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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 보헤미안 人터뷰
 
포항 스틸러스 MF
오베르단
 
포항 스틸러스 중원의 지배자 오베르단은 여러모로 독특한 느낌을 주는 선수입니다.
 
첫째, 일단 브라질 선수 같지 않습니다. 멀리 네이마르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같은 슈퍼스타를 찾을 필요도 없이, 포항 바로 옆 대구 FC 에이스 세징야만 떠올려봐도 브라질 선수들은 화려하고 눈부시다는 느낌을 주잖아요? 그런데 오베르단은 그 화려함 없이도 축구를 기깔나게 잘한다는 느낌을 주는 선수입니다. 게다가 한국 선수 저리가라 할 정도로 많이 뛰고요.
 
둘째, 이렇게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인 선수가 불과 3~4년 전만 해도 프로 레벨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올해 28세인 선수이니, 20대 중반까지도 프로 무대를 밟지 못했다는 얘기인데요. 보통 이런 상황이 주어지면 축구 선수의 길을 포기하고 지도자로 전향하거나 아예 축구판을 떠나 일반인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런데도 이런 악조건을 이겨내고 축구 선수로서 입지를 다져 지금 K리그 중원을 씹어 먹고 있습니다. 새삼스럽지만 그 오베르단도 프로가 되지 못할 뻔한 브라질 축구판이 새삼 놀랍게 느껴집니다.
 
그 오베르단과 5월 15일 포항 스틸러스의 산실 송라 클럽하우스에서 만나 그의 커리어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이타적인 플레이로 중원을 떠받치는 그 플레이 스타일을 꼭 닮은 겸손한 언행과 태도에 감탄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게 있었습니다. 오베르단도 잠깐이나마 축구의 길을 포기했었다네요.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그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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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K리그에 완벽하게 적응
 
Q. 포항을 통해 K리그에 입성한 지 1년 반이 지났습니다. 한국 생활을 만족하는지?
“일단 작년에는 조금 적응하는 부분도 있었죠. K리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시스템적인 부분이나 이런 부분에서 좀 적응 기간이 많이 필요해서 조금 천천히 간 느낌이었다면 올해는 완벽히 적응을 하고 어떤 시스템으로 이제 K리그가 돌아가는지, 제가 어떤 플레이를 해야 되고 팀을 위해서 어떤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수월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해외 진출이 처음이라 들었습니다. 저도 10년 전에 월드컵 때문에 브라질에 간 적이 있어 아는데 정말 먼 나라더라고요. 이 먼 한국까지 오게 된 결심을 내린 배경을 듣고 싶습니다.
“사실 한국에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기 전에 브라질에서도 나름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었어요. 나름 잘하고 있었죠. 하지만 저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꿈 중 하나가 바로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었어요.”
 
“때마침 이런 좋은 제안이 와서 올 수 있게 되었고, 또 처음 제안이 왔을 때 여러모로 이제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생각도 많이 해봤는데, 삶의 질이나 이런 부분에서도 브라질보다 훨씬 좋을 것 같다고 판단이 들더라고요. 해외 진출이라는 제 꿈을 이루고 싶었고, 정말 좋은 조건이라 결정하게 됐습니다.”

오베르단의 운명을 바꾼 카스카베우 입단식 사진 @카스카베우 홈페이지

축구를 한 달 정도 그만 뒀었다고?
 
Q. 프로필을 살펴보니 25세 이전에는 세미 프로 클럽에서 뛰었더라고요. 브라질은 정말 축구를 미친 듯이 좋아하고 잘하는 나라로 유명하잖아요? 20대 중반까지 프로 레벨 선수로 인정받지 못했을 때 고민이 컸을 것 같은데
“음… 처음에 히우 브랑쿠라는 정말 작은 팀에서 한 4년 정도 했는데, 그때 이제 첫째 아들도 태어났던 시기였어요. 그때 아들 키우는 게 정말 힘들었고, 경제적으로도 좀 어려워서 축구를 한 달 정도 그만뒀었습니다.”
 
“그리고선 다른 일들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이제 카스카베우 구단에서 같이 축구를 다시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왔어요. 거기서부터 이제 조금 축구 쪽으로 잘 풀리기 시작했고요. 카스카베우에 들어감으로써 피게이렌시라는 팀에 들어가게 됐고, 그때 해외에서 뛴 경험을 가진 선수들과 대화도 하면서 ‘해외에 나가면 정말 또 다른 좋은 조건들이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해외에 나가고 싶다는 꿈을 꾼 이유죠.”
 
Q. 잠깐만요. 생계 때문에 축구를 그만 둘 생각을 했다고요? 그렇다면 다시 축구를 하게 되어 성공을 거두는 지금이 정말 행복할 듯한데요.
“그렇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축구를 그만둘 때는 생계적인 부분이 너무 컸고, 첫째 아들이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가정을 부양해야 되기 때문에 축구를 다시는 안 한다는 마음으로 나갔죠. 그래서 친구가 하는 그런 배터리 장사 하는 가게에 들어가서 일을 했어요.”
 
“배터리 가게 일을 하면서 전화 한 통을 받았는데, 그게 바로 카스카베우라는 팀에서 온 전화였죠.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이제는 홀몸이 아니기 때문에 혼자 결정할 수 없어서 와이프랑 상의했는데, 와이프가 고민도 없이 ‘네가 하고 싶었던 일 아니냐’ ‘넌 축구하는 거 제일 좋아하지 않냐. 그냥 해. 괜찮다’ 이렇게 좋은 말을 많이 해줘서 마음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때 결정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어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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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포항의 제안이 기뻤다
 
Q. 그토록 어렵게 커리어를 쌓다가 포항의 제안을 받았을 때 더욱 기뻤을 듯한데요.
“그냥 진짜 마냥 기뻤어요. 그러면서도 정확하게 어떤 팀인지는 몰라서 이제 집에서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한국에서 꽤 유명한 팀이고 준비된 클럽이라는 거를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제 제 꿈을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했죠. 그때부터는 이제 운동에 집중했습니다. 한국에 가게 됐으니 좀 오랜 시간 있고 싶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Q. 알고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때 포항 사령탑이었던 김기동 감독이 미친듯이 뛰는 선수를 무조건 잡아오라고 특명을 내렸다고 해요. 그 선수가 바로 오베르단이고요. 그만큼 힘든 역할을 받았을텐데, 안 힘들던가요?
“일단 제 스타일 자체가 원래 좀 많이 뛰는 편입니다. 그리고 제 포지션이 많이 뛰지 않으면 안 되죠. 그래서 체력적인 부분에서 경기 90분 뛰는 동안 많이 뛰는 건 그렇게 힘들진 않았어요. 처음에 그냥 한국 왔을 때는 뭐 기후나 시차 적응 이런 부분에서 좀 힘들었지, 그게 적응된 이후부터는 경기하는 부분 같은 건 원래부터 제가 해왔던 것들을 했기 때문에 크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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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한 플레이를 완벽하게, 내가 잘하는 게 아니라 포항이 잘하는 것
 
Q. 브라질 선수하면 다들 화려함을 떠올리잖아요. 수비수 같은 경우에도, 이를테면 다비드 루이스처럼 공격적인 선수가 떠오르고요. 그런데 오베르단 선수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죠. 제가 생각해도 브라질에는 재능을 타고나는 선수들이 많아요. 그런데 저는 호나우지뉴나 네이마르처럼 드리블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항상 심플한 플레이를 완벽하게 하자는 주의로 플레이를 해왔던 선수였습니다. 늘 이런 생각을 가지고 경기를 뛰기 때문에 말씀하신 그런 모습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저는 네이마르처럼 드리블할 수 없기 때문에 제가 잘하는 걸 최대한 잘하고 싶어요.”
 
Q. 현재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에서 K리그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팀도 작년에 FA컵 우승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는데…
“사람들이 절 어떻게 평가하는 것은 차치하고요. 포항이라는 팀은 특정 누군가가 잘하는 팀이 아니고, 팀 전체가 각자 역할을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좋은 성적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죠. 저는 작년 후반기에 다쳐서 FA컵 결승전 같은 경기를 못 뛰었는데 그래도 선수들이 우승을 해주었잖아요. K리그1에서도 2위를 해주었고요.”
 
“그런 걸 보면 제가 잘하는 게 아니라 모든 선수가 함께 노력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게 포항이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저희가 상위권에서 계속 경쟁을 하고는 있지만, 제가 벤치에 앉거나 설령 게임을 안 뛰는 상황이 오더라도 포항은 충분히 상위권 경쟁을 할 수 있는 그런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Q. 포항은 오베르단 선수의 축구 인생에서 어떠한 의미로 남을 팀이라고 생각합니까?
“일단 제겐 정말 고마운 팀이죠. 제가 처음으로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준 팀이고, 정말 좋은 기억들을 만들고 있으니까요. 입단 첫 해에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도 탈 수 있었고요. 이런 좋은 경험들을 지금도 많이 하고 있고, 그래서 절 믿고 기회를 준 포항에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다른 생각하지 않고 정말 고마운 이 팀을 위해 보탬이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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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 보헤미안 人터뷰

포항 스틸러스
박태하 감독

아마도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2024시즌 개막 전 가장 걱정 어린 시선을 받았던 지도자일 것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었거든요. 첫째, 박 감독이 현장 경험 감각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포항 사령탑 부임은 2019년 중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B팀 사령탑을 잠깐 맡은 후 무려 5년 만에 현장 복귀였습니다. 물론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으로서 피치 위 승부를 가장 지근거리에서 바라보긴 했으나, 제3자와 당사자는 엄연히 다르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박 감독의 ‘감’이 살아있을까 싶은 이들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포항은 김기동 감독(現 FC 서울 사령탑)이 지휘봉을 잡은 후 5년 동안 큰 성공을 거둔 팀이었습니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K리그1 준우승과 FA컵 우승까지 일구어냈죠. 소위 ‘매머드 클럽’과는 거리가 먼 포항의 한계를 뛰어난 지도력으로 큰 성과를 안겼던 김 감독의 서울 이적은 그 자체만으로도 포항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니 걱정이 생길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박 감독의 포항은 놀라운 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13라운드가 종료된 현재 7승 4무 2패를 기록, 김천 상무를 골득실에서 밀어내고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안한 선두이기도 하고,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다는 점에서 포항의 이 순위가 유지될지 여부는 지켜볼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분명한 게 있습니다. 시즌에 앞서 섣부른 예상을 했던 모든 이들을 우습게 만들어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도자 박태하 감독이 궁금했습니다. 포항에서 박태하 감독을 만난 이유입니다. 여러분들도 이 인터뷰를 통해 '태하드라마'를 쓰고 있는 박태하 감독의 기질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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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리그 선두권 다툼을 하고 있습니다. 예상대로 시즌이 잘 진행되고 있나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솔직히 지금 상황을 예상하지 않았습니다. 선수들의 땀과 노력 덕분이죠. 솔직히 시즌 개막 전에는 우려 속에서 출발했는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수들과 서로 소통하고 신뢰하며 좋은 분위기를 가져갔던 게 좋은 결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Q.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 때문에 준비 기간이 적어 애로사항이 많았을 듯한데
“조바심보다는, 빨리 팀을 안정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래서 시간이 좀 걸릴 거라 예상했죠. 저는 한 6개월 내에 안정을 찾아도 굉장히 빠른 거라 생각했습니다. 기존 선수들이 축구 지능이나 경험이 충분했기 때문에 이 정도면 빨리 안정화될 거라 기대는 했는데, 의외로 다른 선수들도 잘 이해한 덕에 더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선수들이 그만큼 노력한 덕이라고 봐요.”

Q. 관련해서 감독님 개인적인 스트레스는 없으셨나요?
“스트레스는 없어요. 저는 중국에 있을 때도 그랬습니다. 물론 그게 경험이 됐을지는 몰라도, 아무리 고민한다고 해도 팀이 생각대로 굴러가진 않는다는 걸 알거든요. 팀을 만들어 가는 데에는 다 시간이 필요하고, 성공과 실패는 늘 50대50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항상 소신 있게 하자고 생각했죠. 전술적 측면에서는 우리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에 맞춰서 짜다 보니까 좋은 결과가 난 것 같고요.”

Q. 전임 김기동 감독이 5년을 맡은 팀이라 변화를 준다면 꽤 힘들 거라 예상한 이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굉장히 빨리 팀을 추슬렀어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경험이 있는 선수들의 도움과 희생이 없었다면 힘들었습니다. 그들 덕에 그 밑에 있는 중참들과 새내기들이 잘 따라왔죠. 솔직히 훈련이나 경기를 하다 보면 선수 처지에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런데도 그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부분을 더 따르려고 했던 선수들의 자세가 참 고맙습니다. 믿고 가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덕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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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바라봤을 팬들의 시선을 어떻게 느끼셨나요?
“지금은 제 처지에서는 경기력이나 결과 모두 만족하죠. 물론 팬들의 반응을 저로서 신경이 안 쓰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런 것에 신경을 쓰고 에너지를 쏟는 것보다는 우리 팀을 더 잘 만들어 결과를 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압니다. 솔직히 요즘은 조금만 경기력과 결과가 안 좋으면 다 감독 탓이잖아요? 그렇지만 웬만해서는 신경 안 쓰려고 해요.”

“지금 이기고 있기 때문에 기분 좋은 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이 분위기를 지속하려면 더 간절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주고 있습니다. 또, 설령 좋은 결과가 안 나더라도 우리가 즐겁게 준비하고 행복하게 해야 한다고 말이죠. 우리가 축구와 팀에 대해 소속감을 느끼고 같은 생각을 가지고 접근하면 굉장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그래도 결과가 나쁘다는 평가가 나온다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고요.”

Q. 지금 1위잖아요? 지금 시점에서는 의미 없다고 말씀하실 것 같은데, 그래도 포항이 1위라는 것에 의미를 두는 팬들이 많습니다. 자부심을 느끼시죠?
“자부심을 느끼죠. 사실 다른 사람들은 과연 현장에서 오래도록 떨어진 제게 감각이 있을까 혹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부정적 시선을 많이 던졌습니다. 더군다나 저는 K리그에서 처음 감독을 해보잖아요? 하지만 저는 도전자 입장에서 이것저것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중국에서도 그랬어요.”

“지금 언론에서도 8~9명 선수 정도만 주축이라는데 그렇지 않아요. 저는 지금 제게 필요한 선수들이 다 있어요. 다른 팀과 비교할 이유도 없고요. 그렇게 또 하나 깨우치는 거라 봅니다. 구단이 돈이 많고 능력이 되고 예산이 많다면 그 나름대로 맨 꼭대기에 올라가는 이유가 되겠죠. 하지만 저는 팀을 새로 만들어가는 것도 재미이자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서는 정답은 없지만, 저는 제 나름대로 선수들을 대하고 끌어내려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결국 정답은 저만의 방식이라 할 수 있겠죠.”

Q. 그렇다면 팬들을 포함해 세상 모든 사람에게 ‘한번 두고 봐라’라는 마음도 가지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제가 알았던 포항과 지금은 다르죠. 대학 시절 제가 비록 좋은 선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드래프트 1순위로 들어와 군 시절을 제외하면 12년 동안 몸담은 팀이었습니다. 거의 10년을 포항과 함께하고 여기서 은퇴했죠. 그때 제 모습이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아 감독이 된 지금 더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어찌 보면 운명 같은 일이잖아요? 굉장히 큰 영광이자 감사할 스토리고요. 그래서 제가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포항이라는 팀과 도시는 제가 살고 있는 곳이며, 앞으로 살아가야 할 도시입니다. 지금이야 성적이 좋아서 이런 얘기를 편하게 할 수 있지만, 성적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제 감정을 솔직하게 얘기하고 과거 K리그의 명문이었던 포항에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늘 가지고 있어요. 설령 나중에 잘못되더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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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재희 선수가 정말 대단한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본래 번쩍거릴 줄 아는 선수였지만, 이렇게 포인트가 많이 나오는 건 기대 이상입니다.
“우리가 뭘 잘할 수 있을지 고민을 했습니다. 현대 축구 트렌드가 무엇인지 감독이라면 다들 고민하잖아요? 새로운 게 없나 유튜브나 와이스카웃을 통해 여러 가지를 살피죠. 그걸 참고로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빠른 선수가 있다면 최대한 우리 팀에 도움 될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항상 고민했습니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그 장점을 살려 성과를 내고 있으며 팀으로서도 도움이 되는 부분을 찾고 있습니다.”

“사실 (정)재희뿐만 아니라 (김)종우나 (황)인재도 잘하고 있어요. 황인재의 경우 선방도 잘하자면 그 친구에게서 빌드업을 원했거든요. 요즘은 트렌드가 골키퍼도 볼을 잘 차야 하잖아요. 그런데 발기술이 처음에는 좋지 않은 골키퍼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잔 실수가 잦았거든요. 그런데 제 생각대로 잘 따라오길래 나중에 알고 보니 어렸을 적엔 수비수를 했다더라고요. 그래서 인재한테 ‘실수해도 좋다. 골 먹어도 좋다’라고 자꾸 독려합니다. 덕분에 실수가 많이 줄고 좋은 플레이를 펼치고 있어요.”

Q. 그런데 프로 레벨에서는 완성된 선수로 팀을 만들어 가는 게 아닌가요? 뭔가 가르칠 만한 상황이 아니잖아요? 훈련할 때 꽤 갑갑할 듯한데
“잘 안되면 솔직히 짜증도 나죠. 하지만 그걸 현장에서 표현하면 다음 단계로 발전하지 않잖아요. 다른 예를 들어보죠. 수비수인 (이)동희는 처음에는 스리백의 오른쪽 수비수로만 뛰었어요. 동계 훈련 때 연습 경기를 치러보니 걱정이 되더라고요. 근데 지금 보니 무척 발전했잖아요. 수비 좋지 헤딩도 우수하지 스피드도 괜찮지, 여기서 빌드업까지 좀 더 하면 국가대표로 성장할 만한 자원이라고 봐요. 이렇게 될 수 있도록 인내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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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외국인 선수는 어떤가요? 조르지는 골이 없다고 팬들이 걱정하던데요. 수비수인 아스프로도 마찬가지고요.
“아스프로는 제가 불러서 얘기했어요. 사실 AFC 챔피언스리그 준비 때문에 너무 완벽하게 맞추려고 해서 널 영입한 감이 있다고요. 반면 조르지는 포인트 면에서는…. 네, 수치적으로는 좋지 않죠. 그런데 보이지 않는 무형적인 부분에서 매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일단 상대를 흔들어놓으면 그 빈틈을 다른 선수가 공격하게끔 하고 있습니다. 이 친구가 골만 터지면 더욱 좋은 일이겠죠.”

Q. 조르지가 많이 조급할 듯한데…
“아무래도 어린 선수인 데다 순진하다 보니 상처를 받을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조급해하지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 지금 너는 괜찮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주전(5월 12일) 이후에는 ‘너 이렇게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금까지 잘한다 잘한다했지만, 지금부터는 냉정하게 평가할 수밖에 없.. 그러니 집에 가서도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 생각하라’고 혼을 냈습니다. 그리고 조르지가 어려워도 (이)호재 역시 나쁘지 않거든요. 다른 기술 좋은 선수들도 열심히 하고 어필도 하고 있으니 적절히 조합해야 할 것 같아요.”

 

Q. 현재 페이스가 이어진다면 향후 우승 경쟁도 해볼 만한데요?
“우승 경쟁 여부는 그때 가서 다시 말하겠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리그 판도는 어떤가요? 포항에 유리한 그림 같은데) 아니죠. 예를 들어 전북 현대도 만만하게 볼 팀은 아니죠. 게다가 대구를 볼 때도 그래요. 그 스쿼드로 어떻게 그런 경기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데 기어이 결과를 내더라고요. 또 순식간에 경기 스타일도 바뀌고요. 그건 감독의 몫이겠죠.” 

“사실 감독의 경험이 없다 혹은 프로의 경험이 없다 이런 잣대가 기준점을 어디에 둘 지에 따라 확 달라진다고 봅니다. 그래서 팬들도 그런 얘기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고 봐요. 물론 팬들께 이런 말을 하면 더 자극받을 것 같은데, 사실 감독 평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다는 걸 말하고 싶은 겁니다. 아무리 베테랑 지도자가 와도 팀이 망가지고 실패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반대로 초보가 오더라도 성공할 수 있죠. 저는 그런 걸 중국에서도 정말 많이 봤거든요.”

Q. 마지막으로 가벼운 질문 하나 할게요. 외부에서 감독님의 포항 축구를 ‘태하드라마’라고 표현해 주는 게 어떠세요? 
“이야깃거리도 될 수 있고,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좋은 일이죠. 솔직히 감독 처지에서는 이른 시간에 득점하고 경기가 진행됐으면 좋겠는데, 그만한 능력까지는 아직 도달하지 못해 이런 얘기가 나온다고 봅니다. 그래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해주고 결과를 만들어오는 선수들 항상 감사합니다.”

@포항 스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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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 보헤미안 人터뷰

 

포항 스틸러스

MF

정재희

 

2024시즌 포항 스틸러스의 돌풍이 거세다. 시즌 개막 전 5년 동안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김기동 감독을 FC 서울로 떠나보낸 포항은, 박태하 감독 체제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박 감독 역시 한국과 중국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지도자이긴 해도, 김기동 감독 체제가 워낙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있던 포항을 이어받자마자 결과물을 낼 수 있으리라 여긴 이들이 많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항은 12라운드가 종료된 518일 현재 하나은행 K리그1 2024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2741패로 승점 25점을 기록, 1점 차로 동해안 라이벌 울산 HD FC를 따돌리고 1위다. 아직 시즌이 한참 남았다고는 해도, 이처럼 포항이 두각을 나타낼거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한 선수가 있으니 바로 돌격대장정재희다. 정재희는 71도움을 기록, 현재 K리그1에서 두 번째로 많은 골 폭풍을 일으키며 포항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이 정재희를 만나 2024시즌 놀라운 활약상의 비결을 물었다. 정재희는 놀랍게도 그저 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올해 포항의 페이스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포항은 영원히 강하다."

 

운이 따른 덕에 공격 포인트가 나오고 있다

 

Q. 이번 시즌 굉장히 좋은 시즌을 치르고 있다. 스스로 평가한다면?

이번 시즌은 제가 교체로 주로 출전하고 있잖아요. 운이 좀 많이 따르는 것 같아요. 또한 지난해 부상이 워낙 컸기 때문에 몸 관리를 제일 우선적으로 하면서 경기를 치르고 있는데 운이 따른 덕에 잘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운이라기엔 포인트가 많은데?) 그래도 운이 크다고 생각합니다(웃음)”.

 

Q. 커리어 내내 올해처럼 폭발적인 시즌을 보낸 건 처음인 듯하다. 무엇이 가장 많이 달라졌나?

앞서 언급했듯이 안 다치려고 해요. 몸 관리를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관리를 했던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덕분에 몸도 더 가벼워지고 경기력적인 측면도 올라오고 있습니다.”

 

Q. 지난 2022시즌 포항 유니폼을 입은 후 올해 3년차다. 3년 전 포항에 오게 된 계기는?

저는 프로 데뷔 후 줄곧 K리그2에서만 뛰었었기 때문에 1부로 오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포항에서 제안이 왔을 때 주변 선수들에게 김기동 당시 감독님에 대해 물어봤어요. 그런데 안 좋은 평가가 하나도 없어서 포항에 오면 저에게 득이 될 게 많겠다고 생각했죠. 김 감독님의 지도 덕분에 편하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게다가 포항이 역사가 있는 팀이잖아요. 동료 선수들이 뛰어났어요. 그래서 저도 거기에 맞추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포항에 온 결정이 옳았다고 봅니다.”

 

Q. 지난해 부상 때문에 힘들었을 텐데 무슨 생각이 들었나?

시즌 초 1~2라운드 때 골을 넣어서 시작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다쳤어요. 처음에는 3개월 정도면 복귀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4개월이라고 하더라고요. 재활을 열심히 했는데 다시 다치고, 반복되면서 힘들었어요. 차라리 더 큰 부상을 당해 아예 시즌이 끝났더라면 모르겠는데 돌아올 때쯤 다시 다치니까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는 절대 다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Q. 올해 포항이 박태하 감독 체제로 바뀌었다. 부상 복귀 직후인데다 감독도 바뀌어 겨울에 고민이 많았을 듯한데

말씀하신대로 감독님이 바뀌긴 했죠. 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실지도 잘 모르는 상황이었고요. 하지만 안 다치면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감독님 마음에 들 수 있게끔 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동계 훈련 때부터 천천히 준비했습니다. , 저는 개인적으로 감독님들이 시키는 걸 최대한 하려는 스타일인데요. 그걸 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Q. 박태하 감독이 가장 원했던 게 뭔가?

제가 뛰는 공격형 미드필더들에게는 넓게 벌려서 공격하고 수비할 때는 합세하는 걸 원하세요. 저 역시 수비를 많이 도와주는 유형이라 감독님 전술과 맞는 것 같아요.”

 

Q. 아까 운이 좋다고 했는데 그 운도 준비하는 사람에게만 오는 법인데

하지만 막상 제가 골을 넣는 장면이나 이런 걸 보시면 진짜 운이 좋긴 했다고 생각하실거에요. 골대 맞고 저한테 굴러오고 공이 제 발 앞에 떨어지는 장면들이 좀 많거든요. 물론 거기서 제가 골대 안에 집어넣었다는 거는 운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과정들이 저한테 오는 그런 걸 보면 운이 좀 있긴 있다고 생각합니다(웃음).”

 

Q. 그렇다면 생각 이상으로 잘 풀리는 시즌인 만큼 이걸 최대한 활용하고픈 생각일 텐데

그런데 저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내색을 하지 않으려는데 자꾸 포인트 생각이 들긴 해요. 어쨌든 상위권에 있으니까요. 그러다 자꾸 생각이 들면 아니야 그러지 말자라고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그렇게 주변에 휘둘릴 일 없이 제 자신을 잡으려고 하고 있어요. , 골을 많이 넣긴 했어도 만족스럽진 않아요. 골 장면은 많은데 전체적인 경기력으로 보면 제가 정말 잘한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Q. 포항 순위가 1위인 상황이다. 여러모로 2024시즌 걱정이 컸을 포항 팬들에게 자부심을 안길 만한 상황이 주어졌는데

요즘 포항 응원 문구에 포항은 영원히 강하다라는 말이 새겨져 있어요. 그게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좀 들고요. 누가 나가든 누가 또 진짜로 새로운 선수가 와서 또 잘하게 됩니다. 솔직히 저희도 시즌 전 이렇게 1위를 달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올해는 예년과는 다른 것 같아요. 작년만 해도 저희가 선두였던 울산 HD를 추격할 찬스가 주어졌을 때 늘 져서 기회를 놓쳤는데요. 올해는 정반대인 것 같아요. 우리가 비기니까 울산이 극장골 먹고 비기더라고요. 이런 운까지 도와준다면 올해 저희가 좀 더 좋은 성적을 내지 않을까

 

Q. 포항 3년차로 아는데 울산을 언급하는 거 보니 포항 선수 다 됐다는 생각도 든다.

근데 여기 있으면 그런 주변에서 워낙 그렇기 때문에 느낄 수밖에 없어요. , 항상 우리 윗 순위가 울산이었기 때문에, 다른 팀보다도 일단 울산 제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울산과 라이벌리를 체감하니 밖에서 볼 때랑 완전히 다를 듯같은데) 저는 본래 2부 선수였기 때문에 그런 걸 아예 거의 거기에 관심이 없었어요 여기 와보니까 이제 팬들도 그렇고 약간 그 라이벌전이라는 게 오히려 더 울산이랑 하면 더 재미있는 상황이 되고 그런 걸 좀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Q. 올해는 포항이 높은 순위에 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 그들이 틀리고 있어요. 그들에게 메시지를 남긴다면?

포항은 영원히 강하다. 이 한마디면 될 것 같아요. 여기에 시즌 끝날 때까지 우리가 잘할 거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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