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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고승범 ⓒ풋볼 보헤미안

풋볼 보헤미안

터뷰

 

울산 HD FC

MF 고승범

 

고승범은 K리그1 디펜딩 챔피언 울산 HD FC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 중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일 것입니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할 것 없이, 폭발적인 활동량으로 피치 곳곳을 누비며 울산 중원 전술에 힘을 보태고 있는데요. 특유의 투쟁심 넘치는 플레이 덕에 동료들의 사기를 드높이는 역할까지 하고 있으니 가히 엔진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때문에 고승범은 올해 울산 팬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선수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고승범 선수를 최근 울산 클럽 하우스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2023시즌까지 몸담았던 수원 삼성의 충격적 강등 이후 울산 이적, 그리고 팀을 바꾼 후 자리를 잡을 때까지의 여정을 들어봤습니다. 반드시 이뤄야겠다는 고승범의 꿈, 바로 무엇일까요?


정말 안 좋은 상태에서 내린 울산행 결심, 많이 응원해주신 분들이 있었다

고승범 ⓒ울산 HD FC

풋볼 보헤미안(FB):

울산에서 첫 시즌인데, 진짜 바쁘게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부터 얘기한다면?

 

고승범

울산에 합류를 좀 늦게 했어요. 그때 합류했을 때 경기가 얼마 안 남았었고, 50~60경기가 1년 넘게 잡혀 있더라고요. 적응할 틈도 없이 빠르게 적응해야 했고요. 선수들이 워낙 잘해줘서 제가 적응을 못하면 문제가 될 정도로 잘해줬어요. 그래서 적응에는 큰 문제가 없었어요.

 

FB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뛴다고 바빴을 것 같은데

 

고승범

정신없이 적응해 나갔던 것 같아요.

 

FB

작년 이맘때쯤 수원에 있었을 때,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었죠. 임대를 제외하고는 계속 수원에서 뛰었고, 안 좋은 결과가 나왔었잖아요. 그러다 K리그 챔피언인 울산으로 넘어왔습니다. 좀 복잡한 상황이었을 것 같아요. 그때 심정이 어땠는지

 

고승범

솔직히 너무 안 좋았어요. 제 마음이나 상황이 모두 안 좋은 상태에서 내린 선택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선택 속에서도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주셨고, 그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서 증명해야겠다는 생각이 제일 컸던 것 같아요.

 

FB

수원에서 뛸 때는 충성심이 강한 선수 이미지가 있었어요. 그런데 울산에 와서는 챔피언 팀에서 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투쟁하는 모습이 강하게 느껴져요.

 

고승범

약간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이에요. 스탠스는 비슷했지만, 상황이 다르니까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아요. 저는 항상 같은 마음으로 뛰었기 때문에, 크게 차이는 없었어요.

 

FB

수원에서 뛸 때는 팀이 의지하는 에이스 같은 느낌이 강했어요. 그런데 울산은 경쟁이 치열한 팀이잖아요. 조금만 방심하면 자리를 잃을 수 있는 그런 팀에서 어떻게 살아남으려고 하나요?

 

고승범

저는 제 플레이에 자신이 있었고, 제 장점이 여기서 효과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더 제 플레이에 집중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고승범 ⓒ울산 HD FC

김판곤 감독님이 저를 많이 이용해주신다


FB

울산에서 뛰면서 이전과 뭐가 가장 다르게 느껴지나요?

 

고승범

동료 선수들이 워낙 좋은 선수들이어서, 제가 뛰는 것에서 시너지가 많이 나왔어요. 제 장점이 더 돋보이고, 한 발 더 뛰는 게 더 많이 보이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FB

최근 김판곤 감독님이 정말 칭찬했었잖아요. 감독님이 고승범 선수에게 믿음이 큰 것 같은데, 감독님은 어떻게 대하는 것 같아요?

 

고승범

감독님이 직접적인 표현은 안 하시지만, 훈련 중에 제가 잘할 수 있는 플레이를 지지해주시고, 저를 많이 이용해 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자신 있게 플레이할 수 있었고, 감독님과 제가 시너지를 내며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FB

전반기는 홍명보 감독 밑에서 뛰었고, 지금은 김판곤 감독 밑에서 뛰고 있잖아요. 외부에서는 두 감독님 밑에서 고 선수의 활용법이 많이 다르다고 해요. 어떻게 느끼나요?

 

고승범

스타일은 비슷하지만. 포지션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밑에서 뛰는 것과 위에서 뛰는 것의 차이 정도? 저는 위든 아래든 제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뛰었고, 그게 포지션 차이일 뿐 감독님 차이보다는 위치 차이였던 것 같아요.

 

FB

김판곤 감독님은 하이 프레싱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잖아요. 울산은 고참 선수들이 많아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 실제로 뛰어보니까 어떤가요?

 

고승범

뛰는 양은 솔직히 달라진 게 없어요. 대신 싸우면서 뛰는 스타일이니까 더 많이 뛰어 보이는 것 같아요. 그 부분에서 차이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FB

동료들은 김판곤 감독에게 적응 잘하고 있나요? 시즌 중에 스타일이 바뀌면 적응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고승범

처음에 감독님도 걱정하셨는데, 일주일도 안 돼서 그 걱정을 접으셨어요. 선수들이 너무 잘 따라와서 감독님도 바로 믿음을 가지셨고, 전술적으로 주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고승범 ⓒ울산 HD FC

FB

울산에서 트로피에 대한 간절함이 클 것 같아요. 고 선수는 어떠세요?

 

고승범

저는 더 간절해요. 지난 2년 동안 힘든 시기를 겪었기 때문에, 트로피 하나하나가 저에게는 안 좋았던 상황을 이겨낼 발판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FB

울산 팬들은 계속 우승하는 팀에 대한 기대가 높을 텐데, 그런 부담은 없나요?

 

고승범

오히려 그런 분위기가 잘 맞는 것 같아요. 우승 DNA가 있는 선수들과 간절함이 있는 선수가 섞이면 시너지가 나거든요. 제가 단점을 채워줄 수 있고, 그들이 제 장점을 채워주기도 하니까요.

 

FB

마지막으로, 지금 정말 바쁜 시즌을 보내고 있는데, 남은 컵대회 두 개와 ACL까지 걸려 있잖아요. 팬들과 어떤 결말을 맞이하고 싶은지 궁금해요.

 

고승범

저는 항상 두 개의 컵과 ACL 진출을 성공시키고, 좋은 마무리를 하길 꿈꿉니다. 이건 꿈이 아니라 무조건 이뤄내야 하는 목표라고 생각해요.

 

FB

다른 선수들에 비해 더 간절하니까 그런 거겠죠?

 

고승범

다른 선수들도 당연히 간절하지만, 저는 유독 더 간절한 것 같아요. 모든 신경이 그 목표에 가 있는 느낌이에요.

고승범 ⓒ울산 HD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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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곤 울산 HD 감독 ⓒ울산 HD

풋볼 보헤미안입니다.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울산 HD가 최근 4연패를 안겨주었던 천적광주 FC3연전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울산은 지난 28일 저녁 7시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벌어졌던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준결승 2라운드에서 광주 FC2-2로 무승부를 기록, 종합 스코어에서 3-2로 승리하며 결승에 올랐습니다. 이날 무승부를 포함해 이전 2연전에서 모두 연승을 거둬, 광주와 3연전을 21무로 마무리했습니다.

 

여러모로 소득이 많았던 경기였습니다. 혹서기에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노련하게 로테이션을 돌려가며 결과를 가져왔고, 많은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얻으면서 김 감독이 선수 파악을 하는 기회로 활용되었습니다. 선수들이 싱싱한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고, 이 와중에 마테우스처럼 기회를 얻지 못하던 선수가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코리아컵 2차전에는 출전하지 않았지만, 골을 넣는 데 애먹었던 야고가 두 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살아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소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판곤 감독은 광주와 3연전이 끝난 후 밝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물론 마지막 세 번째 경기에서 2실점을 하며 이길 경기를 놓친 점은 옥에 티입니다. 김 감독도 이 점에 대해서는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점점 울산이 점점 나아질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김판곤 감독은 광주와 3연전을 마친 직후 어떤 말을 남겼을까요? 김판곤 감독의 기자회견 내용을 모두 정리해봤습니다.

김판곤 울산 HD 감독 ⓒ울산 HD

Q. 광주전 2-2 무승부에 대한 경기 소감은?

먼저 우리 선수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오늘 주중인데도 응원 와주신 울산 HD 팬분들과 처용전사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4년 만에 결승에 올라 기쁩니다. 제가 여기 처음 왔을 때 코리아컵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는데, 또 도전할 기회가 생겨서 기쁩니다. 오랜만에 출전했던 선수들의 퍼포먼스가 좋았고, 후반에는 다음 경기를 생각해서 빠른 로테이션을 했습니다. 조금 어려웠지만 결과가 좋았습니다. 우리는 실리도 챙겼다고 생각하고, 여러 가지로 좋은 경기였다고 봅니다.”

 

하지만 실점을 두 개 했다는 점은 솔직히 기쁘지 않으며, 우리가 반성하고 더 발전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우승하고 싶고,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싶고, FIFA 클럽 월드컵에도 가고 싶다면 이번 경기를 통해 더 발전해야 합니다. 더 배우고 성장하겠습니다.”

 

Q. 최근 울산 선수들이 국가대표팀에 지나치게 많이 뽑혔다고 주장하는 불필요한 이슈가 생겼는데, 대표팀에 들어가는 선수들에게 격려의 말을 한다면?

다섯 명밖에 안 뽑힌 것 같은데, 저는 몇 명 더 가야 할 선수들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울산은 리그 2연패를 한 팀이고 ACL 우승도 한 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선수들이 이 팀에 있기 때문에 저는 다섯 명이 외려 적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금 더 많은 선수가 뽑혔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선수들에게도 그런 말을 했습니다. 울산에만 있으면 힘들기 때문에 대표팀에 가서 배우고 성장하고, 새롭게 리프레시하고 와서 다시 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선수들이 많이 빠져나가서 조직력이 안 좋아지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다섯 명이 대표팀에 가게 되어 기쁘고 축하합니다. 그러나 더 많이 뽑혀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가는 다섯 명이 대표팀에 기여해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를 바랍니다.”

 

Q. 울산이 광주 징크스를 떨쳐내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은데, 선수단에 강조한 얘기가 있다면?

오늘도 광주가 상당히 좋은 팀이라고 전 느꼈습니다. 이정효 감독님께서 팀을 잘 만드셨고, 선수들이 훈련이 잘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징크스에 집중하지 않고, 경기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우리가 운다고 이길 수도 없고, 화를 낸다고 이길 수도 없으며, 사정을 한다고 이길 수도 없는 것이 축구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경기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광주의 공격 전개를 차단하는 팀으로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광주의 하이프레싱이 상당히 좋기 때문에 잘 대응하면서 득점을 노리는 퍼포먼스에 집중했습니다.”

 

현재 우리는 게임 모델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으며, 선수들이 적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경기는 우리 경기 플랜대로 잘 진행되었고, 4-0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좋은 기회를 많이 만들어냈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팀으로,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면 경기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선수들과 얘기했습니다.”

김판곤 울산 HD 감독 ⓒ울산 HD

Q. 울산이 K리그1 2연패를 달성하고 있는데, 아직 더블은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 울산은 K리그1과 코리아컵 모두 노릴 수 있는 상황이다. 선택과 집중보다는 모든 대회를 노린다고 봐야 할까?

그렇습니다. 처음 왔을 때도 세 가지 목표, 즉 코리안컵 우승, K리그1 우승 도전, ACL 결승 도전을 말씀드렸습니다. 지금은 갈수록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욕심을 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에게도 너희들이 하고 싶으면 최대한 도와주고 밀어주겠다. 대신에 하나의 팀이 되어 더 강력한 팀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선수들의 반응이 괜찮고, 팀으로서의 모습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끝까지 도전하고 싶습니다.”

 

Q. 전반기에 어려운 상황에 놓였던 마테우스가 오늘 골을 넣고 감정이 격해진 모습을 보였다. 이 선수를 어떻게 살리고 싶었는지? 그리고 잘 따라오고 있는지?

개인적으로 평가하고 싶지는 않지만,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던 선수가 좋은 경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특별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선수가 경기에 많이 출전하지 못한 이유를 물어보니 수비적으로 우리 팀의 주도적인 축구를 하는 데 약간 걸림돌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강점이 많은 선수입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보셨겠지만, 5050 볼 경합 상황에서 거의 모두 이기는 선수입니다. 팀에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그걸 보고 싶었습니다. 좋은 움직임을 보여줘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Q. 울산 부임 후 처음으로 사흘 간격으로 주말 주중 경기를 치렀다. 어떤 부분을 가장 고민했는지? 그리고 다가오는 주말 포항 스틸러스를 상대로 처음 동해안 더비를 치르는데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로테이션을 통해 체력 저하를 막으면서도 동일한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훈련을 많이 할 수 없어서 소통을 많이 했습니다. 과거 대표팀 경험을 돌아봤습니다. 말레이시아 사령탑 시절 AFF(동남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십을 이런 일정으로 홈과 원정을 오가며 치른 적이 있습니다. 최대한 다양한 스쿼드를 확보하는 게 중요했고, 대체로 잘 된 것 같습니다.”

 

포항과의 경기가 주말에 있고, 결승에서도 포항과 맞붙게 되는데, 동해안 더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울산 HD 팬들께서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최고의 경기력을 통해 승리 확률을 높이고 싶습니다. 이기고 싶고, 이겼으면 좋겠습니다.”

 

이상 풋볼 보헤미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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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공격수 티아고 @전북현대 소셜 미디어

풋볼 보헤미안입니다.

 

치열한 열전으로 치러지던 K리그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31일 토트넘 홋스퍼를 상대한 쿠팡플레이 시리즈 팀 K리그의 친선 경기 전후로 K리그1·2 25개 팀들은 저마다 한 1주일에서 열흘 가량 팀을 정비할 여유를 가지고 부족한 부분을 살피고 있습니다. K리그 일정은 오는 8월 9일부터 재개되는데요. 본격적으로 순위 경쟁의 윤곽이 드러나는 시점에 돌입했다는 점에서 지금부터 더욱 피튀기는 총력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팀들은 과밀한 일정이라는 또 다른 적과 마주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부담을 안고 승부에 임할 것으로 보입니다. 2024-2025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에는 지난해 K리그1 챔피언 울산 HD를 비롯해 코리아컵 챔피언이자 K리그1 준우승팀 포항 스틸러스, K리그1 3위 광주 FC가 출전하며, K리그1 4위였던 전북 현대가 ACL 2에 출전합니다.

2024-2025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와 AFC 챔피언스리그2 대진 추첨이 곧 열린다는 걸 알리는 포스터 @AFC 소셜 미디어

 

AFC는 오는 1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AFC 하우스에서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AFC 챔피언스리그 2 그룹 추첨식을 거행합니다. 그런데 아시아 클럽 대항전 최상위 대회라 할 수 있는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는 좀 단순합니다. 현재 대회 출전이 확정된 11개 팀(울산·포항·광주·비셀 고베·가와사키 프론타레·요코하마F마리노스·상하이 하이강·상하이 선화·부리람 유나이티드·센트럴 코스트 매리너스·조호르 다룰 탁짐)에 산둥 타이산과 방콕 유나이티드의 플레이오프 승자가 합류하는 12개 팀이 동아시아 지구 리그를 이룹니다.

 

이렇게 모인 12개 팀은 풀 리그가 아닌 팀당 여덟 경기를 치러 상위 8개 팀에 토너먼트 진출 자격이 주어지는데요. 따라서 이미 상대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있으며, 대진 추첨 자체는 크게 의미는 없습니다. 다만 홈과 원정 경기 선·후 순위만을 따지는 추첨식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그런데 전북이 출전하게 될 AFC 챔피언스리그 2 대진 추첨은 다릅니다. 전북은 과거 AFC 챔피언스리그 포맷과 똑같이 포트 배정 및 대진 추첨이 이뤄집니다. 참고로 중국 매체 <체단주보>가 공개한 AFC 챔피언스리그 2 동아시아 지구 포트 배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AFC 챔피언스리그2 공식 이미지 @AFC

2024-2025 AFC 챔피언스리그 2 동아시아 지구 포트 배정:

 

포트1 전북 현대 모터스(대한민국)·산프레체 히로시마(일본저장 FC(중국)·AFC 엘리트 PO(산둥 타이샨-방콕 유나이티드) 패자

포트2 포트FC(태국슬랑오르(말레이시아남딘(베트남)

포트3 리만(홍콩카야 일로일로(필리핀라이언 시티 세일러스(싱가포르무앙통 유나이티드(태국)

포트4 이스턴FC(홍콩)·DH 세부(필리핀탬피니스 로버스(싱가포르반둥 페르시브(인도네시아)

 

현재 K리그1에서 생존 싸움을 힘겹게 이어오고 있는 전북은 917일부터 AFC 챔피언스리그 2 일정을 병행해야 합니다.

 

사실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통산 2회라는 빛나는 역사를 지닌 전북 처지에서는 AFC 챔피언스리그 2라는 낮은 무대에 나서는 게 다소 자존심이 상하는 일입니다. ·서아시아 지구를 통틀어 현재까지 대회에 출전하는 클럽 중 아시아 무대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팀이 바로 전북입니다. 단순히 과거뿐만 아니라 액면적인 전력만 보더라도 전북이 동아시아 지구에서 가장 강한 팀 중 하나로 비치는 게 사실입니다.

 

어찌 보면 이 대회에서 우승하거나 우승에 근접하는 모습을 보여야 이름값을 한다는 평가라도 받을 듯한데요. 문제는 전북이 K리그1에서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K리그1 생존과 AFC 챔피언스리그2 성적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다면, 그래서 하나만 집중하고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 강요되고 있습니다. 김두현 전북 감독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요? 그리고 전북 팬들은 이와 관련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나요?

 

이상 풋볼 보헤미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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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뉴 페이스 기오르기 아라비제 @울산 HD FC

풋볼 보헤미안입니다.

울산 HD FC가 조지아 국가대표 출신 공격형 미드필더 기오르기 아라비제를 영입했습니다.

울산은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26세인 아라비제의 합류 소식을 공식적으로 전했습니다. 아라비제는 2013년 조지아 클럽 로코모티브 트빌리시에서 프로 데뷔한 후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 나시오날(포르투갈), 아다나스포르(튀르키예), 로토르 볼고그라드(러시아), 삼트레디아(조지아), 토르페도 쿠타이시(조지아)를 거쳤습니다.

조지아 연령별 코스를 두루 밟았으며 조지아 국가대표로도 4경기에 출전해 3골을 넣는 등 나름 임팩트를 보인 바 있습니다. 다만 해외 진출 후 한동안 부침을 겪었던 선수이며, 2022년 토르페도 쿠타이시 입단 후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한창 진행되고 있던 2024시즌 조지아 리그에서 14경기에서 5골 6도움이라는 좋은 페이스를 보이다 울산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주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이며 양쪽 날개와 세컨드 스트라이커까지 활약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등번호는 9번을 부여받았습니다. 과거 울산 팬들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조지아 공격수 바코에 못잖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기오르기 아라비제 @울산 HD FC

다음은 울산이 공개한 아라비제의 입단 소감입니다.

“여러 조지아 국적 선수들이 K리그에서 활약했고, 활약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뛰었던 바코도 울산에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것으로 안다. 이런 것들이 나에게 더 큰 동기부여로 작용한다. 내가 가진 것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곳에 적응하고 나아가 성장하며 좋은 경기력으로 팀의 승리에 공헌하는 것이 내 궁극적인 목표다.” - 기오르기 아라비제, 2024년 7월 31일 울산 HD FC 보도자료

 

울산은 브라질 출신 공격형 미드필더 켈빈과 계약을 해지하며 아라비제를 영입하기 위한 외국인 쿼터를 확보했습니다. 켈빈은 이미 대전하나 시티즌으로 팀을 갈아탄 상태입니다. 울산은 아라비제 이외에도 마테우스, 야고, 보야니치, 루빅손, 아타루 등 총 다섯 명의 외국인 쿼터를 꽉꽉 채워 2024시즌 하반기에 임합니다.

한편 울산은 오는 8월 5일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최근 선임을 발표한 김판곤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을 연다고 공지했습니다. 홍명보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임 후 어수선했던 시기를 거쳐야 했던 울산은 하반기를 앞두고 감독과 선수진의 재정비를 어느 정도 마친 상태입니다. 울산은 오는 8월 10일 문수축구경기장에서 대구 FC를 상대하며 하반기 일정을 이어갑니다.

이상 풋볼 보헤미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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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유나이티드가 공개한 남태희의 '옷피셜' @제주 유나이티드

풋볼 보헤미안입니다.

2024 시즌 여름 이적 시장에서 빅 네임 영입이 이루어졌습니다.

제주 유나이티드가 2024년 7월 25일 프로 데뷔 후 줄곧 해외에서 활약했던 국가대표 출신 공격형 미드필더 남태희를 영입했습니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보도자료를 통해 2024 시즌 중반을 거치며 공격력 난조에 고민에 빠진 제주에 커다란 힘이 될 것이라며 남태희에게 상당한 기대감을 보였습니다. 해외 무대에서 많은 경험을 쌓으며 실력을 인정받은 남태희도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K리그1 무대는 처음으로 도전하지만 제주라는 좋은 팀에서 시작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 빠른 적응을 위해 내가 먼저 주황빛으로 빠르게 물들어 가겠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선수들도 많아서 든든하다. 제주가 나를 선택한 이유를 실력으로 증명하고 싶다. 그리고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그 물음과 기대를 그라운드 위에서 승리의 마침표로 답하고 싶다. 온 힘을 다해 뛰겠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올해 33세인 남태희는 프로 데뷔 후 15년 만에 K리그에 첫 선을 보이게 됩니다. 2009년 8월, 18세 36일이라는 굉장히 어린 나이에 프랑스 클럽 발랑시엔 FC에서 데뷔했으며, 당시 기준으로 한국인 선수 최연소 유럽 5대 리그 데뷔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이후에는 카타르 스타스 리그를 쥐락펴락했습니다. 2011년 레퀴야 SC(현 알 두하일)에 입단했으며 이후 알 사드와 알 두하일에서 활약하며 11년 동안 카타르 무대에서 활약해 무수히 많은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카타르 스타스 리그 우승 7회, 에미르 오브 카타르 컵 우승 5회, 셰이크 자심 컵 우승 3회, 카타르 컵 우승 5회를 달성했습니다.

알 두하일 시절 남태희 @카타르 스타스 리그


2016-2017 시즌에는 14골을 몰아치며 알 두하일의 우승을 이끌었으며, 당시 알 사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사비 에르난데스를 제치고 카타르 스타스 리그 MVP까지 거머쥐었습니다. 남태희는 카타르 스타스 리그가 출범한 이래 가장 거대한 족적과 명성을 가진 레전드로 남았습니다. 2023년 8월부터 1년 동안 일본 J리그의 명문 요코하마 F.마리노스에서도 활약했으며, 2023-2024 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에 기여했습니다. 가장 최근 기록인 요코하마 F.마리노스에서는 공식전 기준 22경기에서 1골을 넣었습니다.

남태희는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빅 네임 매물’이었습니다. 풋볼 보헤미안은 지난 2021년 11월 알 두하일에서 활약하던 남태희를 카타르 도하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요. 당시 K리그 복귀설과 관련해 지금껏 이렇다 할 제안은 없었으며, 만약 기회가 된다면 울산 현대고 출신인 만큼 울산 HD FC 소속으로 뛰길 바란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남태희 K리그 커리어의 첫 팀은 울산이 아닌 제주가 되었습니다. 제주가 그만큼 공들여서 영입한 선수라 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조금 아쉬웠지만, 카타르에서는 ‘카타르 메시’라는 얘기를 들을 만큼 리그를 지배했던 남태희가 자신의 명성에 걸맞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풋볼 보헤미안이었습니다.

제주 유나이티드가 공개한 남태희의 '옷피셜' @제주 유나이티드


남태희 프로필

생년월일: 1991년 7월 3일  
클럽 이력: 발랑시엔(프랑스) - 알 두하일(카타르) - 알 사드(카타르) - 알 두하일(카타르) - 요코하마 F.마리노스 - 제주 유나이티드(대한민국)  
포지션: 공격형 미드필더, 윙  
국가대표 경력: A매치 54경기 7득점  

카타르 스타스 리그 우승 7회  
에미르 오브 카타르 컵 우승 5회  
셰이크 자심 컵 우승 3회  
카타르 컵 우승 5회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2015 AFC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  

2016-2017 카타르 스타스 리그 MVP  
AFC 챔피언스리그 올스타 팀 선정 2회  

발랑시엔 통산 FC 41경기  
알 두하일 통산 317경기 116득점  
알 사드 통산 68경기 18득점  
요코하마 F.마리노스 22경기 1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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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하나 시티즌 FW 박정인 @풋볼 보헤미안

풋볼 보헤미안 터뷰

 

대전하나 시티즌 FW

박정인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대전하나 시티즌 유니폼을 입게 된 젊은 공격수 박정인은 유소년 시절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던 선수였습니다. 2019년 울산 HD FC 소속으로 K리그1에 데뷔했을 때부터 큰 기대를 받았죠.

 

하지만 박정인에게 프로의 벽은, 정말이지 드높았습니다. 프로 데뷔 기회를 준 울산에는 쟁쟁한 선배 공격수들이 가득했고, 결국 2021년 원하는 만큼 얻지 못했던 출전 기회를 찾아 부산 아이파크로 이적하면서 새롭게 도전을 펼쳐야 했죠. 2021시즌 안병준과 더불어 부산의 쌍포로 맹활약하며 주목도 받았지만, 이후에는 굉장히 힘든 시기가 이어졌습니다. 부산 B팀인 부산 퓨쳐스로 내려앉은 적도 있고, 2023년 서울 이랜드로 이적한 후에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습니다.

 

그랬던 박정인에게 이번 대전하나 임대 이적은 굉장히 중요한 터닝 포인트였습니다. 2021년 부산 이적 후 다시금 잡게 된 K리그1 도전 기회였으니까요. 그리고 대전하나 이적 후 다섯 경기째였던 지난 13일 하나은행 K리그1 2024 23라운드 강원 FC전을 통해 드디어 골맛을 봤습니다.

 

스트라이커에게 골맛은 늘 특별하지만, 이 골은 아마 박정인에게는 잊지 못할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2019년 데뷔 후 6년 만에 맛보는 K리그1 1호골이기 때문입니다. 그 골을 넣은 직후 박정인을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났습니다. 비록 대전하나의 성적이 좋지 못해 마음껏 웃을 수 없었으나, 박정인은 이 골을 통해 크게 용기를 얻었습니다. 아직 황선홍 대전하나 감독의 마음에 드는 수준이 아님을 인정하면서도 더욱 철저히 준비해 더 많은 것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박정인 영입 소식을 알렸던 대전하나 시티즌의 오피셜 @대전하나시티즌 소셜 미디어

Q. 강원전 득점 축하합니다. 소감은?

감사합니다. 물론 골을 넣어 기분은 좋지는 않지만, 우리 팀이 승리하지 못해 정말 아쉬운 것 같습니다.

 

Q. 최근 몇 년간 힘든 시기를 보내다 대전에서 기회를 잡았습니다. 이번 골의 의미는?

서울 이랜드에서 뛸 때 정말 많이 힘들었습니다. 대전하나에 처음 왔을 때 인터뷰를 했는데요. 이 팀의 제안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어요. 앞서 치른 경기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많이 실망스러웠는데, 그래서 이번 경기를 더욱 많이 준비했습니다. 덕분에 좋은 경기를 해서 골을 넣을 수 있어 기뻤습니다.

 

Q. 2019년 울산 HD FC에서 프로 데뷔한 후 K리그1에서는 첫 골이죠?

제 축구 인생에서 이제야 K리그1 득점이 터졌다니 좀 많이 늦었다고 봐요. 하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준비한다면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Q. K리그2에서는 18골을 넣었습니다. K리그2에서의 골 맛과는 다를 듯한데요.

K리그2에서의 골 맛과는 확실히 다르죠. 물론 K리그2에도 팬들이 많지만, K리그1에서는 더 많이 계시잖아요. 이 골을 통해 박정인이라는 선수를 조금 더 알릴 수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기쁩니다.

 

Q. 경기 후 황선홍 감독이 골 소식이 늦었다며 축하보다는 따끔히 질책했습니다. 어떤 생각이 드나요?

감독님께서 저를 믿고 기대하시는 부분이 있다고 봐요. 저도 많이 늦었다고 생각합니다. 감독님께서 기대하시는 만큼 더 열심히 준비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봐요. 앞으로도 경기가 많으니까 많이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Q. 노력에 비해 팀의 결과가 따르지 못하는 것이 갑갑하지 않나요?

일단 오늘 경기를 포함해 제가 뛴 경기에서 2 3패인데요. 오늘도 감독님께서 뒤로 물러설 곳이 없고, 낭떠러지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에 많이 동기 부여를 받았습니다. 저희는 잃을 게 없어요. 그래서 앞으로 올라갈 일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수들끼리 똘똘 뭉치고 싶습니다. 경기가 아직 많으니까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습니다.

 

Q. 대전하나가 K리그1 잔류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팀을 구해야 한다는 부담이 클 듯한데요.

솔직히 말하면 서울 이랜드에서 뛸 때 가장 부담이 컸어요. K리그2에서는 외려 부담이 컸는데, 지금은 ()세종이 형이나 ()재석이 형같은 베테랑 선수들이 많아 힘이 됩니다. 저는 중간에서 형들 믿고 따라가면 더 좋은 경기력이 나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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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스틸러스 소셜 미디어

풋볼 보헤미안 人터뷰
 
포항 스틸러스 MF
오베르단
 
포항 스틸러스 중원의 지배자 오베르단은 여러모로 독특한 느낌을 주는 선수입니다.
 
첫째, 일단 브라질 선수 같지 않습니다. 멀리 네이마르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같은 슈퍼스타를 찾을 필요도 없이, 포항 바로 옆 대구 FC 에이스 세징야만 떠올려봐도 브라질 선수들은 화려하고 눈부시다는 느낌을 주잖아요? 그런데 오베르단은 그 화려함 없이도 축구를 기깔나게 잘한다는 느낌을 주는 선수입니다. 게다가 한국 선수 저리가라 할 정도로 많이 뛰고요.
 
둘째, 이렇게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인 선수가 불과 3~4년 전만 해도 프로 레벨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올해 28세인 선수이니, 20대 중반까지도 프로 무대를 밟지 못했다는 얘기인데요. 보통 이런 상황이 주어지면 축구 선수의 길을 포기하고 지도자로 전향하거나 아예 축구판을 떠나 일반인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런데도 이런 악조건을 이겨내고 축구 선수로서 입지를 다져 지금 K리그 중원을 씹어 먹고 있습니다. 새삼스럽지만 그 오베르단도 프로가 되지 못할 뻔한 브라질 축구판이 새삼 놀랍게 느껴집니다.
 
그 오베르단과 5월 15일 포항 스틸러스의 산실 송라 클럽하우스에서 만나 그의 커리어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이타적인 플레이로 중원을 떠받치는 그 플레이 스타일을 꼭 닮은 겸손한 언행과 태도에 감탄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게 있었습니다. 오베르단도 잠깐이나마 축구의 길을 포기했었다네요.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그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주세요.

@포항 스틸러스 소셜 미디어

이제 K리그에 완벽하게 적응
 
Q. 포항을 통해 K리그에 입성한 지 1년 반이 지났습니다. 한국 생활을 만족하는지?
“일단 작년에는 조금 적응하는 부분도 있었죠. K리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시스템적인 부분이나 이런 부분에서 좀 적응 기간이 많이 필요해서 조금 천천히 간 느낌이었다면 올해는 완벽히 적응을 하고 어떤 시스템으로 이제 K리그가 돌아가는지, 제가 어떤 플레이를 해야 되고 팀을 위해서 어떤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수월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해외 진출이 처음이라 들었습니다. 저도 10년 전에 월드컵 때문에 브라질에 간 적이 있어 아는데 정말 먼 나라더라고요. 이 먼 한국까지 오게 된 결심을 내린 배경을 듣고 싶습니다.
“사실 한국에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기 전에 브라질에서도 나름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었어요. 나름 잘하고 있었죠. 하지만 저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꿈 중 하나가 바로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었어요.”
 
“때마침 이런 좋은 제안이 와서 올 수 있게 되었고, 또 처음 제안이 왔을 때 여러모로 이제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생각도 많이 해봤는데, 삶의 질이나 이런 부분에서도 브라질보다 훨씬 좋을 것 같다고 판단이 들더라고요. 해외 진출이라는 제 꿈을 이루고 싶었고, 정말 좋은 조건이라 결정하게 됐습니다.”

오베르단의 운명을 바꾼 카스카베우 입단식 사진 @카스카베우 홈페이지

축구를 한 달 정도 그만 뒀었다고?
 
Q. 프로필을 살펴보니 25세 이전에는 세미 프로 클럽에서 뛰었더라고요. 브라질은 정말 축구를 미친 듯이 좋아하고 잘하는 나라로 유명하잖아요? 20대 중반까지 프로 레벨 선수로 인정받지 못했을 때 고민이 컸을 것 같은데
“음… 처음에 히우 브랑쿠라는 정말 작은 팀에서 한 4년 정도 했는데, 그때 이제 첫째 아들도 태어났던 시기였어요. 그때 아들 키우는 게 정말 힘들었고, 경제적으로도 좀 어려워서 축구를 한 달 정도 그만뒀었습니다.”
 
“그리고선 다른 일들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이제 카스카베우 구단에서 같이 축구를 다시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왔어요. 거기서부터 이제 조금 축구 쪽으로 잘 풀리기 시작했고요. 카스카베우에 들어감으로써 피게이렌시라는 팀에 들어가게 됐고, 그때 해외에서 뛴 경험을 가진 선수들과 대화도 하면서 ‘해외에 나가면 정말 또 다른 좋은 조건들이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해외에 나가고 싶다는 꿈을 꾼 이유죠.”
 
Q. 잠깐만요. 생계 때문에 축구를 그만 둘 생각을 했다고요? 그렇다면 다시 축구를 하게 되어 성공을 거두는 지금이 정말 행복할 듯한데요.
“그렇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축구를 그만둘 때는 생계적인 부분이 너무 컸고, 첫째 아들이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가정을 부양해야 되기 때문에 축구를 다시는 안 한다는 마음으로 나갔죠. 그래서 친구가 하는 그런 배터리 장사 하는 가게에 들어가서 일을 했어요.”
 
“배터리 가게 일을 하면서 전화 한 통을 받았는데, 그게 바로 카스카베우라는 팀에서 온 전화였죠.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이제는 홀몸이 아니기 때문에 혼자 결정할 수 없어서 와이프랑 상의했는데, 와이프가 고민도 없이 ‘네가 하고 싶었던 일 아니냐’ ‘넌 축구하는 거 제일 좋아하지 않냐. 그냥 해. 괜찮다’ 이렇게 좋은 말을 많이 해줘서 마음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때 결정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어 늘 감사합니다.”

@포항 스틸러스

그래서 포항의 제안이 기뻤다
 
Q. 그토록 어렵게 커리어를 쌓다가 포항의 제안을 받았을 때 더욱 기뻤을 듯한데요.
“그냥 진짜 마냥 기뻤어요. 그러면서도 정확하게 어떤 팀인지는 몰라서 이제 집에서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한국에서 꽤 유명한 팀이고 준비된 클럽이라는 거를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제 제 꿈을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했죠. 그때부터는 이제 운동에 집중했습니다. 한국에 가게 됐으니 좀 오랜 시간 있고 싶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Q. 알고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때 포항 사령탑이었던 김기동 감독이 미친듯이 뛰는 선수를 무조건 잡아오라고 특명을 내렸다고 해요. 그 선수가 바로 오베르단이고요. 그만큼 힘든 역할을 받았을텐데, 안 힘들던가요?
“일단 제 스타일 자체가 원래 좀 많이 뛰는 편입니다. 그리고 제 포지션이 많이 뛰지 않으면 안 되죠. 그래서 체력적인 부분에서 경기 90분 뛰는 동안 많이 뛰는 건 그렇게 힘들진 않았어요. 처음에 그냥 한국 왔을 때는 뭐 기후나 시차 적응 이런 부분에서 좀 힘들었지, 그게 적응된 이후부터는 경기하는 부분 같은 건 원래부터 제가 해왔던 것들을 했기 때문에 크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포항 스틸러스

심플한 플레이를 완벽하게, 내가 잘하는 게 아니라 포항이 잘하는 것
 
Q. 브라질 선수하면 다들 화려함을 떠올리잖아요. 수비수 같은 경우에도, 이를테면 다비드 루이스처럼 공격적인 선수가 떠오르고요. 그런데 오베르단 선수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죠. 제가 생각해도 브라질에는 재능을 타고나는 선수들이 많아요. 그런데 저는 호나우지뉴나 네이마르처럼 드리블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항상 심플한 플레이를 완벽하게 하자는 주의로 플레이를 해왔던 선수였습니다. 늘 이런 생각을 가지고 경기를 뛰기 때문에 말씀하신 그런 모습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저는 네이마르처럼 드리블할 수 없기 때문에 제가 잘하는 걸 최대한 잘하고 싶어요.”
 
Q. 현재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에서 K리그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팀도 작년에 FA컵 우승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는데…
“사람들이 절 어떻게 평가하는 것은 차치하고요. 포항이라는 팀은 특정 누군가가 잘하는 팀이 아니고, 팀 전체가 각자 역할을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좋은 성적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죠. 저는 작년 후반기에 다쳐서 FA컵 결승전 같은 경기를 못 뛰었는데 그래도 선수들이 우승을 해주었잖아요. K리그1에서도 2위를 해주었고요.”
 
“그런 걸 보면 제가 잘하는 게 아니라 모든 선수가 함께 노력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게 포항이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저희가 상위권에서 계속 경쟁을 하고는 있지만, 제가 벤치에 앉거나 설령 게임을 안 뛰는 상황이 오더라도 포항은 충분히 상위권 경쟁을 할 수 있는 그런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Q. 포항은 오베르단 선수의 축구 인생에서 어떠한 의미로 남을 팀이라고 생각합니까?
“일단 제겐 정말 고마운 팀이죠. 제가 처음으로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준 팀이고, 정말 좋은 기억들을 만들고 있으니까요. 입단 첫 해에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도 탈 수 있었고요. 이런 좋은 경험들을 지금도 많이 하고 있고, 그래서 절 믿고 기회를 준 포항에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다른 생각하지 않고 정말 고마운 이 팀을 위해 보탬이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은 없을 것 같습니다.”

@포항 스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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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스틸러스 소셜 미디어

풋볼 보헤미안 人터뷰

포항 스틸러스
박태하 감독

아마도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2024시즌 개막 전 가장 걱정 어린 시선을 받았던 지도자일 것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었거든요. 첫째, 박 감독이 현장 경험 감각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포항 사령탑 부임은 2019년 중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B팀 사령탑을 잠깐 맡은 후 무려 5년 만에 현장 복귀였습니다. 물론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으로서 피치 위 승부를 가장 지근거리에서 바라보긴 했으나, 제3자와 당사자는 엄연히 다르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박 감독의 ‘감’이 살아있을까 싶은 이들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포항은 김기동 감독(現 FC 서울 사령탑)이 지휘봉을 잡은 후 5년 동안 큰 성공을 거둔 팀이었습니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K리그1 준우승과 FA컵 우승까지 일구어냈죠. 소위 ‘매머드 클럽’과는 거리가 먼 포항의 한계를 뛰어난 지도력으로 큰 성과를 안겼던 김 감독의 서울 이적은 그 자체만으로도 포항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니 걱정이 생길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박 감독의 포항은 놀라운 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13라운드가 종료된 현재 7승 4무 2패를 기록, 김천 상무를 골득실에서 밀어내고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안한 선두이기도 하고,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다는 점에서 포항의 이 순위가 유지될지 여부는 지켜볼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분명한 게 있습니다. 시즌에 앞서 섣부른 예상을 했던 모든 이들을 우습게 만들어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도자 박태하 감독이 궁금했습니다. 포항에서 박태하 감독을 만난 이유입니다. 여러분들도 이 인터뷰를 통해 '태하드라마'를 쓰고 있는 박태하 감독의 기질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포항 스틸러스


Q. 리그 선두권 다툼을 하고 있습니다. 예상대로 시즌이 잘 진행되고 있나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솔직히 지금 상황을 예상하지 않았습니다. 선수들의 땀과 노력 덕분이죠. 솔직히 시즌 개막 전에는 우려 속에서 출발했는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수들과 서로 소통하고 신뢰하며 좋은 분위기를 가져갔던 게 좋은 결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Q.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 때문에 준비 기간이 적어 애로사항이 많았을 듯한데
“조바심보다는, 빨리 팀을 안정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래서 시간이 좀 걸릴 거라 예상했죠. 저는 한 6개월 내에 안정을 찾아도 굉장히 빠른 거라 생각했습니다. 기존 선수들이 축구 지능이나 경험이 충분했기 때문에 이 정도면 빨리 안정화될 거라 기대는 했는데, 의외로 다른 선수들도 잘 이해한 덕에 더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선수들이 그만큼 노력한 덕이라고 봐요.”

Q. 관련해서 감독님 개인적인 스트레스는 없으셨나요?
“스트레스는 없어요. 저는 중국에 있을 때도 그랬습니다. 물론 그게 경험이 됐을지는 몰라도, 아무리 고민한다고 해도 팀이 생각대로 굴러가진 않는다는 걸 알거든요. 팀을 만들어 가는 데에는 다 시간이 필요하고, 성공과 실패는 늘 50대50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항상 소신 있게 하자고 생각했죠. 전술적 측면에서는 우리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에 맞춰서 짜다 보니까 좋은 결과가 난 것 같고요.”

Q. 전임 김기동 감독이 5년을 맡은 팀이라 변화를 준다면 꽤 힘들 거라 예상한 이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굉장히 빨리 팀을 추슬렀어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경험이 있는 선수들의 도움과 희생이 없었다면 힘들었습니다. 그들 덕에 그 밑에 있는 중참들과 새내기들이 잘 따라왔죠. 솔직히 훈련이나 경기를 하다 보면 선수 처지에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런데도 그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부분을 더 따르려고 했던 선수들의 자세가 참 고맙습니다. 믿고 가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덕이라고 봅니다.”

@포항 스틸러스 소셜 미디어

Q.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바라봤을 팬들의 시선을 어떻게 느끼셨나요?
“지금은 제 처지에서는 경기력이나 결과 모두 만족하죠. 물론 팬들의 반응을 저로서 신경이 안 쓰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런 것에 신경을 쓰고 에너지를 쏟는 것보다는 우리 팀을 더 잘 만들어 결과를 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압니다. 솔직히 요즘은 조금만 경기력과 결과가 안 좋으면 다 감독 탓이잖아요? 그렇지만 웬만해서는 신경 안 쓰려고 해요.”

“지금 이기고 있기 때문에 기분 좋은 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이 분위기를 지속하려면 더 간절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주고 있습니다. 또, 설령 좋은 결과가 안 나더라도 우리가 즐겁게 준비하고 행복하게 해야 한다고 말이죠. 우리가 축구와 팀에 대해 소속감을 느끼고 같은 생각을 가지고 접근하면 굉장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그래도 결과가 나쁘다는 평가가 나온다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고요.”

Q. 지금 1위잖아요? 지금 시점에서는 의미 없다고 말씀하실 것 같은데, 그래도 포항이 1위라는 것에 의미를 두는 팬들이 많습니다. 자부심을 느끼시죠?
“자부심을 느끼죠. 사실 다른 사람들은 과연 현장에서 오래도록 떨어진 제게 감각이 있을까 혹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부정적 시선을 많이 던졌습니다. 더군다나 저는 K리그에서 처음 감독을 해보잖아요? 하지만 저는 도전자 입장에서 이것저것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중국에서도 그랬어요.”

“지금 언론에서도 8~9명 선수 정도만 주축이라는데 그렇지 않아요. 저는 지금 제게 필요한 선수들이 다 있어요. 다른 팀과 비교할 이유도 없고요. 그렇게 또 하나 깨우치는 거라 봅니다. 구단이 돈이 많고 능력이 되고 예산이 많다면 그 나름대로 맨 꼭대기에 올라가는 이유가 되겠죠. 하지만 저는 팀을 새로 만들어가는 것도 재미이자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서는 정답은 없지만, 저는 제 나름대로 선수들을 대하고 끌어내려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결국 정답은 저만의 방식이라 할 수 있겠죠.”

Q. 그렇다면 팬들을 포함해 세상 모든 사람에게 ‘한번 두고 봐라’라는 마음도 가지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제가 알았던 포항과 지금은 다르죠. 대학 시절 제가 비록 좋은 선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드래프트 1순위로 들어와 군 시절을 제외하면 12년 동안 몸담은 팀이었습니다. 거의 10년을 포항과 함께하고 여기서 은퇴했죠. 그때 제 모습이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아 감독이 된 지금 더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어찌 보면 운명 같은 일이잖아요? 굉장히 큰 영광이자 감사할 스토리고요. 그래서 제가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포항이라는 팀과 도시는 제가 살고 있는 곳이며, 앞으로 살아가야 할 도시입니다. 지금이야 성적이 좋아서 이런 얘기를 편하게 할 수 있지만, 성적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제 감정을 솔직하게 얘기하고 과거 K리그의 명문이었던 포항에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늘 가지고 있어요. 설령 나중에 잘못되더라도 말이죠.”

@포항 스틸러스 소셜 미디어

Q. 정재희 선수가 정말 대단한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본래 번쩍거릴 줄 아는 선수였지만, 이렇게 포인트가 많이 나오는 건 기대 이상입니다.
“우리가 뭘 잘할 수 있을지 고민을 했습니다. 현대 축구 트렌드가 무엇인지 감독이라면 다들 고민하잖아요? 새로운 게 없나 유튜브나 와이스카웃을 통해 여러 가지를 살피죠. 그걸 참고로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빠른 선수가 있다면 최대한 우리 팀에 도움 될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항상 고민했습니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그 장점을 살려 성과를 내고 있으며 팀으로서도 도움이 되는 부분을 찾고 있습니다.”

“사실 (정)재희뿐만 아니라 (김)종우나 (황)인재도 잘하고 있어요. 황인재의 경우 선방도 잘하자면 그 친구에게서 빌드업을 원했거든요. 요즘은 트렌드가 골키퍼도 볼을 잘 차야 하잖아요. 그런데 발기술이 처음에는 좋지 않은 골키퍼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잔 실수가 잦았거든요. 그런데 제 생각대로 잘 따라오길래 나중에 알고 보니 어렸을 적엔 수비수를 했다더라고요. 그래서 인재한테 ‘실수해도 좋다. 골 먹어도 좋다’라고 자꾸 독려합니다. 덕분에 실수가 많이 줄고 좋은 플레이를 펼치고 있어요.”

Q. 그런데 프로 레벨에서는 완성된 선수로 팀을 만들어 가는 게 아닌가요? 뭔가 가르칠 만한 상황이 아니잖아요? 훈련할 때 꽤 갑갑할 듯한데
“잘 안되면 솔직히 짜증도 나죠. 하지만 그걸 현장에서 표현하면 다음 단계로 발전하지 않잖아요. 다른 예를 들어보죠. 수비수인 (이)동희는 처음에는 스리백의 오른쪽 수비수로만 뛰었어요. 동계 훈련 때 연습 경기를 치러보니 걱정이 되더라고요. 근데 지금 보니 무척 발전했잖아요. 수비 좋지 헤딩도 우수하지 스피드도 괜찮지, 여기서 빌드업까지 좀 더 하면 국가대표로 성장할 만한 자원이라고 봐요. 이렇게 될 수 있도록 인내해야죠.”

@포항 스틸러스 소셜 미디어

Q. 외국인 선수는 어떤가요? 조르지는 골이 없다고 팬들이 걱정하던데요. 수비수인 아스프로도 마찬가지고요.
“아스프로는 제가 불러서 얘기했어요. 사실 AFC 챔피언스리그 준비 때문에 너무 완벽하게 맞추려고 해서 널 영입한 감이 있다고요. 반면 조르지는 포인트 면에서는…. 네, 수치적으로는 좋지 않죠. 그런데 보이지 않는 무형적인 부분에서 매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일단 상대를 흔들어놓으면 그 빈틈을 다른 선수가 공격하게끔 하고 있습니다. 이 친구가 골만 터지면 더욱 좋은 일이겠죠.”

Q. 조르지가 많이 조급할 듯한데…
“아무래도 어린 선수인 데다 순진하다 보니 상처를 받을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조급해하지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 지금 너는 괜찮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주전(5월 12일) 이후에는 ‘너 이렇게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금까지 잘한다 잘한다했지만, 지금부터는 냉정하게 평가할 수밖에 없.. 그러니 집에 가서도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 생각하라’고 혼을 냈습니다. 그리고 조르지가 어려워도 (이)호재 역시 나쁘지 않거든요. 다른 기술 좋은 선수들도 열심히 하고 어필도 하고 있으니 적절히 조합해야 할 것 같아요.”

 

Q. 현재 페이스가 이어진다면 향후 우승 경쟁도 해볼 만한데요?
“우승 경쟁 여부는 그때 가서 다시 말하겠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리그 판도는 어떤가요? 포항에 유리한 그림 같은데) 아니죠. 예를 들어 전북 현대도 만만하게 볼 팀은 아니죠. 게다가 대구를 볼 때도 그래요. 그 스쿼드로 어떻게 그런 경기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데 기어이 결과를 내더라고요. 또 순식간에 경기 스타일도 바뀌고요. 그건 감독의 몫이겠죠.” 

“사실 감독의 경험이 없다 혹은 프로의 경험이 없다 이런 잣대가 기준점을 어디에 둘 지에 따라 확 달라진다고 봅니다. 그래서 팬들도 그런 얘기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고 봐요. 물론 팬들께 이런 말을 하면 더 자극받을 것 같은데, 사실 감독 평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다는 걸 말하고 싶은 겁니다. 아무리 베테랑 지도자가 와도 팀이 망가지고 실패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반대로 초보가 오더라도 성공할 수 있죠. 저는 그런 걸 중국에서도 정말 많이 봤거든요.”

Q. 마지막으로 가벼운 질문 하나 할게요. 외부에서 감독님의 포항 축구를 ‘태하드라마’라고 표현해 주는 게 어떠세요? 
“이야깃거리도 될 수 있고,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좋은 일이죠. 솔직히 감독 처지에서는 이른 시간에 득점하고 경기가 진행됐으면 좋겠는데, 그만한 능력까지는 아직 도달하지 못해 이런 얘기가 나온다고 봅니다. 그래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해주고 결과를 만들어오는 선수들 항상 감사합니다.”

@포항 스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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