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풋볼 보헤미안입니다.

 

대한축구협회 고위진이 엄청난 헛발질을 또 한 듯합니다. 25일 오전 통신사 매체 뉴시스가 굉장히 재미있는 기사를 내놓았습니다. 링크부터 달겠습니다.

 

"문해력?"…축구협회 임원 '조롱메일' 일파만파

대한축구협회 고위관계자가 비판적인 기사를 쓴 기자를 조롱하는 메일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2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축협 고위관계자, 기자에게 조

n.news.naver.com

 

희대의 코미디와 같은 이번 조롱 메일 사건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최근 국회 문체부 감사를 앞두고 있는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2일 오후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에 큰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홍명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해 이와 같은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심지어 이례적으로 두 편의 글로 나눠 대중에게 공개했습니다.

 

링크가 안 되는데,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www.kfa.or.kr) 대문에 떡 하니 걸려 있으니 한번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이미 많은 매체가 보도해서 축구팬들이라면 이미 내용을 잘 알고 있으실 듯한데요. 내용을 한 마디로 압축하자면, 특혜 채용 시비 등에 대해 아무튼 홍명보 감독 선임에는 문제가 없다라는 겁니다.

 

이에 통신사 뉴시스가 대한축구협회의 이 성명문에 대한 반박 기사를 올렸습니다. 조롱 메일을 보낸 귀하신 분이 화가 났다는 그 기사입니다.

 

감독 선임 과정 설명한 축구협회…결국 해명 못한 '공정성'

 

m.sports.naver.com

 

이 기사의 요지는 협회가 홈페이지에서 장문을 통해 홍명보 감독의 선임 과정을 설명했지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해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 기사였습니다. 이에 대한축구협회의 모 인사는 두 통의 이메일을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보냈다는데요. 내용은 없이 첫 번째 이메일에는 문해력?’이라는 제목만, 두 번째 이메일에도 역시 내용은 없이 축구협회 설명문을 제대로 정독?’이라는 제목만 붙여 기자에게 항의했습니다.

 

정당한 반론 보도 청구 절차도 없이, 생뚱맞게 기자에게 메일로 다분히 감정풀이식 조롱으로 분노를 표출한 셈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이걸 개인 메일도 아니고 협회 공식 메일로 보냈다는 게 그저 황당하기만 합니다. 심지어 이 이메일을 보낸 이는 일개 직원이 아니라 고위 임원입니다. 결국 이 황당한 해프닝에 대한축구협회 측에서도 인정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쯤되면 이 사건을 아예 몰랐을, 그리고 어떻게든 수습해야 할 홍보팀 직원이 불쌍할 지경입니다.

뉴시스가 공개한 대한축구협회 고위 임원의 제목만 달랑 붙은 일침 메일 @뉴시스

사실 이번 대한축구협회가 부랴부랴 발표한 두 개의 성명문은 여러모로 이상한 감이 많았습니다. 많이 부족하고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어찌됐든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홍명보 감독 선임과 관련해 브리핑을 한 바 있습니다. 공식적 채널을 통해 설명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추가적으로, 심지어 나름 더 자세한 내막을 알리려는 자세를 취한 건 예고된 국회 문체부의 감사 예고 때문입니다. 시쳇말로 미리 밑밥을 깔았다고 봐도 무방할 듯한데요. 저 역시 그 고위 임원의 말처럼 문해력이 모자라선지, 아무리 읽어봐도 이 성명문에는 반박할 건덕지가 한두 개가 아닙니다. 그리고 국회 감사에서도 결국 이 성명문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비판하는 국회의원들 앞에서도 문해력이 모자라다는 간 큰 일침을 할 수 있을지 실로 궁금하네요.

 

저는 대한축구협회가 최근 몇 년 동안 홈페이지를 통해 그건 이렇습니다 라는 성명문 코너를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잘못된 사실이 있는데도 반박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공식 채널로 반응하면 좋은 일이죠. 문제는 이 공식 채널을 한없이 가볍게 만들어간다는 것입니다.

 

본래 이 성명문 코너는 과거 모 기자가 집요하게 협회 행정에 대해 비판하는 모습을 보이자 적극 대응한다면서 만든 것인데요. 그때도 사실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해당 기자가 비판 기사만 내놓으면 재빨리 대응하는 게 무슨 커뮤니티 댓글 싸움 벌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한동안 잠잠하다 최근 협회를 향한 비난 여론이 커지자 이 코너가 갑자기 또 바빠지는 듯한 모습인데, 이렇게 글로서 대응할 것이면 말문이 턱 막힐 정도로 반박할 여지를 주지 말아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하는 게 참 갑갑합니다. 반박의 말을 해야 할 때와 침묵을 지켜야 할 때를 제대로 구분하는 것도 대외 대응 능력 중 하나입니다.

 

어쨌든 요즘 세상은 기록이 지배합니다. 협회의 그 두 개의 성명문도 결국은 도마에 오를 것이며, 이번 귀하신 분의 문해력 일침 메일도 도마에 오를 것입니다. 가뜩이나 상황이 좋지 않은데, 왜 자꾸 일을 키우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한축구협회 @풋볼보헤미안

 

 

반응형
728x90
반응형

제시 마시 감독 선임 소식을 알리는 캐나다 축구협회 @캐나다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풋볼 보헤미안입니다.

 

대한축구협회가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홍명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이번 감독 선임 과정과 관련해 뒷말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어 이례적으로 타임라인까지 공개하며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하는데요. 대한축구협회가 공개한 내용 중 가장 시선을 모으는 대목은 미국 국적의 A감독, 즉 제시 마시 현 캐나다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대한축구협회는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여러 후보들과 면담 및 협상을 통해 최종 후보를 선정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쳤다라며 미국 국적의 A감독과 협상은 국내 거주 요건과 세금 문제로 결렬되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단 마시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의 기준에 상당히 부합하는 지도자였다는 건 인정했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전술적 플랜과 지도 스타일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1순위 협상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협회는 해당 감독이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협상을 진행했다라고 협상 배경을 묘사했습니다.

이어 협상 초기에는 마시 감독 에이전트 측에서 연봉 규모와 국내 거주 요건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라며, “그러나 이후 세금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질의와 협상이 진행되었고, 결국 지연되었다. 협회 측 요청 시한이 지나 협상이 결렬되었고, 최종적으로 A감독 측은 국내 거주 문제와 세금 문제로 인해 감독직 제안을 포기한다고 회신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풋볼 보헤미안은 마시 감독에게 협상 결렬의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이 표현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대한축구협회가 마시 감독과 손을 잡을 생각이 있었으면, 감독과 합의점을 찾는 노력을 했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현안을 둘러싼 이견 차 때문에 협상이 계속 지연되다 결국 감독이 포기했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는 건, 반대로 뒤집으면 협회의 허들이 지나치게 높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서 대한축구협회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외국인 감독들과의 면담을 통해 그들의 축구철학과 전술적 선택을 평가했다. 그러나 외국인 감독들의 철학이 협회의 기술철학과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홍명보 감독과의 면담을 통해 대표팀 운영 방안과 한국축구 기술철학 연계에 대해 논의한 후, 홍 감독을 최종 선임했다라고 홍 감독 선임 배경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어찌 됐든 일은 벌어졌고 현실적 측면에서도 사령탑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수렴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 해명도 그리 매끄럽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해명 자체가 지금 필요한지도 의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또 마시 감독이 도마에 오르고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무적 감각이 전혀 없네요.

 

이상 풋볼 보헤미안이었습니다.

반응형
728x90
반응형

풋볼 보헤미안입니다.

 

링크 하나부터 첨부합니다. 먼저 읽어보시죠.

 

협회의 또 다른 악법 'K리그 감독 빼오기'

 

m.sports.naver.com

이 기사, 제가 13년 전에 썼던 겁니다. 최강희 감독을 홍명보 감독으로, 전북 현대를 울산 HD FC로 바꿔서 다시 읽어보세요. 13년 전 기사라는 말이 무색해질 겁니다. 기사 내용 중 규정의 조항 숫자 정도만 제외하면 최근 기사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대한축구협회의 K리그 감독 빼오기의 유구한 전통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2011년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을 대표팀으로 강제로 데려갔던 저 사례가 처음도 아닙니다.

 

축구올림픽대표 사령탑 부산 박성화 감독 내정

대한축구협회가 차기 올림픽대표팀 감독에 박성화 부산 아이파크 감독을 내정했다.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3일 오전 “협회 내부적으로 박 감독을 올림픽팀 ...

n.news.naver.com

 

20078, 대한축구협회는 박성화 당시 부산 아이파크 감독을 2008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 사령탑에 앉혔습니다. 참고로 박성화 감독은 부산 사령탑에 부임한 지 고작 15일 밖에 되지 않았던 때였습니다. 대한축구협회의 K리그 감독 빼오기는 눈치나 타이밍 같은 것도 보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는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세 사건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부산 아이파크·전북 현대·울산 HD 등 졸지에 감독을 빼앗긴 팀의 팬들이 분노하며 슬퍼했다는 점, 당시에도 이런 사태에 문제점을 제기하는 미디어의 비판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대한축구협회는 고개를 슬쩍 숙이며 미안하다. 대승적 차원에서 협조해주어서 감사하다라며 마음에도 없는 사과 한 마디로 퉁치고 넘어갔다는 점입니다.

 

일어날 때마다 축구계가 뒤집어졌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한축구협회의 이 막무가내 행동은 왜 되풀이될 수 있었던 것일까요? 과거 기사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대한축구협회는 국가대표 축구단 운영규정에 이 악법을 버젓이 적어두고 있습니다. 이 규정은 제12조 감독 및 코치 등의 선임에 적혀 있습니다. 특히 제2항에 주목하세요.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국가대표 축구단 운영규정 중 문제의 조항 @대한축구협회

이번 홍명보 감독의 대표팀행을 두고 이 조항에 대한 팬들의 시선이 몰리고 있습니다. 몇몇 매체는 이 규정을 악법으로 규정하고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저는 대한축구협회가 스스로 이 규정을 없앨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봅니다. 대한축구협회 처지에서는 감독을 뽑지 못해 전전긍긍할 때 그 상황을 단번에 해결해 줄 치트키아니겠습니까? 무적의 규정인데, 아무렴 스스로 포기할리가 없습니다.

 

때문에 풋볼 보헤미안은 이 규정 때문에 크게 손해를 보고 있는 이들이 뭉쳐, 반드시 이 악법을 삭제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규정 삭제가 안된다면, 적어도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데려갈 때 구단과 합당한 이적료 혹은 보상금 협상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조항 정도라도 추가해야 합니다.

 

이런 목소리를 내야 할 주체, 바로 K리그 구단들과 그 K리그 구단의 이익 대변 단체인 한국프로축구연맹입니다. 이런 사태가 일어날 때마다 K리그에 끼치는 악영향이 정말 심대하다는 것을 떠올리면 반드시 이런 움직임이 일어나야 합니다.

울산 HD FC 홈 문수월드컵경기장 @풋볼 보헤미안

물론 K리그 구단과 한국프로축구연맹 처지에서는 쉽지 않은 일일 수 있습니다. 한국 축구계 전체를 총괄하는 대한축구협회에 반기를 드는 구도이기에 부담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쓸데없이 대한축구협회와 싸움 붙이지마라는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간혹 일어나는 이런 일 때문에 구성원이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는 건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저 대한축구협회의 산하단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손 놓을 수는 없는 사안입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습니다. K리그 구단과 그들의 이익 대변 단체인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대한축구협회와 관계보다 그들의 이익과 팬들의 요구에 더 충실해야 합니다. 한국 축구를 위한 대의를 위해 아무튼 협조해야 한다? 아닙니다. 다른 사안은 몰라도, 적어도 감독 빼오기 같은 사안은 수평적 관계에서 협의를 해야 합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우리네 K리그 구단과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나치게 순종적입니다. 협회의 조치에 반대 성명을 내놓는 유럽 클럽 혹은 리그 사무국의 사례가 상당히 많은데, 한국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감지하기가 힘듭니다. 최근 십수 년 사이에 이런 경향이 더 심해졌습니다. 200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리딩 클럽들이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몇몇 정책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뉴스를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러니 현장에서는 축구판에 야당이 없다는 말도 나옵니다. 심지어 거수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건강한 토론이 없고, 토론을 주장하면 삐딱이로 낙인을 찍어버립니다. 그러니 이런 무조건적인 상명하복을 강요하는 이 규정에 대해서도 반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울고 있는 사람 뺨 때리는 것 같아 자제하고 싶었지만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인 울산에 고언을 드릴 것도 있습니다. 김광국 울산 HD FC홍명보 감독을 우리가 보내주는 것이라며 마음 아픈 팬들을 달랬지만, 팬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습니다. 당연합니다. 아무리 포장한다고 한들, 팬들은 멀쩡한 감독을 강탈당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사실 팬들을 달랠 게 아니라 협회에 목소리 높여 반발해야 하는 게 정상적 상황입니다.

 

물론 팬들도 그 이상한 규정 때문에 울산 구단이 이럴 수밖에 없었다는 걸 잘 압니다. 팬들도 울산 구단이 엄연히 피해자라는 것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아마 울산 구단도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었을 겁니다. 풋볼 보헤미안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래서 불합리한 상황과 부당한 조건을 반드시 바꿔야 합니다. 추후 울산과 같은 피해를 보는 다른 K리그 구단이 나올 수 있고, 먼 훗날 울산이 똑같은 사례에 또 당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이 규정을 뿌리 뽑아야 할 이유입니다.

 

K리그 구단과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조공을 바치는 존재가 아닙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방관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본인들을 부정하고 팬들의 바람을 외면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홍명보 감독을 둘러싼 이번 사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교훈입니다.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교훈입니다.

 

풋볼 보헤미안이었습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