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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 선임을 발표하는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 @MBC 중계화면

축구 팬들이라면 오늘(7월 8일)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 총괄이사 겸 전력강화위원장 대행의 홍명보 울산 HD FC 감독을 대표팀 새 사령탑에 선임하는 것과 관련한 브리핑에 귀를 기울이셨을 겁니다.

 

사실 이 브리핑이 있기 전 내정 소식을 문자 보도자료로 받았을 때부터 굉장히 어이가 없었습니다. 무려 5개월에 달하는 시간을 쏟아 내린 결론이 결국 홍명보 울산 감독이라니. 홍명보 감독이 자격 없는 인물이라는 게 아닙니다. 국내 감독을 뽑아야 한다면, 홍명보 감독이 가장 첫손가락에 마땅히 꼽혀야 할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결론이었다면,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해서 어차피 먹을 욕이라면, 차라리 위르겐 클린스만 전 대표팀 감독을 경질했던 직후인 2월에 선발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스치더라고요. 적어도 시간 낭비 없이, 그리고 이렇게 시끄럽게 지난 5개월을 허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봅니다.

 

어쨌든 이임생 기술이사의 브리핑 들으면서 든 첫 감상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아마 다들 그런 생각하셨을 겁니다. 라 볼피아나, 3, 어태킹 서드 등 그런 번지르르한 축구 용어로 홍 감독의 선임 배경을 포장하는 게 모르는 이에게는 그럴듯하게 들렸을지 모르지만, 이 사안을 쭉 지켜봤던 이들이 정말 궁금하고 듣고 싶었던 답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세 가지가 가장 궁금하더라고요.

 

첫째, 불과 엊그제만 해도 안 하겠다고 대놓고 천명하던 홍명보 감독의 마음을 어떻게 돌렸는가?

 

둘째, 이렇게 홍명보 감독을 선택할 생각이었다면구스 포옛 감독·다비트 바그너 감독 만나러 왜 유럽에 갔나? 그저 요식적 절차로 그들을 만난 셈인가?

 

셋째, 위원장과 네다섯 명의 전력강화위원이 사퇴해 사실상 붕괴된 상태에서 대행으로 키를 잡은 이임생 기술이사가 과연 새 감독을 독자적으로 뽑을 만한 자격이 있는가?

 

첫 번째 질문에선 눈물샘을 자극하는 퍼포먼스와 함께 늦은 밤 문 앞에서 기다려 승낙을 받아냈다는 무슨 연애담 같은 답변이 나왔고, 둘째는 쓸데없는 일정 보고에 당신은 훌륭한 지도자이니 다음 팀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훈훈한 마무리 이런 얘기로 넘어가는 게 황당하게 느껴졌으며, 세 번째는 전력강화위원회 소속 아홉 명(정해성 위원장 사퇴 후) 중 네 명이 불참한 다섯 명만 동의 얻은 것에 대해 법무팀과 얘기해 결정 내렸으니 트집을 잡을 생각이면 법무팀에 얘기하라는 식으로 들리더군요.

대한축구협회가 발표한 홍명보 감독 오피셜 @대한축구협회

대표팀 새 감독은 반드시 조속히 뽑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몽규 회장이 말한 절차적 정당성이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정말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기본적으로 지금 전력강화위원회는 10차까지 가는 회의 끝에 파행으로 흘러갔고 위원장을 포함한 절반의 사람들이 자리를 박차고 떠난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급하게 감독을 선임하는 건 그 내부 권력 구도에서 이긴 자들이 전리품처럼 선택 권한을 누리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데, 과연 이게 정당한 것일까요? 어차피 새 감독 뽑는 게 난항을 거듭할 거라면 전력강화위원회를 새로 구성해서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을 것입니다.

 

또한, 정몽규 회장이 이임생 기술이사에게 당신이 테크니컬 디렉터이니 지금부터 모든 걸 결정을 다하라고 말씀하셨다라고 후일담을 소개하던데, 이 말을 듣고 헛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이임생 기술이사는 한술 더 떠서 정몽규 회장한테 보고도 안하고 김정배 부회장한테만 얘기하고 자신이 알아서 홍명보 감독 선임을 결정했다고 하던데 이것도 참.

 

일단 전력강화위원회의 수장이 테크니컬 디렉터이니 모든 걸 책임지고 결정해나가라고 한 게 왜 지금에서야 발동되는지도 참 웃깁니다. 정해성 위원장, 그 전에 마이클 뮐러 위원장은 뭐가 되는 걸까요? 원하든 원치 않든 허수아비가 된 그들의 처지가 참 처량하게 느껴집니다.

 

이 두 전임 전력강화위원장들에겐 후보 추천과 면접 권한만 있었을 뿐 협상 권한이 없었습니다. 정몽규 회장이 새 집행부를 꾸리면서 만든 대표팀 운영 규정 때문입니다. 이 문제 때문에 많은 후보자들이 거론되고도 협상이 불발되는 일이 반복되었죠. 그래서 애당초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국내 지도자들이 여러 이유 때문에 우선 순위가 아니었냐는 뒷말이 나왔던 것이고요. 지금처럼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고 그들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결정권한을 줬다면 이렇게 다섯 달 동안 우리 축구계가 시끄러웠을까요?

 

그리고 이임생 기술이사는 뭔가 착각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내가 내린 결론이니 정몽규 회장은 몰랐다는 식으로 보호하려는 게 너무 보이네요. 본래 직책상 전결 권한이 있든, 없는 권한을 수장에게 위임을 받든 그 책임소재는 결국 그 조직의 장에게 있는 겁니다. 게다가 대한축구협회 대표팀 운영규정상 최종 승인 권한은 결국 협회 회장에 있는 게 아니었나요? 전력강화위원회는 현재 규정상 그냥 감독 후보를 추천하는 자문기구에 불과하니까요. 그렇다면 본인의 뜻대로 진행한 이임생 기술이사는 월권한 게 아닙니까?

 

이 글을 쓰는 사이에, 박주호 전력강화위원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엄청난 폭로를 했습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사실상 전력강화위원들의 생각이 배제되거나 일부 협회 고위층과 뜻을 함께 하는 전력강화위원들의 뜻대로 결정되었다는 뜻입니다. 파가 갈렸다는 뜻으로도 해석되었고, 이런 전력강화위원회였다면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차라리 해산하고 새로운 멤버로 꾸리는 게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홍명보 감독이든 누구든, 다음 대표팀 감독은 환영받고 응원받는 분위기 속에서 자리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과 분위기만 놓고 보면 완전히 글렀네요. 감독 새로 뽑으면 다 정리될 줄 알았는데 더 큰 논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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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풋볼 보헤미안

“(감독으로) 누구를 뽑든 여론은 45대55로 갈릴 것이다. 누가 하든지 55일 가능성이 높다. 50% 이상 지지를 받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5일 천안축구센터에서 열렸던 2024 대한축구협회 한마음 축구대회에 참석해 남긴 말입니다. 한마음 축구대회가 제가 듣기론 대한축구협회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친목과 단합을 위한 축구대회였다는데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이 대회가 한동안 거의 열리지 않았던 것으로 저는 기억하는데, 뭐가 어쨌든 공 하나를 두고 땀을 흘리며 팀워크를 다지는 축구 본연의 재미와 의미를 통해 그간 적대적인 미디어를 어루만지는 게 나빠 보이진 않습니다. 시기가 시기다 보니 오죽하면 하는 생각도 들지만서도.

 

어쨌든 정몽규 회장의 말을 계속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대표팀 사령탑은 한 팀을 만드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전술적인 부분들은 알아서 잘할 것이라 생각한다. 전력강화위원회에도 '누가 할 것'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뭔지 먼저 정한 후 절차적 정당성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우리가 필요한 것이 뭔지 정의하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

 

저는 이 말을 접하면서 갑갑함이 밀려오더라고요. 시중에서 말하는 유체이탈화법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글자 그대로만 받아들이면 굉장히 옳은 얘기입니다. 우리가 어떤 축구를 할 것인지 먼저 정한 후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 알맞은 감독을 영입해야죠.. 문제는 이 프로세스가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이후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겠죠.

 

이미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해외 매체와 인터뷰에서 카타르 월드컵 기간 만났던 정 회장과 가벼운 티타임에서, 더 가볍게 새 감독 찾느냐라고 농담 한 번 한 게 감독 선임으로 이어졌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 클린스만 감독 체제가 처참하게 무너진 후, 다섯 달 동안 새 감독을 뽑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미 무너진 절차적 정당성을 기존의 협회 내 질서 내에서 다시 곧추세우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일까요? 옳은 얘기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메시지에 정당성에 실립니다.

 

우리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게 어려운 것 같다는, 나름의 문제점 분석은 더 갑갑하게 만듭니다. 기억을 되짚어봅시다. 홍명보-김판곤 감독 체제에서 한국 축구가 시도했던 건 이른바 능동적 축구(proactive football)’였습니다.

 

월드컵 본선에서도 소위 강호라 불리는 팀과 대등하게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축구를 하자는 대전제를 깔았습니다. 그 대전제 하에서 여러 지도자가 거론되었고 파울루 벤투 감독이 최종 낙점되었습니다. 그리고 벤투 감독 재임 기간 내내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에서 정말 그런 축구를 할 수 있느냐는 논쟁이 있었습니다. 꽤 시끄러웠죠. 저도 그때 솔직히 이 능동적 축구의 성공 가능성이 꽤나 부정적이었습니다. 솔직히 생전 볼 수 없었던 그림이었기에 해낼 수 없다는 생각이 더 앞섰거든요.

파울루 벤투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풋볼 보헤미안

그런데 이 논쟁 여부를 차치하고, 벤투 감독 선임 과정만 놓고 보면 정 회장의 말처럼 굉장히 깔끔했습니다. 어떤 축구를 할 것인지 먼저 정하고, 그에 걸맞은 게임 플랜을 가진 감독을 데려왔으니까요. 결과까지 따랐으니 지금도 홍명보-김판곤-벤투 체제가 축구팬들의 기억 속에서 호평을 받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과연 대한축구협회가 그와 같은 길을 걸었나요?

 

벤투 감독 체제에서 악착같이 고수했던 능동적 축구를 앞으로도 계속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저는 상대에게 주도권을 넘겨주고 경기 상황에 따라 대응하는 축구(reactive football)를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방법론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사안이며, 축구는 결국 결과론이기에 성과가 따라온다면 이 축구 철학 역시 능동적 축구만큼 찬사 받을 수 있겠죠.

 

제가 따지고 싶은 건 벤투 감독 부임 후 새 사령탑을 뽑을 때 능동적이든 수동적이든 그 방향성을 정했는지 여부입니다. 그리고 과연 정몽규 회장의 탑다운 오더 방식이 그 방향성을 정하는 정당한 수단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정 회장이 구단주로 있는 부산 아이파크라면 그게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팬들의 반발은 둘째치고, 어쨌든 가장 큰 권한을 지닌 구단주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됩니다. 자기 구단을 죽이든 살리든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하지만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그런 자리가 아닙니다. 혹자는 언젠가 제게 정몽규 회장을 두고 협회를 부산 아이파크 운영하듯이 한다라고 비판하던데, 그게 빈말로 들리지 않습니다.

 

더 갑갑한 건 지난 620일 대한축구협회가 2024 KFA 한국축구 기술철학 발표를 통해 향후 어떠한 축구를 할 것인지 방향성을 정했다는 것입니다. 무려 304.2mb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인데, 정작 정몽규 회장은 한국 축구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게 어려운 것 같다고 말합니다. 파일 용량을 보니 협회 기술국 실무자들 꽤나 고생했을 듯한데 한 방에 힘 빠지게 만드는 발언이네요. 분명히 회장에게 보고가 되었을 텐데, 앞으로 이런 축구를 하겠다는 방향성을 확립한 이 사안에 대해 회장이 모르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0일 대한축구협회가 발간한 기술철학 발표 대 언론 브리핑 자료

이런 걸 보면 전력강화위원회도 파행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담당 파트에 전문가가 백날 치열하게 토론해서 안을 만들어 가면 뭐하나요? 해당 파트 비전문가인 회장은 사안에 대해 인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혹은 이미 내면에서 결심을 내리고 바라는 안이 올라오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실무 책임자에게 결정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절차적 정당성을 언급하기 전에, 올바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제대로 된 절차가 있는지부터 의심이 듭니다.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일본이 8강에서 이란에 밀려 탈락했습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전력을 가졌다고 평가되던 일본이 대회 내내 난맥을 드러내다 비슷한 체급의 팀을 만나자 탈락했으니 일본 축구계가 받았을 충격이 꽤나 컸을 겁니다. 그때 타지마 코조 일본축구협회 회장은 곧장 믹스트존에서 기자들을 만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내비치며 계속 대표팀 전력 강화를 위해 최대한의 지원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일본 내 부정적 여론은 정말 하루 이틀 만에 금세 사라졌습니다.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마담 팡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태국 축구의 대모로서 한국 팬들에게도 이름과 얼굴을 널리 알린 누안람 란삼 태국축구협회 회장도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최종예선행 실패가 확정됐을 때 대국민 사과를 하며 선수단을 보호했습니다. 홈 한국전에서 0-3으로 패배했을 때도 고개를 숙였죠. 중국에 승자승 원칙에 밀려 최종예선행에 실패했던 태국 내에서는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단, 그 선수단을 위해 앞에 나와 수습하려 했던 회장에게 박수가 나왔습니다. 리더십이라는 건 이런 겁니다.

 

모두가 알듯이 클린스만 감독이 떠난 후 5개월 동안 한국 축구 대표팀 상황은 더욱 안 좋아졌습니다. 우리 회장님, 그간 잘 안 보이시다가 오늘은 얼굴을 내놓고 본인 생각을 얘기하신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의 말을 접하니 또 갑갑해집니다. 어쨌든 시간은 갑니다. 여전히 어수선하지만, 아직은 정몽규 회장의 시간입니다. 인내의 시간, 정몽규 회장이 이길까요? 여러분이 이길까요? 어질어질합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풋볼 보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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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본선 조 추첨식에서 만났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풋볼 보헤미안

저는 40대 중반입니다.
아마 제 또래 축구팬들이라면
위르겐 클린스만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이
너무나도 크다는 걸 모두 공감하실 겁니다.

비단 한국을 상대로 월드컵에서 넣었던
환상적인 터닝 발리슛 골 장면을 제쳐두더라도
클린스만은 지금의 리오넬 메시에 버금갈 정도로
우리 세대에서는 거의 넘버 원 스타 골잡이로 통했죠.

그래서 감독으로 만났을 때
꽤 신기하고 반가웠습니다.
아시안컵 본선 조 추첨식에서 만나
믹스트존에서 짧게나마 대면 인터뷰를 했을 때
제 직업이 축구 기자인 덕에
어렸을 적 워너비와 말도 섞어보는구나
하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 소소한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믹스트존 인터뷰 전에
좀 주섬주섬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 아저씨, "헤이~ 비지맨"하면서
넉살 좋게 받아주는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고요.

6월 A매치 기자회견장에서
우연찮게 아이컨택됐을 때
카타르에서 만나 아는 얼굴 봤다며
웃으며 반가워하는 모습에
괜히 남몰래 뻑 가기도 했습니다.

6월 A매치 명단 기자회견 때 우연찮게 눈 마주침 @풋볼 보헤미안

그런데 요즘은 정말 실망입니다.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한지
6개월 만에 엄청난 비난에 직면해 있습니다.
대표팀 감독이 욕먹는거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마는
지금 클린스만 감독은
이례적일 정도로 비난받고 있는데요.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성적 때문인가 싶으실 겁니다.
부임 후 네 경기에서 한 번도 못 이기긴 했죠.
하지만 이건 이유 중 하나이긴 해도
크게 중요하진 않습니다.

솔직히 경기야 이길 수도 질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축구는 늘 결과론이기에
이기면 분위기는 바뀝니다.
팀이 자리잡히면 결과는 자연히 따라오죠.

저 같은 미디어도,
그리고 여러분들과 같은 팬들도
그 점을 알기에 인내하고
그의 도전을 지켜보려 한 이유죠.

진짜 문제는 태도입니다.

대표팀 감독직이 아닌 다른 일에
정신 팔려 있는 모습은
보는 내내 난감하고 황당합니다.

한국에 상주하겠다던 다짐을 남기더니
이제 와서는
업무상 굳이 한국에 상주할 필요가 없다는
기묘한 화법으로 회피하는 모습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찾는 '셀럽' 클린스만 감독 @풋볼 보헤미안

대표팀 감독은 그 자체로 상징성을 지니는 자리입니다.
그 나라의 모든 축구팬,
그 나라 축구계 모두가 주목하고 있고
그래서 늘 처신을 바로 해야 합니다.
감독의 행동 하나하나가
감독의 말 한마디가
대표팀 분위기를 흐리는
외부 충격이 될 수 있으니까요.

파울루 벤투 감독을 비롯한 과거 한국 사령탑들이
말을 못해서 몸가짐을 바르게
가져가려고 했던 게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온전히 본인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무슨 쇠고기 등급 나누는 것처럼
대한축구협회로부터 '1등급'으로
대우받는다는 미디어들과
나눴다는 인터뷰는 아무리 곱씹어봐도
왜 다들 호들갑이냐는 식으로 읽힙니다.

기술의 발달로 전 세계 어디에 있든
대표팀을 책임질 수 있다는 얘기는
너희들이 무슨 얘기를 하든 앞으로도 이럴거니까
신경 끄고 각자 할일만 하자는 주장으로 보입니다.

제가 삐딱한 건가요?

6월 부산에서 치러졌던 페루전 당시 훈련 전 인터뷰 모습 @풋볼 보헤미안

그간 정례화되었던
대표팀 명단 발표와 관련한 기자회견 역시
이번 9월 A매치 때는 거르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심지어 계약상 고용주이자 갑이어야 할
대한축구협회는 클린스만 감독의 폭주를
막을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그간 성적 때문에 말이 많았었지
감독의 행실과 관련한 문제 때문에
이토록 시끄러웠던 건
제 십수 년 기자 생활을 통틀어
아마도 처음이지 싶습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제 어렸을 적 영웅입니다.
그런데 위르겐 클린스만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상식의 선에서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 행동을
바라보는 마음은 과거 열성팬이었기에 정말 착잡합니다.

그는 언제쯤 마땅히 가져야 할
책임감을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요?


어쨌든 사람을 찾습니다.

이름 위르겐 클린스만
보시는 분들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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