014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 감독직을 맡아 실패를 겪은 이후
현지 그리고 축구계 사정을 전혀 모르는
(언젠가 브라질 월드컵 취재 기자로서
이 얘기를 다뤄보겠습니다)
이들에게 뭇매까지 맞으면서
크게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던 적도 있죠.

단 한 번의 실패로
지도자로서 쌓아갔던 성과가
도외시되는 게 아마 가장 힘든 일이었지 싶습니다.

그래서 홍명보 감독의 이번 울산 우승은
울산 클럽은 물론 본인 커리어에도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 싶습니다.

아, 물론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는 11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있을
포항전에서 이겨야 우승이 확정됩니다.

친정팀 포항을 상대로 우승을 결정지어야 하는
기묘한 인연에 놓이게 된 홍명보 감독,
이번에도 백만불짜리 웃음을 지을 수 있을까요?

이거보다는 더 활짝 웃으실줄 아십니다. @풋볼 보헤미안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