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보헤미안입니다.
대한축구협회가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홍명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이번 감독 선임 과정과 관련해 뒷말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어 이례적으로 타임라인까지 공개하며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하는데요. 대한축구협회가 공개한 내용 중 가장 시선을 모으는 대목은 미국 국적의 A감독, 즉 제시 마시 현 캐나다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대한축구협회는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여러 후보들과 면담 및 협상을 통해 최종 후보를 선정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쳤다”라며 “미국 국적의 A감독과 협상은 국내 거주 요건과 세금 문제로 결렬되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단 마시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의 기준에 상당히 부합하는 지도자였다는 건 인정했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전술적 플랜과 지도 스타일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1순위 협상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협회는 해당 감독이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협상을 진행했다”라고 협상 배경을 묘사했습니다.
이어 “협상 초기에는 마시 감독 에이전트 측에서 연봉 규모와 국내 거주 요건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라며, “그러나 이후 세금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질의와 협상이 진행되었고, 결국 지연되었다. 협회 측 요청 시한이 지나 협상이 결렬되었고, 최종적으로 A감독 측은 국내 거주 문제와 세금 문제로 인해 감독직 제안을 포기한다고 회신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풋볼 보헤미안은 마시 감독에게 협상 결렬의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이 표현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대한축구협회가 마시 감독과 손을 잡을 생각이 있었으면, 감독과 합의점을 찾는 노력을 했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현안을 둘러싼 이견 차 때문에 협상이 계속 지연되다 결국 감독이 포기했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는 건, 반대로 뒤집으면 협회의 허들이 지나치게 높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서 대한축구협회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외국인 감독들과의 면담을 통해 그들의 축구철학과 전술적 선택을 평가했다. 그러나 외국인 감독들의 철학이 협회의 기술철학과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홍명보 감독과의 면담을 통해 대표팀 운영 방안과 한국축구 기술철학 연계에 대해 논의한 후, 홍 감독을 최종 선임했다”라고 홍 감독 선임 배경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어찌 됐든 일은 벌어졌고 현실적 측면에서도 사령탑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수렴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 해명도 그리 매끄럽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해명 자체가 지금 필요한지도 의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또 마시 감독이 도마에 오르고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무적 감각이 전혀 없네요.
이상 풋볼 보헤미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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