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보헤미안입니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각 그룹 첫 경기가 끝났습니다. 경기 후 매치마다 여러 소식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이중 주요한 이슈를 정리해 봤습니다.
먼저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관련 소식입니다. 한국은 5일 저녁 8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졌던 최종예선 B그룹 1라운드 팔레스타인전에서 득점 없이 비겼습니다.
실망스러웠던 결과도 결과지만, 경기장 분위기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아시다시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홍명보 감독을 향한 야유가 극에 달한 경기였습니다. 손흥민은 언제나 그렇듯 진심을 담아 연신 사과하며 보는 이들을 착잡하게 했고요.
반면 김민재를 둘러싼 분위기는 새로운 오해를 낳고 있습니다. 김민재는 경기 후 팬들에게 자제해달라는 제스쳐를 취했고,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 “한국이 마치 지는 걸 바라며 응원해 주시는 부분이 아쉬웠다”라는 멘트를 남겨 굉장한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급기야 붉은악마 측에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지기를 바라는 응원은 없다”라며 김민재의 견해를 정면 반박하는 일까지 벌어졌는데요.
돌아가는 흐름을 보면,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나온 듯합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해임 후 5개월 동안 파행 운영되던 대표팀, 그리고 무리한 ‘이적’을 감행한 홍명보 감독, 이 모든 판을 깔아버린 대한축구협회의 무능한 운영 실태 때문에 행여 홍명보 감독 체제가 ‘응원받지 못하는 팀’이 되는 게 아닌지 걱정했습니다. 물론 팬들의 비판이 선수가 아닌, 이 사안에 책임을 가진 다른 이들을 향하고 있다는 걸 팬은 물론 선수 모두 잘 알고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팬과 선수의 다툼 구도가 되어버리면서 굉장히 삭막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말았는데요. 정작 ‘아사리판’을 만든 그들은 언제나 그렇듯 입을 닫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국 시간으로 오는 11일 새벽 1시 무스카트 술탄 카부스 스타디움에서 있을 오만 원정이 정말 걱정됩니다.
최종 예선에서 가장 큰 화제는 바로 일본과 중국의 대결에서 나왔습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5일 저녁 7시 35분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있었던 C그룹 1라운드에서 중국을 무려 7-0으로 대파했습니다. 두 골을 넣은 미나미노 타쿠미, 불미스러운 스캔들로 대표팀 복귀전에서 1골 1도움을 올린 이토 준야 등 일본이 자랑하는 2선 공격진의 플레이에 중국 수비진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경기였습니다.
일본에서는 이토에게 많은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토는 지난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도중 불거진 성 관련 스캔들 때문에 대회 도중 낙마해 지금껏 대표팀 부름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면서 법적인 비난에서 조금 자유로워졌는데요. 이에 모리야스 감독이 과감하게 대표팀에 발탁했습니다. 놀라웠던 점은 오랜만에 일본 국가대표로 나선 이토를 향한 일본 팬들의 반응이었는데요. 이토가 교체를 준비할 때 많은 이들이 박수로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일본 팬들은 엄한 일이 엮어 힘든 시기를 보낸 이토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고, 이토는 골을 넣은 후 고개 숙여 팬들에게 사과하는 제스쳐를 취했습니다. 이 모습에 미야모토 쓰네야스 일본축구협회 회장이 직접 팬들에게 감사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반면 중국은 가히 초상집입니다. 일본 원정에서 질 수 있다는 각오는 했지만 무려 일곱 골이나 내주고 무너진 건 예상하지 못한 듯합니다. 실제로 기록이 이번 참패의 충격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번 0-7 스코어는 중일전 역사상 최다 점수 차 경기입니다. 이전 기록은 중국의 5-0 대승이었는데요. 이 기록은 이번 대패를 통해 완벽하게 잊히게 됐습니다.
스코어가 말해주듯, 중국의 경기력은 처참했습니다. 국제 축구 역사 통계 연맹이 선정한 2024년 현재 세계 최고의 골잡이 우레이는 이번 경기에서 완전히 지워졌습니다. 중국은 이날 경기에서 단 하나의 슈팅에 그쳤고, 시종일관 일본에 밀렸습니다.
브랑코 이반코비치 중국 감독은 “일본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강팀”이라고 완패를 인정했는데요. 중국 팬들은 그 이반코비치 감독을 향한 맹렬한 분노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중국 매체 <소후>에 따르면, 현장 원정 응원을 떠난 중국 팬들이 이반코비치 감독의 퇴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고 합니다. 이반코비치 감독은 지난 2월 중국 지휘봉을 잡아 이번 일본전까지 겨우 다섯 경기를 치렀습니다만 벌써 경질 여론과 마주하게 됐습니다.
참고로 이번 일본과 중국의 대결은 중국 관영 CCTV5 채널을 통해 공중파 생중계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AFC 측에서 과도한 중계권 금액을 요구했다는 게 CCTV의 공식 견해인데, 사정을 떠나 라이브로 이 참극을 보지 않은 게 대다수 중국 팬들에게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까 싶네요. 물론 이 경기를 유료 결제해서 보는 팬들도 있었겠지만 말이죠.
이변도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C그룹에 속한 중동 복병 바레인이 호주를 무너뜨렸습니다. 5일 저녁 7시 15분 골드 코스트 로비나 스타디움에서 벌어졌던 C그룹 1라운드에서 바레인은 후반 32분 호주의 쿠시니 옌기가 퇴장당하면서도 수적 우세를 잡더니, 후반 44분 호주 수비의 핵 해리 수터의 자책골이 나오면서 적지에서 승점 3점을 벌었습니다.
같은 조에 속한 인도네시아는 중동 강호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한 원정 경기에서 1-1로 비겼습니다. 객관적 전력상 한 수 아래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먼저 선제골을 넣는 등 대단히 훌륭한 경기력을 뽐냈는데요. 참고로 바레인의 승리와 인도네시아의 무승부는 중국에는 최악의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3위 혹은 4위를 차지해 4차 예선에서 월드컵 본선 티켓을 노리는 게 목표인 중국은 순위 경쟁자인 바레인과 인도네시아가 승점을 각각 3점과 1점을 가져가면서 대단히 불리한 위치에 서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A그룹에서는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UAE가 2023 AFC 아시안컵 챔피언 카타르를 원정에서 3-1로 역전승을 거두었습니다. 최근 네 차례 맞대결에서 1무 3패로 절대적 열세에 놓여 있던 UAE는 전반전에 먼저 실점하고도 후반에만 세 골을 몰아넣는 대단한 저력을 발휘했습니다. 이날 승리로 UAE는 그룹 선두로서 초반 레이스를 시작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한편 A그룹의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이 각각 키르키스스탄과 북한을 1-0로 누르고 승점 3점을 챙겼으며, B그룹에서 한국과 선두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라크는 홍명보호의 다음 상대인 오만에 1-0으로 승리했습니다. B그룹에 속한 요르단은 쿠웨이트와 1-1 무승부를 거두며 뜨뜻미지근한 출발을 하게 됐습니다.
이상 풋볼 보헤미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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